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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이웃에게 잔디 깍는 것을 부탁했는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4. 25.

아침에 뒷마당에 나갔던 남편이 들어오면서

오늘 옆집 아저씨가 마당 잔디를 깎기로 했다며 돈을 주고 나간다.

항상 와서 잔디를 깎아 주던 할아버지가 전화를 드렸더니

이젠 안 하신단다.

그런데 아침에 우연히 옆집 아저씨를 만난 남편이 부탁을 한 것이다.

 

아침 11시쯤 오셔서 시작한 잔디 깎기는

대문 밖 우리 담 장까지의 호두나무 아래와

앞마당, 그리고 뒷마당인데...

잔디 깎는 기계가 좀 문제를 일으키는지 자주 소리가 안 나고,

또 자주 쉬시고...

그러는 사이 오후가 되었다.

뒷마당 잔디를 깎는데 옆집 아이들이 아빠를 보고는

"아빠~~ 아빠~~" 부르더니

나중에 보니 아이들이 뒷마당 담장을 넘어와서 우리 마당에 있다.

그 순간 당황스러움은....

그냥 집 안에 머물면서 모른 척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고.

담이 워낙 낮아서.... 담이라기보다 서로 경계 표시 정도라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 두 명이 훌쩍 담을 넘어와서

잔디 깎는 아빠 옆에서 논다.

이런.....

 

아이들은 한 20여분 머물다가 다시 담장을 넘어서 돌아갔다.

앞으로 어쩐다나.....

옆집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제일 중요하지 싶다.

미리 지레짐작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아빠 때문에 궁금해서 잠시 담 넘어온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루 종일 대문을 열어 두었는데

앞 베란다에 갇혀 있던 태산이가 참다가 참다가 인내심이 다했는지

닫아 놓은 문을 뛰어넘어 뒷마당으로 와서는

잔디 깎는 아저씨 옆에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집 밖으로 나간 줄 알고 엄청 놀래고,

하겸이가 태산이 뒷마당에 있다는 말에 안심하고 대문을 닫았다.

다음에 잔디 깎을 때는 대문을 열어두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닫아 놓기도 힘들고...

 

전에 잔디 깎던 할아버지는 잔디 깎는 기계랑 모든 도구를 차에 싣고 오셔서는

3시간?  길어야 4시간이면 다 정리하시고 가셨었다.

그런데

중간에 물달라하셔서 두번을 물과 아이스티, 음료수를 드리고,

또 커피 달라 하셔서 커피 드리고

무엇보다

긴 시간 사람이 있으니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앞 베란다에 갇혀 있는 태산이가 안쓰럽고.

좀 빨리 끝내주시면 좋겠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인터넷 수업 끝나고

궁금한 우리 아들 뒷마당에 나갔던 아들이

꽃을 갖다 준다.

너무 예쁘다. ^ ^

 

오후 6시에 남편이 퇴근을 했는데 그때도 뒷마당 잔디는

반이상 남아 있었다.

누가 보면 우리 집 마당이 어마어마 큰 걸로 착각할 듯...

퇴근한 남편이 오면서 사온 켄터키 치킨이랑 빵이랑 간단히 먹고

신경 쓰인 남편도 뒷마당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옆집 다른 가족(형제인지....)이 도와준다고들 오셨다.

갑자기 벨을 누르고 오셔서 이것저것 남편에게 묻고

빗자루 들고 깎은 잔디 정리를 돕겠다고 같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 대문이 열려 있고, 대문 밖 호두나무 아래를 청소하니,

울 태산이 앞 베란다 문을 또 점프해서는..

이번에는 뒷마당이 아닌 문밖을 나갔다.

어찌나 놀랐는지 식겁했다.

대문이 열려 있었도 안 나가는 태산인데...

처음이다.

우린 태산이 앞에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는데 다 대문이 열렸을 때

나가서는 사라졌고,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야 해서

대문 열리는 것에 워낙 민감한데...

우 씨.... 오늘 잔디 깎는 다고 대문 열었다가 여러 번 놀랜다.

 

태산이 밖으로 나갔단 말에 남편이랑 하겸이가 태산이 찾으러 나가고...

집에 안 들어오고 더 산책하고 싶어 고집부리는 태산이

아빠한테 끌려 들어오고,

옆집 아줌마는

나에게 빨래는 어떻게 하니, 어떤 세제를 사용하니,

무슨 음식을 요리하니.. 질문이 많다.

큰 아이는 9살이고, 작은 아이는 7살이란다.

그리고 또 어린아이들이 여럿인데...

하겸이가 혼자이니 앞으로 자기 집에서 같이 놀게 하란다.

헝가리 말 좀 알아듣는 우리 아들

"엄마, 나 보고 자기 집에 와서 놀아도 된데.

나 내일 놀러 가도 돼?"

이런....

어쩐다나...

시간이 좀 필요한데.

"누나가 저 형아랑 친구가 예쁜 말을 사용하는지

한번 보고 엄마가 생각해 볼게"

혹시나 심한 욕이나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되지 싶다.

학교에 그런 말 배워서 사용했다가는 큰일이지 싶어서.

얼마 전, 오후에,

오늘 우리 집에 온 여자분 말고 젊은 다른 엄마가 어린 아들을 혼내는데

어찌나 큰소리로 악을 쓰면서 혼을 내는지...

부엌 창문에서 보는데 전형적인 집시 엄마였다.

그래서

하겸이 보내서 같이 놀게 하라는데 선뜻 대답이 안 나왔다.

그래도 미안해서 하겸이 가지고 있는 공 중에 하나를 담장 넘어로 선물했다.

 

남편은 6시에 퇴근해서 계속 아저씨 잔디 깍는 동안

뒷마당 일을 하고,

울 아들은 그저 신났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곤충을 잡겠다며 다니더니

무당벌레와 내가 이름을 모르는 벌레를 잡아 왔다.

옆집 아저씨 뒷마당 잔디 깎는 동안 울 신랑도 계속 나무정리하고

오늘 잔디는 밤 8시 45분에 끝났다.

아침 11시에 시작한 잔디깍기가.

해 떨어지고 밤이 되어서야.

그래도 울 신랑은 마당이 깨끗해 졌다며 좋다하는데

난 두번다시 옆 집에는 안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종일 태산이 갇혀있다 뛰어넘어 탈출하고,

열린 대문 밖으로 나가고,

잔디깍는 동안 계속 신경이 쓰이고,

정말 가든업체에 부탁하는게 나을듯 싶다.

작년에 한번 부탁을 했는데 3분이 와서는 2시간만에 끝내고 갔었다.

비용은 옆집 아저씨보다 5천포린트 더 줬었는데 그게 나을듯 싶다.

오늘 하루는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머리아프고 피곤한 날이다.

이제 ...

옆집 아이들과 하겸이가 같이 놀아야 할 듯 싶은데,

자꾸 인사를 하고

하겸이가 뒷마당 나가면 말을 걸고 할테니..

하은이 한테 일단 부탁을 했다.

뒷마당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대화좀 해보고

아이들 말하는 거 좀 들어 보라고.

심한 욕이나 성적 표현만 사용안하면 가끔 놀아도 되지 싶긴 한데..

좀 어렵다.

하은이 말처럼 아무나 그렇게 쉽게 담장을 넘어서 남의 집 마당에서

놀지는 않기에...

아빠가 잔디를 깍으니 궁금함에 그랬으려니 하지만서도.

어쨌든 숙제를 하나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