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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병원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4. 9.

아침 일찍 일어나서(요즘은 느긋하게 일어나기에) 아침 대충 준비해 놓고 병원에 갔다.

좀 일찍 가서 기다려야지 싶어서...

항상 이르드 병원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르드에 있는 유일한 병원인데 전에는 입원실도 있었고 간단한 수술도 했었는데

몇 년전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는 입원실을 없애고 그냥 검진만 한다.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 부다페스트로 보낸다.

언제나 줄이 길고 오랫 동안 기다려야 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일찍 갔는데...

사람이 없다.

 

아침 7시에 병원에 도착을 하니 병원 밖에 5~6분이 줄을 서셨다.

병원 철문을 닫고 아저씨가 한 명씩 확인하고 들여보내는데

피검사, 소변검사하는 사람들부터 들여보낸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이 열을 잰다.

나도 내 순서가 되어 들어갈 때 이마에 열을 재고 나서 들어갔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라텍스 장갑을 끼고 계셨는데

어떤 분은 천을 줄로 엮어서 마스크처럼 쓰고 계신다.

나 혼자 잠깐 차에 있는 마스크를 드릴까? 고민하다가  내 순서가 되어서 들어갔다.

 

라텍스 장갑 위에 소독약을 뿌려준다.

손바닥과 손등에.

그리고

열이나 기침이 있었는지, 2주 사이 해외에 나갔다 왔는지,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을 만났는지... 계속 묻고 아니라고 답을 하자

사인을 하란다.

이름도 쓰고.

그리고 접수 창고에 가니 비닐로 막고는 의료보험 카드를 그냥 높이 들어서 보이란다.

그런 다음 안과로 가라고....

헝가리도 나름 철저히 소독하고 거리두기도 하고 노력을 한다.

 

헝가리 전체가 다 똑같겠지만 이르드도 노인인구가 많다.

정말 저 복도에 아침 일찍부터 어르신들이 다 앉아 계시고 기다리고 하는데...

한 명도 없다.

 

 

 

안과 앞에서 기다리는데... 의사가 안 왔나?

분명 7시 30분이라고 했는데...

그냥 궁금해서 보니 의사 5명이 일주일 동안 돌아가면서 진료를 하는데...

참... 이럴 때 우린 하는 표현이 있다.

헝가리니까....

치과도 이런 식이다.

헝가리 병원은 내 의사 시간에 맞춰서 환자가 움직여야 한다.

의사가 이런저런 것을 간단히 묻더니

눈에 안약을 넣고는 밖에서 20분을 기다리란다.

20분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 할머니 한분만 봤다.

세상에....

이르드 병원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20분이 지나서 간호사가 불러서 들어가니

너무나 밝은 빛으로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괜찮단다.

그냥 돌아가서 살다가 너무 불편하면 병원 말고 클리닉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며

진단서랑 클리닉 주소를 준다.

헝가리 의료보험은 좋아서 돈은 내지 않는다.

한 푼도 안 낸다.

약값도 의료보험이 있으면 정말 무지 싸다.

그런데.... 너무 많이 불편해지면 그때 클리닉으로 가라 하니

어쩌겠다. 그래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빵을 샀다.

어제 할머니가 직접 담으신 살구잼을 주셨기에 아침으로 먹으려고.

 

어제 산책을 나가는데 할머니가 기다렸었는지 나오시더니

살구잼을 주신다.

본인 마당에서 수확한 살구로 만든 잼이라면서 너무너무 맛있다며 먹으라고 주신다.

전에 마스크를 드렸더니 그게 고마우셨나 보다.

먹고 맛있으면 더 주시겠다시면서...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살구잼은 너무 달지 않아 좋았다.

빵보다는 뻘러찐따 만들어서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 이웃지기 사모님이 찐빵을 쪘다시며 가는 길에 들리라 연락을 주셔서

야채가게 가는 길에 들러서 찐빵을 받아 왔다.

안에 팥도 직접 만드시고 말린 국화랑 도라지 꽃을 넣어서 만든 찐빵이

부드럽고 안의 팥이 내가 사다 넣는 거랑은 풍미가 다르다.

너무 맛있어요~~~

카톡으로 인사드리고 커피에 먹었다.

 

아침에 넣은 안약이 하루 종일 불편하고 왼쪽 눈을 뜨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요 날파리 한 마리는 계속 내 앞에서 날아다닌다.

이러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겠지....

그냥 속 편하게 잠시 동거하기로 했다.

 

금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부활절 연휴인데....

이동제한 중이라서 이 황금연휴 동안 지금처럼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니

한숨만 나온다.

대형마켓들이 문을 닫을 테니 장을 보러 다녀와야겠다.

얼마 전,

냉장고를 보니 세상에....

감자밖에 없어서 감자 전을 해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은 감자전이 너무 맛있어서

감자 한 포대 사다가 매일 저녁 감자전을 해 먹는다.

하루 세끼가 왜 이리 힘든지.. 요즘은....

 

우리 하은이가 좋아하는 감자전이라서

울 딸 집에 와 있는 동안에는 매일 감자전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