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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좋은 이웃과 함께 평안하게 잘 지냈기에 감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4. 5.

부다페스트에서 4년을 살  동안에도 참 좋은 이웃이 있어서 편했었다.

내가 살던 다운타운 안의 유럽식 오래된 아파트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살았는데

항상 친절했고, 한국 음식 냄새가 나면 내려오셔서 어떤 음식인지 물어보며 궁금해하시고

헝가리 말을 잘 못하는 나에 이것저것 직접 보여주시고 알려 주시곤 했었다.

이르드로 이사 와서 21년이다.

그동안 이웃과 참 잘 지냈다.

그건 우리가 사는 길에 사시는 헝가리 분들이 다 점잖고 조용하신 분들이라서 가능했다

돌아가신 옆집 할아버지는 퇴근이 늦는 나를 위해서

우편물이나 소포도 대신 받아 놓으셨다가 저녁에 내 차가 들어오면

갖다 주시곤 하셨다.

눈이 오면 슬쩍 우리 집 앞도 쓸어 주셨다.

 길 건너 꽃집 아줌마도 갑자기 온 항공우편물을 받아 주시고,

이 동네는 조화나 화분만 팔리고 꽃이 안 팔린다면서 꽃을 사러 가면

항상 오히려 미안해하고 정말 싼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다.

양로원으로 가셨는지.... 앞 집 할아버지는 무공해 유정란 계란을 우리 집 대문 안쪽에

걸어 주시면 내가 빈 통에 돈을 넣어 할아버지 집 안쪽에 다시 걸어 주곤 했었다.

오늘 낮에 산책을 하는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마당정리를 하고 계셨다.

우리가 이사 와서 지금까지 함께 사시는 분들이다.

우리 집 양 옆에 사신 할아버지 두 분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두분이 돌아가시고, 계란 주시던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듯 안 보인 지 오래되었다.

우리 딸들이 장군아, 미아, 스누피, 그리고 지금 태산이 산책할 때마다 함께 이야기 나누시는

할머니가 오늘도 우리 딸을 붙들고 20여분 이야기를 하신다.

가스불에 올려놓은 음식 때문에 할아버지가 안 나오셨다면 이야기가 더 길어졌을 것이다.

 

할머니는 하은이나 하빈이가 태산이를 (그전에는 스누피) 데리고 산책을 할 때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신다고 이미 들었었다.

오늘도 할머니가 이 동네 이야기를 하시고, 우리 딸들 어릴 때 이야기도 하신다.

그러시면서

"너희 옆집에 새로 이웃이 왔지? 아는 사람들인데 조심해야 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저 집이 이사 오고부터 너무 시끄럽고 분주해"

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집에서 나올 때 새로 이사 온  우리 옆집을 향해서 길 건너에서

아이들 데리고 가던 두 집이 큰 소리로 서로 인사를 한다.

길 건너가서 서로 가까이에서 대화를 하면 좋으련만 큰길을 사이에 두고

아주 큰소리로 서로 계속 이야기를 한다.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그들의 대화를 다 들을 수 있게 말이다.

이러니 헝가리 할머니들이 싫어할 수밖에.

그냥 길 건너서 서로 안부 묻고 대화하고 갈 길 가면 되련만.

이웃 할머니가 어쨌든 조심하라고 하신다.

헝가리식 집이라서 우리도 이웃과 담장이 가슴높이의 그냥 허술한 철조망이고

서로 다 들여다 보인다.

그래서 우린 양쪽 이웃과 바비큐 고기도 서로 나누고, 쿠키나 케이크를 구우면 또 서로 나누며

지냈었는데....

한쪽은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딸 가족이 들어와서 살고,

다른 쪽도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딸이 세를 놓아서 집시 가족들이 이사와 살게 된 것이다.

정말 이젠 우리가 이사를 해야 할 때인가 보다.

 

할머니에게 마스크가 있는지 여쭈어 보니 없으시단다.

그래서 마스크 4장을 드렸다.

할아버지랑 장 보러 가실 때 착용하시라고.

울 아들 언제까지 이리 마스크 하고 산책을 나가야 하려는지....

 

또 다른 이웃이다.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마당의 텃밭을 갈아엎으신다.

할아버지는 포도밭을 가꾸신다.

꽃밭도 어찌나 정갈하게 예쁘게 가꾸시는지,

너무 예쁘다고 말씀드리고 사진을 찍었다.

 

헝가리 사람들은 마당에 한편에는 포도나무를 많이 심으신다.

아마도 포도주를 담기 위해서인가 싶기도 하고.

우리 집 동네 대부분의 집들이 마당 둘레로 포도나무를 심어서 가꾸신다.

그 아래는 다양한 야채를 심으시고.

 

이 집 강아지도 나이 들어 이젠 잘 안 보인다.

우리 태산이가 산책 나오면 반갑다고 담 장 넘어왔다가

아저씨가 부르면 문으로 다시 들어가서 우리를 웃게 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한 블록 더 아래쪽으로 돌았는데 깜짝 놀랐다.

어째 이곳은 집을 짓다가 말고 대충 가리고 사는 집들 대부분이었다.

 

항상 우리 집 뒤쪽 길로만 다녀서 몰랐었다.

한 블록만 더 아래로 내려오니 허름한.. 집들이 많았다.

이제 이르드도 세대 교채를 하나 보다.

허름한 집들을 부시고 새 집들로 계속 짓고 있는데

이 뒤쪽은 아직도 이렇게 있으니 좀 놀라웠다.

 

 

어려고 싶어서 우리 태산이 매일 산책 나가자고 조른다.

친구도 만나고 난 산책 나왔다고 자랑도 하고.

 

 

 

 

 

 

 

좋아 죽겠단다. 우리 개 아드님.

아빠가 오래전 김치 버무리던 고무통을 씻어서

이젠 우리 태산이 목욕통으로 물을 받아 주었더니

무지무지 좋아한다.

앞으로 산책 나가기 전에 물을 받아 놓고 다녀와야겠다.

 

친절하고 따뜻한 이웃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떠나시고,

앞 집 꽃집 아줌마는 자주 아프다고 문을 닫더니

얼마 전 수술을 했다고 붙여 놨었다.

그리고 요즘 문을 닫고 있다.

낯선 이웃들이 조금씩 우리 주변으로 이사 와서 산다.

할머니는 요즘 너무 외로우신가 보다.

산책 나간 하은이를 붙들고 우리 딸들 어릴 때 이야기, 우리 집 스누피 이야기,

집 나온 우리 태산이 잠시 집에 돌봐준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하은이가 집에 와서 마스크 4개를 갖다 드렸다.

그러자 남편이 우리 동네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마스크 5장씩 드리자고 하신다.

아들 손 잡고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