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가야 했다.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이젠 어디를 가다가 경찰이 물어보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우체국에 가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되니까
태산이랑 다 같이 나가기로 했다.
마스크 착용하고, 울 아들은 헬멧에 안전조끼까지 입고.
오전 9시 부터 12시까지는 65세 이상이 장을 보고 이용을 한다고 하는데 우체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12시를 넘겨서 도착할 수 있게 출발을 했다.
오~~ 내 새끼 넘 멋지네.
이쁜것들.
둘이 어찌나 잘 가는지.
하겸이가 자전거로 왔기에 계단을 피하느라 돌아 돌아 그리 우체국으로 갔다.
하겸이랑 태산이는 맥도널드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헝가리 정부에서 모든 음식점, 카페 모두 안에서 먹을 수 없게 했다.
오직 포장해서 가지고 가는 것만 허용이 되기에,
우린 맥도널드 저 자리에서 항상 태산이랑 쉬면서 너겟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었었는데...
하은이 혼자 맥도널드로 가고
우린 밖에서 기다렸다.
문도 다 닫고 한쪽 문 하나만 열어 놓았다.
설마... 페스트 푸드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맥도널드 안에 저런 줄을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거리두기다.
손님은 저 줄에 한 명씩 기다렸다가 주문을 한다.
손님과 직원 사이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막아 놨다.
마스크는 당연히 착용하고 돈이나 카드만 주고받을 수 있게
작은 구멍만 있다.
동네 야채가게도, 작은 슈퍼도 다 저렇게 투명 플라스틱으로 칸막이를 했다.
안에 선에 따라 3명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린다.
이 줄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헝가리 사람들은 원래 조용히 기다리는 것을 잘하긴 하지만
참 잘 참고 정부의 지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키는구나...
한국은 사람도 너무 많아서 이렇게 한다면 오히려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은이 학교 쪽 마켓은 직원들이 저런 이상한 헬멧을 쓰고 계산을 한다.
물론 투명 플라스틱으로 칸막이도 했다.
헬멧이 너무 재밌다.
그래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안도감을 주고
이렇게들 하는데 빨리 코로나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헐~~~~
우체국 앞에 줄이 길다.
문 앞에서 직원이 한 명씩 안의 상황을 봐가면서
한 명씩 들여보낸다.
나도 세금 용지서를 들고 직원한테 보여주면서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를 알려주고
기다리니 한 명이 나오면 한 명을 들여보낸다.
모양과 색은 달라도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있고
라텍스 장갑을 끼신 분들도 눈에 띈다.
나도 가방 안에 라텍스 장갑을 넣고 다닌다.
손 닦는 것도.
내 새끼.
요즘 살이 너무 쪄서 무릎과 발목이 아파서 스틱을 들고 걸었더니
우리 아들 스키 스틱 같다면서 스키 타는 흉내를 낸다.
맥도널드에서 먹을 수가 없어서
옆에 있는 의자에서 잠시 쉬면서 먹는데...
누나~~ 태산이가 자꾸만 달라고 해~~~
울 태산이는 하겸이가 먹는 너겟을 너무 좋아한다.
하나 얻어먹었지만 더 먹고 싶은 태산이.
결국 누나 치킨 버거 안의 닭고기를 태산이가 다 먹었다는. ㅎㅎ
한쪽에서 태산이랑 하겸이랑 너겟 먹으며 좀 쉬고 있는데
경찰차가 마이크로 뭐라고 하면서 다닌다.
하은이 말이
빨리빨리 집으로 들 돌아가고
특히나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방송이라고 한다.
코로나 대응에 적극 협조하라는 방송이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국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신다.
안에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면 헝가리 사람들 참 조용히 잘 기다린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장과 기차역.
사람이 4~5명뿐이다.
언제까지 이러려나....
정말 큰일이다.
예쁘네...
나도 우리 집 문 앞에 이렇게 해 놓을까?
집집마다 출근하지 않고 학교, 유치원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정원을 가꾸고
청소들을 하신다.
울 태산이 보더니 너무 잘생겼다며 칭찬을 해주신다.
오랜만에 우리도 씨야~~~ 씨야~~ 열심히 인사하면서 걸었다.
특히나 우리 태산이 보고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주시니 더
기분 좋아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에서 우체국까지 왕복을 했는데
9 천보 걸었단다.
난 만보는 훌쩍 넘을 줄 알았는데....
매일 만보 이상은 걸어야 할 텐데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하려나 고민이 된다.
울 하겸이 자전거 타고 다녀와서는
낮잠을 안 자던 우리 하겸이가 낮잠을 잤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다녀야 하는데.
태산이도 오랜만에 먼 거리 다녀왔다고 조용하다.
헝가리 사람들은 참 조용히 정부가 하라는 대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자영업자들, 작은 회사들... 다 힘들 텐데,
오랜 사회주의 여서 일까?
장보는 시간도 다들 잘 지킨다.
1미터 이상씩 거리두기도 잘 지킨다.
스탑 샾에 가보니 반 이상의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거의 사람이 없고,
차들도 많지 않다.
우리 아들이 처음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차들이 거의 없었다.
헝가리 사람들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정말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길어지면 아니 지금도 모두들 힘들겠지만 특히나 어려운 사람들은 길어질수록
더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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