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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하루 종일 학 다리 하고 서서 김치를 담았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4. 29.

전날 퇴근한 남편 손에 며칠 전에 한국식품점에 주문한

한국 무가 한 박스 들려 있다.

(한인 식품점 여러 곳 중 한 곳에서 미리 주문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도 주문을 했다. 한 박스)

깍두기랑 무우 생채 담아야겠다 생각하고 아침에 소금이랑 파를 사 가지고 왔다.

무를 자르는데 전화가...

지난주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명이가 집 앞에 도착을 했단다. 9kg

갑자기 일이 몰렸다. 

오랜만에 큰 무를 썰다 보니 손목이랑 팔, 손바닥... 안 아픈 곳이 없다. ㅠㅠ

헝가리에서는 꺼럴라비(콜라비)로 깍두기, 생채..만들어 먹으니 주먹만 한 테.

이건 크다.... 물론 한국에서 김장에 사용하는 무는 이것보다 더 크지만.

오랜만에 팔뚝만 한 무로 깍두기 담았다.

무우 3개로는 무우 생채를 담았다.

익혀서 들기름 넣고 비벼 먹고 싶어서.

남편이 저녁에 와서 깍두기랑 무생채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그렇게 큰 박스에 가득 담겨 있던 무가 요것밖에 안되느냐고.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명이 9kg가 아침에 도착을 했는데...

힘들다고 내일로 미룰 수가 없다.

오늘 안으로 명이 김치를 담가야 한다.

무공해로 깨끗하지만 그래도 씻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 ㅠㅠ

정말 학 다리하고 서서 몇 시간을 씻었다.

손이 퉁퉁 부르텄다.

요런 민달팽이가 명이에 붙어 있기도 해서 잎 하나하나 잘 씻어야 한다.

처음 명이 김치를 담글 때 씻어 놓은 명이 양을 보고 양념을 많이 만들었다가 너무 짜서....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명이가 하루만 지나도 반으로 줄고 이틀이 지나면 1/4일로 줄어든다는 것을.

그래서 양념을 대충 감으로 만들고 명이가 숨이 죽으면 씻어 놓은 명이를 또 올려서 섞어 주고

숨이 죽으면 또 올려서 섞어 주고 저녁 늦게까지 했다.

아침에 보니 그렇게 많던 명이가 요렇게 반으로 줄었다.

중간에 몇 번 뒤집어 주고 저녁에 김치 통에 넣기 전에 간을 한번 더 보고 나서 넣으면 끝.

명이 장아찌, 명이 김치는 정말 맛있는데 

한 잎 한 잎 씻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에게 주는 보상.

예쁜 커피 잔 꺼내서 커피를 마셨다.

보통 머그잔에 마시는데.

이틀 동안 성경을 쓰지 못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오전에 시간이 좀 나네.

다음 주부터 울 아드님 학교에 가면 오전에는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