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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Pécs 와 Seged에 가서 마스크를 나눠주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3. 25.

부다페스트 세멜바이스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나누어 줄 때는 따스한 봄날이었다.

햇살도 어찌나 좋던지.

그런데,

Pécs로 가는 월요일 아침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다.

3월 23일 꽃이 핀 봄에 말이다. 한 겨울에도 안 오던 눈이.

 

피츠 내려가는 길,

눈이 점점 더 내리고, 앞이 잘 안 보이고,

 

며칠 전에는 20도였는데....

 

 

울 아들은 그저 신나고 재밌단다.

 

주말에 장 보다가 하겸이 마스크를 잃어버렸다.

바로 걷던 길 다시 되돌아가서 여러 번 보았지만 눈에 안 띄었다.

누군가가 바로 주어갔나 보다.

성인용을 대충 씌워서 절대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하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추웠다.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몰아지고,

학생들이 마스크 3장씩 받고는 주문한 식품을 받기 위해서

케리어를 가지고 와서들 기다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식품점을 하시는 이 영인 사장님이 함께 동행해 주셨다.

미리 학생들이 부탁한 쌀, 라면... 등 부식을 가지고,

300여 km 떨어진 이곳까지 말이다.

학생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쌀과 라면일 것이다.

특히나 피츠는 100% 유학생들만 있는 곳이라서 한국식품이 귀하고

어린 유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을 하는 곳이다.

이날도 마스크 나누어 주는 것이랑

식품 나누는 것도 학생들이 명단을 가지고 알아서들 잘해주었고,

이 먼 곳까지 귀한 시간 내서 와주신 이 사장님께 감사했다.

 

 

울 아들 이 와중에 숨바꼭질하고 싶다며 열심히 숨고,

아빠랑 놀자고 뒤에 매달린다.

 

어린 여학생이 직접 구웠다면서 빵을 주고 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잘 구웠다.

감사~~~ 땡큐~~~~ ^  ^

 

다 끝내고 차에 타는 신랑이 준다.

초콜릿에 손 편지 써서 주고 갔단다.

고마워라~~~

다들 아프지 말고 조심조심 또 조심하면서 공부들 잘 마치시고.

 

화요일, 아침,

세게드로 갔다.

다행히 날이 좋았다.

 

 

 

 

세게드 약속 장소까지 30여 km 남았는데...

뭔 일인지 30여분 서있었다.

사고인가 했더니 화물차가 서있고, 견인 준비를 한다.

에고... 하마터면 늦을 뻔했다.

 

세게드는 도서관 앞에서 만나서 마스크를 주기로 했다.

이미 도서관은 문을 닫았지만,

세게드 총장이 이태리를 다녀와서 코로나19에 걸렸단다.

 

체감온도 영하 1도라고 하는데 너무 춥다.

어제도 많이 추워서 나중에는 하겸이랑 차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옷도 얇게 입고 와서... 너무 추웠다.

 

 

 

 

 

우리 아들 아빠가 형아, 누나들에게 마스크 나누어 주는 동안 킥보드 타더니

추웠나 보다. 차에서 그림 그리겠단다.

 

 

오늘도 이 영인 사장님이 학생들이 부탁한 식품을 싣고 와주셨다.

이 먼 곳까지....

 

 

학생들 마스크 3매씩 받고,

식품 자전거에 싣고들 돌아간다.

 

 

세게드는 자전거 통학을 많이들 한다.

걸어가는 학생들은 쌀을 머리에 이고 가고,

자전거에 싣고 가고,

그리고

이 영인 사장님이 몇 명은 집에 갖다 주셨다.

 

출발하던 남편이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커피 두 개를 가지고 온다.

학생 한 명이 주었단다.

감사해라~~~~

오랜만에 달달한 카푸치노 마셨다.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셨었는데..

헝가리의 진한 블랙커피로.

 

이곳도 어제 온 눈이 쌓여 있었다.

 

울 아들 돌아오는 길 깊이 잠이 들었다.

피츠랑 세게드는 오가는 고속도로에 그 흔한 맥도널드도 없다.

그냥 주유소만....

집에 와서 배고프다는 울 아들.

형아, 누나들 라면 박스 가져가는 것을 보더니

집에 가면 짜장 국수 해달라고 해서

바로 짜장 끓여 주었다.

 

세멜바이스는 124명에게,

피츠는 80명, 세게드 80명에게 마스트 3매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급하다 연락이 온 분들에게 나머지는 드리고.

다 끝났다.

이제 모두들 조심조심하면서 공부들 잘 마치고

여름 방학 맞아 집에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