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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또 깁스한 하은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7. 3.

하은이가 또 깁스를 했다.

벌써 4번째다. 2년에 한 번꼴로 깁스를 하나보다.......

어째 아들도 아니고 딸인데......

 

토요일, 12시에 말을 타러 갔다. 혜린이랑 함께.

차 안에서 성경을 읽고 있는데 분명 30분을 타기로 

한 하은이가 15분이나 지났을까?

절룩거리며 차로 온다.

어라?

차로 온 하은이  말에서 떨어졌단다.

그래서 선생님이 잠시 쉬자고 했다는데.....

바람이 불면서 어떤 소리가 났는지

갑자기 말이 흥분하면서 뛰었단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혜린아  어서 가서 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은이가 아프다며 운다.

삐떼르 바찌에게 말하고는 혜린이를 중간에 데려와서는

함께 이르드의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르드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병원이

주말에는 문을 닫는단다.

세상에나~~~!!!

어떻게 병원이 그것도 이 큰 이르드 도시에 딱 하나 있는

병원이 주말마다 문을 닫는 단 말인가.

헝가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팔 수 있는 것은 외국기업에 다 팔았다고 하니까......

어렵다 보니 이젠 응급실을 열기 위해서 병원을 열고

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큰 병원 건물에 유일한 한 사람 경비원이 안타까운가 말해준다.

이르드에는 주말에 딱 한 곳이 문을 연단다.

International emergency로 가란다.

 

그런데 그곳은 가정의들이 자기 구역마다 돌아다니다가

집합하는 곳이면서 예약환자들을 돌보는 보건소 같은 곳이다.

어쨌든 열심히 달려 그곳에 가니 정말 어이가 없다.

20대 아가씨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 하나 하은이 입에 넣어주고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야노쉬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으란다.

헝가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몇 번 급해서 부다페스트의 야노쉬 병원으로 갔었는데

그때마다 진료 거부를 당했었다.

사는 곳 이르드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며 진료를 거부하면서

무지 화를 냈었다.

말 그래도 문전박대를 받았었는데.......

말을 하니 알았다며 종이 한 장 써 주면서 이젠 주말이면

이르드 병원이 문을  닫기에 괜찮다며 몇 번을 안심시키며

부다페스트로 가란다.

어이가 없다.

이르드에 사는 그 많은 주민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아이가 아프거나 하은이처럼  사고가 생기면

다 부다페스트까지 가야 한다니.......

12시 15분에 말에서 떨어진 하은이는 팔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차의 진동에도 아파서 운다.

병원과 응급센터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서둘러 집에 가서 의료보험 카드 챙겨서 하빈이에게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으라 이르고는 부다페스트 야노쉬 병원으로 갔다.

역시나 여기서도 1시간 20분이나 기다렸다.

결국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보자마자 X-ray를 찍으라며 이르드에서 응급으로

긴 거즈로 하은이 팔을  묶어 주었는데 그것 때문에 뼈가

비틀린 것 같다고 한다.

뭐시라~~~~

X-ray를 찍었더니 역시나 손목의 뼈가 두 동강이 났는데 

이르드 응급실에서  플라스틱이나 각목으로 받쳐주질 않고 그

냥 가는 끈으로 팔을 묶어 주어서 손목의 뼈가 비틀어졌단다.

수술로 부서진 뼈의 조각을 맞추고 비틀어진 큰 뼈도

바로 맞추어야 한다고.

그리고 깁스를 한 뒤에 혹시나 뼈가 잘 맞추어지지 않으면

다시 재수술을 해서 뼈와 뼈 사이에 쇠를 박아 넣어야 한단다.

그때부터 속이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하은이 놀랄까 봐 울지도 못하고 참았던 모든 것이

한 번에 터지려 한다.

결국 오후 4시에 하은이는 수술실로 들어가고

집에 혼자 있는 하빈이와 수술 끝나고 입을 하은이 옷과 신발을 챙기러

집으로 오는데 한숨만 나오고 너무 속이 상한다.

어떻게 이 큰 도시에 X-ray하나 찍는 곳이 없어 부다페스트까지

아픈 녀석을 끌고 가야 하나.......

이르드의 옆 도시 디오쉬드에도 병원은 없다. 보건소는 있어도.

이르드의 또 다른 옆 도시 싸쓰헐럼버터에는 병원이 있었는데

그곳도  주말에는 문을 닫나? 그래서 부다페스트로 가라 했나?

열었다면 분명 가까운 그곳으로 가라 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거다.

어쨌든 가는 길에 햄버거 하나 사서 작은 녀석 저녁으로 주고,

폴리 밥도 미리 준비해 놓고는 저녁 7시에 주라고 했다.

정신없이 하은이 짐을 챙기고  커피 한잔 타고

아침에 사다 놓은 빵 두 조각 잘라서

다시 병원으로 오는 차 안에서 먹는데 모래 씹는 맛이다.

그냥 다시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화가 난다.

승마 선생님 안나 마리아한테도 화가 난다.

본인이 못 가르치게 되면 연락을 주고 다음에 할 것이지

처음 보는 어린 학생에게  하은이를 맡기다니......

연락도 주지 않고 말이다.

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야 어이없지만

경제사정이 어렵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응급센터의 젊은 여의사한테는 너무 화가 난다.

누가 봐도 상식인 처치도 안 해주어서는 부러진

뼈가 뒤틀리게 만들다니.......

그런데 어디에도 말을 할 수가 없다.

헝가리 말이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영어로 말을 하자니 벽보고 하는 꼴이라.......

 

그러고 보면 하은이가 아파 구급차를 불렀을 때도

남편은 지방 출장 중이었다.

1월 한밤중에 구급차 불러 응급실에 가보니 맨발에

슬리퍼 짝짝이로 신고 있었다.

하빈이가 아파 새벽 2시에 구급차 불러 아무 정신없이

머리 산발하고 병원에 갔을 때도 남편은 한국에 있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구급차 타고 온 병원이 부다페스트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병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빈이랑 3일간 격리 수용되어서는 속이 탈대로 탔었다.

이번에도 남편은 한국 출장 중이다.

옆에 있었다면 유창한 헝가리 말로 안나 마리아에게,

응급실 여의사에게 속시원히 말이라도 할 텐데....

어쩌랴~~~~~

누가 이럴 줄 알았겠나........

                                     (페이스 북에 올린다며 사진을 찍어 달래서 핸드폰으로 찍은 하은이 사진)

병원에 도착을 하니 마취에서 깨어난 하은이는

진통제 때문인지 팔이 안 아파표정이 밝았다.

하은이 PMP에 좋아하는 음악프로그램 몇 가지 넣어서는 주었다.

밤에 다른 아이들은 보호자가 있지만 난 하빈이가 혼자

폴리랑 집에 있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헝가리 병원은 보호자용 침대가 없다.

오늘도 싸인만 엄청 했는데 그중에 보호자에게는

의자 한 개가 배당된다는  항목에도 사인을 했다.

왜 그런 항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인하라 하니

열심히 20곳에 사인을 했다.

예전 하빈이가 응급으로 병원에 들어갔을 때도

보호자에게는 나무의자 한 개였다.

그 의자에 앉아서 삼일을 지낼 때 온몸이 쑤셨었는데......

하은아,

엄마가 집에 가서 하빈이랑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올게.

그리고 또 엄마는 이 의자에 앉아서 밤새면 다음날

허리 아파 걷지도 못할 거야.......

 알았어!

대신에 아침 일찍 와야 해!

응. 아침 일찍 올게.

 

울 것 같은 하은이를 병실에 놔두고 집에 와서

잠이 안 와 청소기 돌리고 빨래까지 돌리고.....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3번이나 깼다.

하빈이에게는 카스텔라에 우유랑 아침 먹으라 이르고,

병원에 서둘러 갔더니 낯선 병원이라 그랬는지

하은이도 잠을 못 잤단다.

퇴원 수속하고는 화요일 아침 9시에 병원에 오란다.

올여름은 병원 오가며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인지........

옆 침대 환자들 보니 그나마 하은이가 제일 낫다.

정말 말에서 떨어져서 이 정도면 감사하다.

다행히 승마용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그것 또한 감사하고......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좋아하는 말을 못 타게 되었다.

올여름방학에 열심히 배워서 혼자 말을 타고 가고 싶은 곳을

산책하고 싶다 했었는데.....

만약 안나 마리아가 있었다면 괜찮았을까......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