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항상 자신 없던 나물을 불리고 삶고 볶고,
고기를 재고 오징어를 데치고.
2002년이었던가?
연수를 왔던 언니는 4년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갔었는데
다시 발령을 받아 헝가리에 와서는 4년 임기를 마치고
2주 뒤면 한국으로 귀국을 하신다.
전에 왔었을 때는 같은 구역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었고,
소리 없이 많은 사람들을 챙기며 섬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었다.
이번에는 내가 학교에 있기에, 또 언니도 남편 집사님이
문화원장으로 오셨기에 엄청난 손님을 치르며
내조를 하느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전화 몇 통이 전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리 없이 많은 사람들 섬기고
챙겨주느라 손이 바쁜 분.
내 헝가리 생활 20년에 언니라 부른 유일한 집사님.
친정언니처럼 조용하고 맘이 여리고 순한 분.
말없이 소리 없이 움직이기에 더 깊은 정이 든 분.
가시고 나면 헝가리가 또 휑~~~ 하겠다.
20년 전 처음 헝가리에 와서 가까이했던 첫 가정이 떠나던 날
공항에서 주저앉아 가슴 무너져 내리듯 그리 울었었는데.
청소하다 갑자기 물어볼 것이 생각나 습관적으로 전화기 들고
다이얼 돌리다 아~~~
하고는 또 울곤 했었는데....
이젠 공항에도 안 나가고 더 이상 울지도 않는다.
그만큼 내가 무덤덤해지고 떠남에 익숙해졌나 보다.
요건 이웃지기가 정성 듬뿍 담아 만들어 온 음식.
묵도 진짜 이쁘게 담아 왔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헝가리에 살면서 그리웠던, 함께 했던 시간이 참 좋았던 분들이
다시 발령받아 올 때가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그럴 때는 깜짝 선물을 받는 듯 그리 기쁘고 설렌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가면 또 헤어져야 한다.
오늘이 그런 시간이다.
이건 언니가 만들어서 전에 방문할 때 주셨던 이쁜 촛대.
이리 귀한 선물을 받기만 해서 어쩌나.....
밤에 불을 밝혀 놓고 가만 생각해 본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보다 나무람이 오히려 낫다는
잠언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사랑한다.... 사랑합니다.... 아무리 말해도 허공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허망한 말. 말. 말.
하지만 입으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발이, 손이,
마음이 함께 움직이기에 누구나 사랑을 느끼고, 귀로 듣지 않아도
마음이 그 사랑을 받아 풍요로워지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는지.
그런 사랑을 전하던 언니가 이제 한국으로 귀국을 한단다.
하나님이 그 발걸음 인도해 주시기를.
이곳에서 뿌린 그 많은 씨앗들이 언니 가족 가는 그곳에
꽃이 피고 열매 맺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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