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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코로나로 인해 헝가리도 달라지고 있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3. 18.

코로나가 확산되자 헝가리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어제부터 기차, 공항 다 폐쇄한다.

그 말은 헝가리에 밖으로 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들어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경에서 헝가리 자국민만 들어 올 수 있고 들어 와서도 일정기간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식당이나 가게들은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하란다.

오후에는 다들 밖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데 특히나 70넘은 어르신들은 밖에 나오면 안 된단다.

학교는 일단 2주의 휴교에 들어갔지만 한 달은 할 거라고들 한다.

어째야 좋을지....

월요일 오후 1시쯤 마트에 갔다가 놀랬었다.

고기가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어제 아침 9시에 메트로에 갔다.

메트로는 분명 고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일찍 갔는데...

 

돼지고기가 쌓여 있던 곳이다. 정말 항상 돼지고기가 엄청 많아서  원하는 것을 언제든

살 수 있었는데.... 없다.

 

닭고기는 더 심각하다.

닭 모래집(똥집)만 있다. 닭뼈 3~4팩 하고.

그래서 닭똥집 하나 사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저녁에 튀겨서 남편이랑 먹었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돼지갈비 두 팩이 있어서

사촌 동생이랑 하나씩 나누고,

삼겹살 하나씩 샀는데....

 

여기도 돼지고기 파는 곳인데 하나도 없다.

그냥 깨끗하다.

소고기는 수입으로 1KG에 4만 원 이상인 것만 있고 하나도 없다.

그래서 소고기는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왔다.

그 흔한 닭고기도 못 사고 왔다.

그래도 돼지갈비랑 마지막으로 목살 품에 안고 오면서 마치 로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분명 내일 아침에도 고기는 있을 테지만 서도...

살다 살다 이런 일도 경험하게 되네.

메트로에 아침 9시에 고기가 없다니.

 

소시지도 없다.

꼴바스(헝가리식 소시지. 짜다. 무지 짜다)만 조금 있고 소시지가 없다.

어제 많이 사두기를 잘했지 싶다.

그래도 내일 물건은 다시 들어오겠지.

 

오늘 아침 일찍 야채가게에 왔다.

내 차가 수리에 들어가서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마늘이랑 상추를 사야 해서 왔는데,

아침 6시 50분이고 영업한다고 쓰여있는데....

 

안 들어가고 밖에 서서들 기다린다.

문을 아직 안 열었나?

7시에 영업 시작인가?

아닌데.... 분명 열었다고 했는데.....

 

두 명씩만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고 살 수 있단다.

코로나 때문에......

 

드디어 한 분이 나오고 한분이 들어가고.

그렇게 간격을 두고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는데...

7시가 되자 사람들이 내 뒤로 줄을 서고...

내 순서가 되었는데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맘이 급해서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데로 대충 사서 나오면서 어찌나 맘이 답답했는지

차에 타고서야 큰 숨을 쉬었다.

 

6시 50분에 내가 3번째였는데 7시 10분에

내가 나올 때는 10명이 넘게 줄을 섰다.

심란해진다......

 

학교에서 메일을 받고 어제 하겸이 학교에 갔었다.

다 닫혀 있고....

 

하겸이 학년이랑 이름을 적자 안에서 하겸이 물건을 찾으신다.

 

큰 학년들은 책이랑 과제들인데,

울 아들은 학교에 두었던 여벌의 옷들과 프린트 몇 장.

 

그런데 이걸로 어찌하라는 것인지.....

매일 메일을 보내주면 그것을 보고 인터넷과 연결해서 아이들을 도와주란다.

프랑스어 1도 모르는 엄마가 앞으로 어찌해야 할는지...

그런데 울 아들은 수도 다 알고 기본적인 더하기 빼기도 다 하는데...

그냥 놔둘까 보다.

 

 

계속 뭔가 사인이 들어오고 차가 좀 문제가 있었다.

드디어 어제 수리 센터에 놓고 왔다.

이 와중이라서 오히려 감사해야 하나 보다.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까....

남편 차를 같이 사용하면 되니까.

요즘 같은 때는 큰 어려움 없어 다행이다 싶은데....

에고...

밖을 나가면 안 된다고 하니 더 답답한 느낌이다.

울 아들,

오늘은 아빠 따라 아빠 사무실 간다고 안 하던 떼도 쓴다.

이렇게 한 달은.... 정말... 어쩐다나....

 

아빠는 출근하시고

엄마는 학생들 반찬 한다고 바쁘고,

혼자 레고 하던 아들이 갑자기 바이올린을 찾는다.

그래서 수리를 해야 하는 작은 바이올린을 줬더니만,

누나들이 사용하던 바이올린을 가지고 기타를 연주하는 울 아들.

고쳐야 하는데 울 아들은 첼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안 고쳤더니

저리 대롱대롱 매달고서는 기타 치듯 노시네.

장난감 기타를 하나 사주든가 해야겠다.

 

정말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다 싶다.

밖을 나가면 안 되고 사람들이 만나면 안 되는 그런 시간 말이다.

그저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