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헝가리에서야 일상이고, 9월 신학기 시작하고 정신없이 바쁜 시기다.
그래도 우리네 추석이라고 자꾸만 내가 뿌리내렸던 토양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여자들, 며느리들의 스트레스받는 날인 명절이라지만
멀리 타향에 사는 나는 그저 그립기만 하다.
친정엄마는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아들, 며느리 함께 명절 아침을 맞으셨었다.
친정 언니가 미리 음식을 다 준비 놓고 시댁으로 가면
엄마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가 되면 아들 며느리가 친정으로 가고 나면
시댁에 갔던 친정언니랑 형부가 집으로 와서 엄마랑 저녁을 함께 했다.
몇 번 그렇게 지낸 엄마가 결단을 내리셨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고 함께 지내야 하는데
며느리는 오후에 친정으로 가고,
시댁에 갔던 형님(친정언니)네는 오후에 오고,
우리는 이러지 말자.
하시면서
남동생네를 먼저 올케 네로 보냈다.
남의 집 며느리인 언니가 명절 아침을 친정에서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
아들, 며느리가 친정을 먼저 가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멀리서 이 소식을 들은 내가 물었었다.
엄마, 명절 아침에 엄마 혼자 아침 식사하는 거 좀 그렇지 않아?
야야~~~ 무슨 상관이냐. 오후에 언니, 형부랑 오면
다 같이 가족이 함께 모여서 지내는 것이 더 좋지.
난 그게 너무 좋다. 다 모여서 같이 웃고 얘기하는 게.
그리고 며느리가 큰 딸인데 명절 아침에
큰딸이 가서 식사를 준비하고 얼마나 좋으냐.
그러시면서 그때부터 친정언니는 명절 음식을 미리 준비해서 놓고
올케는 언니가 준비해 준 음식을 들고 친정을 먼저 갔다 가
오후에 시댁에서 돌아오는 큰 형님(친정언니)네랑 다 같이 모여서 정말 명절답게
온 식구 다 모여서 북적북적 그렇게 지냈었다.
울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 어디에 외아들이 처갓집부터 가서 그것도 준비해 준
음식 다 들고 가서 명절 지내고 오는 집이 있을까....
엄마는 그런 것에 얽매이는 분이 아니셨다.
그래서 친정집은 명절 저녁 식사에 온 식구 다 모여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올케가 아픈 올 해는 친정언니 부부만 엄마랑 함께 하겠다.
기억이 자꾸만 없어지는 우리 올케가 아직까지 유일하게 기억하는 가족.
얼마 전 큰 조카가 이야기를 한다.
이모, 내가 외숙모한테 갔을 때 외숙모가 날 알아보고 뛰어 오셨었어.
그리고 내가 집에 갈 때는 우셨어.
그 말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진휘야, 외숙모가 우리 진휘를 엄청 이뻐했지.
그러면서 또 아리다. 시댁 조카를 이렇게 이뻐한 며느리가
또 어디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또 아픈 우리 올케한테 고맙다.
얼마 전 하빈이 가 여름방학 집에서 보내고 한국에 들어가서
외숙모를 찾아뵈었는데 우리 하빈이를 기억하고 있다고.
고마워라~~~
함께 같이 산 시간이 없는 조카인데도 멀리서 항상 기도하고 이뻐라 했었다.
친정엄마 말씀처럼 우리 올케는 시댁인데도 조카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
시어머니인 목사님을 극진히 섬겼다.
시어머니가 되는 엄마도 며느리 사랑이 끔찍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며느리가 긴장한 모습을 보면서 내 딸들이
시집가서 저랬겠구나 싶어
눈물이 나셨단다.
그리고는 며느리를 그저 편하게 해 주려 노력을 하셨다.
입덧하는 동안 언니랑 가서 냉장고 다 비우고,
남동생은 집에서 밥도 못 먹게 했다.
본인이 입덧하는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겠지...
새벽에 가서 싱싱한 전복 사다가 죽을 쑤어서 며느리 먹고 가게 하고,
어느 날 전화를 하면 남동생 부부가 아이들 친정언니랑 엄마에게 맡기고
부부가 일본 여행을 갔단다.
또 저녁이면 아이들을 엄마가 보고 부부만 나가서
전에 막걸리라도 한 잔 마시고 오라고 내보냈다.
아끼고 또 아끼느라 뭐하나 안 사는 며느리를 위해서
며느리 옷이며 구두며 속옷까지 엄마가 무조건 사다가 안겼다.
이미 돈을 냈으니 바꿔서라도 입으라고.
며느리에게 옷 좀 사서 입어라, 구두도 이쁜 거 사서 신어라 입에 달고 사셨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제일 좋다고
시어머니 맘 편하게 하고자 시아버지 모시고 다녔다.
그래서 고마운 올케다.
며느리 투병 중에 맞는 첫 명절이네.....
내.. 참.... 갱년기가 분명하네.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울 올케 사진 보니 쟁쟁한 하이톤 우리 올케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네.
형님~~~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까르르르 옥구슬 쟁반 구르듯 웃는 웃음소리도.
명절이니까.... 가 아니고, 신랑도 출장 중인데....
그냥 식혜를 하고, 깻잎이 꽃이 피어서 마지막 깻잎 따서 깻잎 전을 부쳤다.
울 아들 좋아하는 소떡소떡도 하고, 소시지가 한국 것이 아니라서....
약식은 압력밥솥에 문제가 있어서 맛이 좀... 그래서 속상했지만...
먹을 만은 하니까....
나박김치가 칼칼하니 잘 익었다.
그냥 오가며 자꾸 국물을 떠먹게 된다.
매운 고추를 넣었더니 맛이 칼칼해서 시원하니 좋다.
밤새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오늘은 기온이 뚝 떨어져 14도다.
보일러를 돌렸다. 여름 지나고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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