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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올 추석 만큼만 해주면 좋겠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8. 9. 25.

남편이 출장으로 한국에 가 있고,

작은 딸도 한국에서 추석을 보냈다.

요양 병원에 있는 올케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낸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겠구나.... 간병인 아주머니도 집으로 가셔서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셔야 하니까...

추석 전날, 언니랑 엄마가 가서 올케와 함께 집으로 왔고,

친정언니는 결혼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댁을 안 가고 친정에 남아

올케를 챙겼다. 형부와 조카만 다녀오고.

언니랑 형부는

올해 결혼 30주년으로 시어머니와 시 형님과 함께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경비까지 다

지불했다가 올케가 수술하면서 사돈 어르신께서 절대로 가면 안된다며

본인은 안 가시겠다고 단호히 말씀하셔서 수백만 원 포기하고 여행을 안 갔다.

우린 6개월 전에 계획하고 이미 경비를 다 지불했기에,

무엇보다 연세가 많으신 사돈 어르신 마지막 해외여행 특히 스페인에 사시는

아드님 집을 방문하는 기회가 아닐까 했기에 그래도 여행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는데,

집 안에 큰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여행을 가느냐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며 먼저 결단을 내려주신

어르신께 너무나 감사했다.

그런 어르신이기에 추석에 언니는 친정에 남아 올케를 챙길 수 있었다.

추석날 아침,

카톡으로 사진이 왔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바닷가를 갔다고,

추석 아침 식사하고 가까이에 있는 을왕리 왕산 해수욕장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올케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접시를 보니 음식도 제법 먹은 것 같고.

 

한국은 추석이지만 헝가리는 평일이고,

지난 주말부터 비바람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 하겸이가 기침을 한다.

그래서 유치원에 안 보내고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오랜만에 부엌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있는데

카톡으로 사진이 줄줄 온다.

뭐지?

 

오후에 본가에 갔던 두 사위가 모이고,

진현이랑 하빈이까지 합세해서 고스톱 판을 벌렸단다.

고스톱을 처음 해보는 하빈이는 폭풍 질문을 하면서

공부하듯 하는데....

뒤에서 궁금한 우리 올케, 언니 표현에 의하면 폭풍질문을 하면서 표정이 엄청 심각하다.

ㅎㅎㅎㅎ

사진만 봐도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현장에 있는 듯하다.

 

음.... 역시 우리 올케다.

궁금함을 못 참고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고,

질문은 이제 그만, 판의 상황을 보면서 직접 이해하며 훈수도 두는 듯.

 

진현이는 비상금까지 다 털렸다고. 

이때는 울 신랑이 땄다고 하는데....

 

하빈이도 다 잃고,

 

요 사진이 마지막인 이유는 울 신랑이 딴 돈을 가지고

언니가 고스톱을 시도했다가 두 판에 다 잃었다고.

그럼... 그 돈은 어디로?

했더니만...

내가 끼니까 잃던 하빈이가 따기 시작했어.

고스톱 안에서 판돈이라 할 동전들은 돌고 돈다.

진현이 돈을 울 신랑이 따고 그 돈을 가지고 언니가 치면서

하빈이가 가져가고...

결국 몇만 원 되는 그 판돈은 배달 음식 값이 되고.

 

사진을 보면서 부엌 정리하다가 웃고,

감사하고,

이렇게만 버텨주고 있어 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에도, 내년 구정에도....

그저 올 한가위만큼만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