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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피츠 누가 교회에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4. 3. 11.

봄방학 시작인 주일,

월요일 출근도 안 하고 그래서 피츠에 내려가기로 했다.

토요일 밤, 신랑은 삼겹살 50인분을 썬다.

한 사람당 200g?  그럼 50명이면.....
혼자 계산해 가면서 열심히 삼겹살을 썰고 또 썰고.

내일 손목 아프겠다..... 생각하지만

요즘은 내 손목이 더 아파서....

미역국을 끓이고, 묵을 쑤었다.

오이도 얇게 썰고, 양념장도 만들고.

신랑이 고기를 썰어주니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그리고 주일 아침 8시 30분쯤 Pecs로 출발을 했다.

교회에 도착을 하니 통성기도 소리가 밖까지....

살며시 들어가니 8명? 이 모여서 중보기도 중이었다.

간절히 간절히....

듣고 계시지요?  성령 하나님?

예배는 11시인데 10시 10분에 모여서 매주 중보기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개나리가 폈구나......

 어느새..... 햇살도 투명하니 봄 맞는구나.....

사촌동생 목사님 안내로 명이나물을 뜯으러 갔다.

와아~~~~

올해는 겨울이 안 추워서 그런지 명이나물이 빨리 나왔다.

신난다~~~~~

딸들에게 열심히 명이나물 뜯으라 가방을 주었다.

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헝가리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다들 안쪽에 주차를 하고는 열심히들 명이 나물을 뜯고 계셨다.

내가 산속으로 못 들어가고 사진만 찍은 이유는 바로 이 구두 때문.

전날 신랑이 사 준 봄 구두를 신고 갔기에 입구에서만 몇 잎 뜯고 말았다.

대신 딸들이랑 신랑이. 그리고 사촌 동생이 뜯은 명이나물을 주어서

미안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 왔다. 

아빠 손잡고 명이 나물 뜯고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녀석.

잘 안 보이네..... 

이렇게 아빠랑 산에서 나물 뜯는 추억을 갖고 있는

딸들이 몇이나 될까....

딸들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자.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그리고 항상 정직하게 살아야 해. 진실되게.
그리고 새 식구가 왔다고 해서 잠시 동생집에 들렀다.

바로 헝가리 전통견 뿔리.

이름을 한국이라고 지었단다. 깜짝 놀랐다.

어찌나 까맣던지 눈도 코도 잘 안 보여서.

게다가 발바닥까지 까매서 꼭 작은 아기곰 같았다.

어찌나 귀엽던지.

온 지 3일 되었다고. 아직 대소변 훈련이 안되어 여기저기

소변을 봐서 힘들다고.

런데 너무 귀엽다.

딸들 귀엽다며 어쩔 줄을 모른다.

볼수록 까맣다.

 

털 뭉치 인형이랑 노는 한국이.

털 뭉치 인형도 뿔리다. 어쩜 저리 둘이 똑같은지.

뿔리는 헝가리 전통견으로 양치기 개란다.

무지 빠르고 잘 짖고 양들을 잘 모는 개라고.

한국이 다음에 보면 많이 커있겠지?

대소변 훈련도 마치고?

다음에 또 만납시다~~~~  인사하고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신랑이랑 오랜만에 얘기도 하고.

 

낮에 들은 동생 목사님 설교말씀도 나누고.

은혜로운 하루.

집에 와서 오늘 씻을까.....  내일 씻을 까....

고민하고 있는데
신랑이 열심히 뜯어온 명이나물을 씻는다.

그래서 그날 밤으로 간장에 매실액 넣고 끓여서는 명이나물을 담갔다.

다음에 삼겹살 구워 이 명이나물에 맛있게 먹을 딸들을 생각하니

행복해진다.

 

피츠에서의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

딸들에게 설명을 해야겠다.

딸들에게  엄마가 힘들 때는 

예배당이 아닌 가정예배를 드려야 하는 이유를 말해야겠다.

내가 어쩌면 너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크리스천은 특히 앞에 나서 있는 크리스천은

 정직해야 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덮고 또 덮으면 그 위에 먼지가 쌓이고

어느 날 이끼나 잡풀이 자라게 된다.

또 아무리 검은색이라고 우겨도, 아니 회색으로 서로 절충하자 해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빛에 바래서 누리끼리 해 질 수도 있겠지만

흰색은 흰색이다.

왜 자꾸 흰색을 다른 색이라고 고집하고 대강 회색이라 하라고 하는지.

그게 사랑이고 좋은 게 좋은 것이고 화목하는 과정인 것처럼.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난 절충하거나 타협하고 싶지 않다.

그건 거짓이고 옳은 것이 아니니까.

아침 주일 예배 전에 모여서 간절히 통성으로 기도하던 젊은이들의 

기도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고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성령 하나님.

 

동생 목사님 말씀처럼 

살아있는 생명은 계속 성장한다고.

주님 음성에 반응을 한다고.

육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하나님 부르시는 그 순간까지

성장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물으셨다.

살아 있느냐고.

난 나에게 묻는다.

살아 있니?

그럼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자.

그리고 반응을 하자.

또 하루하루 육신의 나이가 들면서 육신은 쇠약해지지만

영은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순간까지 성장해야지.

 

그리고 내가 속했던 공동체를 다시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해 봤다.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야.

공동체 안에 머물기 위해 다수가 회색이라 하니

나도 회색이라 할 수는 없는 거야.

분명히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야.

그럼 다시 조용히 침묵하며 기다려야지.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그 말씀에 순종해야 함은 분명한 것이라.

머물라하면 머물고 가라 하면 가고.

중요한 것은 성령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반응하며 따라가는 것.

그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