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집에 오니 바빠졌다.
그동안 거의 안 움직이고 살아서 일 그만두고 살이 많이 쪘는데
이 참에 좀 빼야 겠다.
한국에서 1학기를 보내는 동안 어찌나 재밌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한 번씩 카톡으로 날라 오는 사진들은 여행 가거나 이태원이나 맛집 등
여기저기 어찌나 놀러 다니던지.
게다가 재스민이 여름방학을 하면서 바로 한국으로 하빈 이를 보러 가서
둘이 돌아다닌 사진들을 보면서 참 즐겁게 잘 지내고 있구나 했었다.
그런데 가족 카톡방이다 보니 하빈이 대학 생활 사진들을 보면서
하은이가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자기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의대에 와서 미친 듯 공부만 하고 있는데,
특히나 의대 친구들 대부분이 자기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니면 직장생활을 하다가 왔기에 공부에만 집중을 하는데
우리 하은이는 그런 시간이 없었기에
이제야 힘든가 보다.
하빈이가 부럽단다.
그래서 그럼 1년 휴학하고 원 없이 놀고
다시 복학하자고 했더니 그건 또 싫단다.
그럼 어쩌라고~~~
학교 결석하고 (자기 말로는 너무 결석을 안 해서
몇 번은 해줘야 하는 거란다.)
친구들하고 제주도 여행 가서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얼마나 신났던지 핸드폰을 바닷물에 빠뜨렸단다.
그런데 그러고도 신났다.
어쩔 수 없지 뭐.... 하면서.
자스민이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빈이 학교에 갔다고.
흑백사진 스튜디오에서 둘이 기념 촬영도 하고.
엄청 더웠다는 날,
둘이 한복 빌려 입고 경복궁을 갔단다.
하빈이 대학 친구들과도 같이 만나서 홍대 앞에서 놀았는데
서로 어색해하지 않고 너무 재밌었다고.
이모랑 이모부가 하루 월차 내고
두 아이를 데리고 민속촌이랑 에버랜드를 다녀왔다고.
조카를 방문한 베스트 프랜드를 위해 월차까지 내고
더위에 고생한 이모랑, 이모부.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 ^
그리고,
우리 딸이 집에 오니
내가 바빠졌다.
앤틱 좋아하는 남편이 산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
집에 오자마자 보고는 신이 난 우리 딸.
레코드를 사러 비엔나까지 다녀왔다는....
최신 곡은 아무 데서나 팔지 않는단다.
그래서 비엔나 시내를 네비 찍고 가서 사 왔다.
그리고 매일 듣는다.
덕분에 너무 조용해서 멀리서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까지 들리던 우리 집에
신나는 음악이 하루 종일 가득하다.
다시 레코드 판을 사러 나가잔다.
애디뜨 판을 사야 한다나....
어딘가 내가 오래전에 사둔 CD가 있을 텐데...
꼭 레코드 판으로 사서 듣고 싶단다.
오늘도 나갔다.
알리 백화점으로.
오늘은 책을 사겠단다.
헝가리어로.
그래서 그동안 난 스타벅스에 앉아서 오래전 먹었던 베이글을 주문했더니만....
이젠 없다면서 저걸 준다. 연어....
그것도 모르고 따뜻하게 덥혀 달라 했더니만 연어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그냥 따뜻한 베이클에 치즈크림만 주는 줄 알았더니 언제 없어졌지?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것을 주문했을 텐데....
그리고
딸을 기다리면서 두 번째 책의 제목을 드디어 정하고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온 책이 어라?
무라카미 하루끼다.
너 무라카미 책 좋아해?
했더니
자기가 사고 싶은 무라카미의 책은 없어서 대신
무라카미의 다른 책을 샀단다.
이럴 때 참 신기하다.
내가 읽었던 작가의 책을 딸이 사서 읽을 때....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작은 딸,
앞으로 네일 하러 또 나갈 테고,
LP판을 사러 나가야 하고,
통역 도우미로 가야 한다니 어쨌든 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고
이래저래 매일 바빠졌다.
두 딸 덕에.
깻잎이 날이 좋으니 잘 자란다.
베란다의 화분에서 자라는 깻잎은 해가 너무 뜨거워서
누렇게 타들어 가서 뻣뻣하고 못 먹을 것 같은데,
아래의 텃밭에서 자라는 깻잎은 어찌나 향이 진한지
하루 걸러 깻잎을 따서 간장에 절여서 보관하고,
깻잎 김치도 내일쯤 담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식구 먹기에는 좀 많은 듯싶어 뜨거운 물에 데쳐서 냉동 보관도 한다.
더운 햇볕 버티면서 주는 향 좋은 깻잎이 고마워서 알뜰히 따서 보관해야 한다.
뜨거운 태양볕 아픈 듯 뜨거워서 물을 주고 들어 왔는데
어째 비가 오려나 천둥이 치네.
그래도 괜찮다. 너무 뜨거웠으니까.
이렇게 열심히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깻잎이랑 과실수들.
사람처럼 게으름이나 얕은수를 쓰지 않는다.
아프지만 않으면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살고 좋은 열매를 준다.
고맙게도.
'우리들의 이야기 > 하빈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헌혈하고 온 딸 팔이.....에고~~ (0) | 2018.12.10 |
---|---|
통역하는 작은 딸 (0) | 2018.07.17 |
세상을 알아가는 내 새끼. (0) | 2018.05.12 |
꿈에 본 우리 딸. (0) | 2018.04.09 |
새내기 대학 생활로 바쁜 하빈이 (0) | 2018.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