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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엄마의 일/2012년

이래서 이 나이에도 이 일을 하나보다.(헝가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2. 15.

밸런타인데이.

작은 초콜릿이라도 준비해서 여기저기 나누어 드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언제 내가 그랬었다고......

아침 8시 20분.

아이들 올라오는 소리가 난다.

미스 세라가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오면 난 이때 나가서 아이들의 가방을 받고

스낵과 도시락을 확인하며 옷 벗는 것을 도와준다.

그런데 4년 전의 브랜든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 녀석 마이카가 불쑥 하트 카드를

내민다.

자기가 어젯밤에 만들었단다. teacher를 위해서......

그리고 두 명의 공주님(올해는 여자아이가 단 두 명뿐이다.)을 위해서는 작은 하트 카드를.

감동 또 감동.

이마에 뽀뽀해 주면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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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는 젤리를 먹으면 안 된다.

그래서 더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그리 좋아하는 초콜릿을

붙여서 주니 더 감동이.

작년에 예비반이었던 지금 1학년 아가들이 만들어준 밸런타인데이 카드들.

가슴이 찡~~~~ 했다.

어느새 저리 커서는 이렇게 이쁘게 문장을 써서는 준다.

이쁜 아가들.

고마워요~~~~~

얼마 전에 헝가리에 온 나이지리아 아가 아다는 도와주어서 고맙다며 이쁘게 썼다.

필기체를 써보지 않았기에 요즘 필기체 쓰느라 고생하는 중이다.

이쁜 녀석들. 지금처럼 그렇게만 잘 자라주세요~~~~

그리고,

웨일런이 갑자기 예비반으로 날 찾아왔다.

그리고 불쑥 연필 한 자루를 내밀면서 웃는다.

감동으로 울컥한다.

웨일런 꼭~~ 안아주면서

고마워, 사랑해~~~~

이래서 이 나이에  꼬마들하고 이렇게 지내나 보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하이스쿨 학생회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쿠키와 컵케이크, 티라미수를 만들어서 판다며

미리 주문을 받았었다.

쿠키는 하은이가 만들어 가야 한다며 1학년 선생님 미스 크리스타한테 미리 만드는

방법을 배웠었는데 주문량이 생각보다 많았다.

50세트니까 쿠키 100개를 만들어야 했다.

주일 오후 만들기 시작하는 하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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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에 코코아 가루    버터를 녹인후    코코아 가루를 섞고    끓인후 바닐라 에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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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버터를 넣고    오트밀을 넣어    섞으면 끝!    한숟가락씩 떠서 말린다. 

 

만들어 보더니 정말 쉽단다.

그런데 버터, 오트밀, 설탕, 땅콩버터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 다 써버렸다.

그리고 엄청 달다.

 

 

주문은 50세트지만 혹시나 싶어 60세트를 만들었다.

미스 세라가 예비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온 쿠키에

아이들이 장식을 했다.

이것도 엄청 달겠다~~~~

오늘 엄청난 양의 설탕을 섭취한 아가들 밖에서 오랫동안 놀아야 할 듯싶다.

하이스쿨 켄들이 만든 컵케이크.

나도 미리 2개를 주문했었다.

먹어보니 촉촉하니 잘 만들었다.

켄들도 컵케이크 100개를 만들어야 했다고....

티라미슈는 아들 대신 이태리 엄마가 만들어 주셨단다.

티라미수도 맛있고.

나도 오늘 티라미수에 컵케이크에... 설탕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가끔 남편이 묻고는 한다.

영어를 좀 더 해서 아예 담임을 하지?

그러면 언제나 내 대답은 똑같다.

난 지금이 좋아.

8년 동안 담임도 하고 직접 어린이집 운영도 하면서 선생님도 채용하고

교생도 받고..... 일 년에 4번 부모교육에 상담에......

이젠 싫어.

우리 딸들이 우선이거든.

딸들 챙기면서 살림하면서.... 지금이 딱 좋아.

그냥 옆에서 도와주면서 월급이 적어도,

넌 헬퍼고 미스 세라가 teacher야 하는   어이없는 녀석 때문에

가끔은 기운 빠지지만 그래도 난 지금이 좋아.

오늘처럼 아이들이 정성 들여 만든 카드도 받고,

딸들 데리고 퇴근하면서 농구시합 응원도 가고,

더 이상 부모 상담 안 해도 되고,

성적 안내도 되고,

그냥 일주일에 두 번 내가 가르쳐야 하는 것만 준비하면

되니까 지금이 딱 좋아.

나중에 공부나 더 해볼까 봐.

진짜 공부나 더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