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 가니 여기저기 뭐가 붙어 있다.
뭐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농구 시합이 있다며 시간 되면 와서 응원을 하란다.
아~~~~
5년 만에 농구팀이 생겼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에는 농구장이, 실내 농구장이 없기 때문이고,
농구 코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농구하고 싶은 아이들을 모아 새벽 6시 30분에 모여서는
학교 근처의 실내 체육관에서 농구연습을 한다.
그리고 아침 8시 전 출근을 해서 보면 연습 마치고
Ps베리의 차를 타고 온 머리 젖은 하이스쿨 남자아이들을 볼 수가 있다.
이 겨울에도 머리 젖은 채로 학교 앞 맥도널드로 뛰어가는 아이들.
ICSB와 경기를 할 때는 집이 가까이에 있어 몇 번 갔었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국제학교 중 가장 미국 아이들이
많고 그래서 너무나 미국적인 학교다. ICSB는.
그래서 농구나 축구, 배구경기를 할 때 가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평일인데 게다가 오후 4시인데도 항상 70여 명의 학부모가
모여 응원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이 선교사이다 보니 시간 사용이 자유로워 그럴 수도 있고......
하은이가 3학년부터 5학년까지 다닐 때는 달랑
건물 하나였는데 지금은 저렇게
두동의 건물이 생겼고 실내 체육관이 있다.
ICSB에는 두 팀의 농구팀이 있는데 첫 시합은 잘하는
팀 하고 붙어서는 엄청나게 졌었다.
거의 50점 차가 날 정도로.......
이날은 두 팀 중 우리와 비슷한 팀 하고 붙었는데..... 이겼다.
알렉스 빼고는 다 처음 농구를 해보는 아이들이다.
농구의 규칙도 모르는 우리 학생들이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하는 농구.
그러다 보니 어이없는 실수도 한다.
열심히 뛰다 보니 우리 농구대에 골을 던지는.....
순간!!!
어라? 맞나? 아닌데?
응원하던 나도 갑자기 멍~~~~~
그리고 어이없어 웃는다. 그런데도 참 이쁘다.
이날은 하필 밸런타인데이였다. 그래서 그랬나?
평상시보다 적은 수가 와서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60여 명이다.
많을 때는 학부모, 학생 100여 명이 응원을 하니
우리 아이들 경기하러 갔다가는 얼어 버린다.
그리고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했었다.
ICSB교장선생님도 창가에 앉아서 관람하시고....
참 자상하고 좋으신 분.
GGIS LION! 힘내세요~~~~
키가 제일 큰 페트릭은 항상 농구골대 밑에 서있다가
던져주는 공을 그저 살짝 던져 넣는다.
워낙 키가 크니 살짝만 던져도 들어간다.
그런데 뛰거나 몸싸움은 전~~ 혀~~~
대신 부다는 3점 슛을 무지 잘 넣는다.
이날도 혼자서 3점 슛을 4개나 넣었다.
농구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시합을 할 때는
정말 보기 안타까울 정도였는데 3개월이 지나는 요즘은
제법 잘한다. 패스도 잘하고 공도 잘 안 놓치고....
그런데,
내가 좀 이상한가 보다.
이렇게 실내 체육관이 없어 새벽 6시 30분에 모여서
다른 체육관 빌려 연습하는데 난 이런 게 더 좋으니 말이다.
나중에 우리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기억한다면 추억거리가 많을 것이다.
작은 학교에서 이렇게 모여 연습하고, 수업 시작 전에 젖은 머리로
맥도널드로 뛰어가서 아침 먹고, 교장선생님 차로 함께 시합 다니고,
처음 농구하는 덕에 우리 골대에 공 던지고.....
규칙을 몰라 어이없게 공 넘겨주고....
참 할 말이 많겠다.
이런 환경이 난 더 좋으니 내가 이상한가 보다.
더 욕심을 낸다면 난 우리 학교 뒤쪽에 닭도 키우고
거위도 키우고 싶다.
한쪽에는 오이, 토마토, 감자도 키우고 싶다.
언젠가 하빈이 가.
엄마, 닭을 키우면서 병아리 나오는 것 보면 진짜 좋겠다.
했었는데 정말 그런 학교면 더 좋겠다.
그런데 벌써 딸들이 하이스쿨이니 이런 꿈은 접어야 할까 보다.
응원하던 하빈이.
엄마, 난 배구가 좋아.
서로 몸 부딪칠 일이 없잖아.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이 왔다 갔다 하니까 난 배구가 좋아.
빨리 배구하면 좋겠다.
3월 지나야 해. 그래야 밖에서 연습하니까.
정말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두 딸들 배구도 하고, 우리 아이들밖에 나가서 달팽이도 찾고,
도마뱀도 찾으면서 놀게.
그런데 웬 눈이....
에휴~~~~
주말이 따뜻해서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낼모레면 3월이니까 겨울이 아무리 버텨도 봄은 올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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