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에 나가서 꽃이랑 묘목을 사 가지고 왔는데
비가 와서 잠시 앞 마당에 놓고 비 그치면 심어야지 했었다.
잠시 쉬고 밖에 나간 남편이 한숨 쉬며 들어온다.
울 태산이가.... 이제 8살이나 넘은 나이 많이 먹은 울 태산이가....
사온 묘목 중 2개를 물어서 부러뜨렸단다....
어이가 없어서.
밥 주고 간식 주고 이 닦으라고 껌도 주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 개 과자도 주는데
왜!!! 이 노므자슥이~~~~
엄마가 좋아하는 하얀 장미를 사 왔더니만 그새 사고를 쳐.
소리치고 노려보고 째려봐도 난 몰라요~~~ 증거 있어요? 블랙박스 있어요?
표정이다.
아들이랑 아빠랑 사온 꽃들을 옮겨 심고.
울 아들 열심히 물 통에 물 담아서 주고.
잘 자라라~~~~ 토닥토닥해주는데.
아무래도 태산이가 심상치 않다.
잘 자리 잡고 꽃을 피워야 하는데
어느 날 울 태산이 심심하다고 심술부리면 어쩌나 은근 신경이 쓰이네.
너 그러기만 해 봐. 엄마가 아주 혼내 줄 거야.
산책도 없고, 간식도 없고 하루 종일 줄에 묶어 놓을지도 몰라 알았어?
경고를 하는데 귀가 내려간 것이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거 같긴 한데....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니 그것이 문제다.
아빠가 응급처치로 테이프 깁스를 해주긴 했는데...
하루 만에 위쪽이 시들어 가는 것이 응급처치가 별로 효과가 없는 거 같다.
울 태산이... 이 노므자슥 비싼 꽃은 또 어찌 알고
제일 비싼 걸로다가 두 동강이 내놨다.
난 파리지옥을 사다가 베란다에 놓으면
알아서 자기가 파리나 벌레를 잡아서 먹는 줄 알았다.
뒷 베란다는 하루 종일 볕이 잘 들어 덥기도 하고
가끔 유리로 된 곳이라 파리나 특히 벌이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빙빙 돌다가 죽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식충식물을 키우고 있다는 분 말씀이 스스로 안 먹는 단다.
벌레를 잡아서 입에 넣어 줘야 한다고.
어이가 없어서리.
우리 집에는 스스로 알아서 먹고, 씻고, 대소변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울 태산이랑 캔디, 호박이.
그리고 조용히 있지만 그래도 매번 물 주고 햇볕 챙겨줘야 하는 화분들.
그런데
욘석은 이제 내가 벌레까지 집아서 먹여줘야 한다니...
어이가 없네.
그래도 울 아들이 너무 예뻐라 하면서 좋아하니 어쩌겠나.
아침부터 혹시 파리 죽은 거 없나, 냄새 맡고 집안에 들어온 파리 있나 찾기 시작하고.
내 팔자야.
이젠 제발 파리 한 마리 집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으니....
내 간절한 바램이 전해졌나 아침부터 파리 한 마리가 눈에 띄고,
전 같으면 약을 뿌렸겠지만 숨도 안 쉬고 집중해서 파리채로 잡았다.
그리고 핀셋으로 죽은 파리를 잎 안에 넣어주니 잎을 닫고 파리를 감싸는데,
피아노 아래 작은 죽은 파리가 눈에 띄네?
이게 웬 횡재야~~~ 너무 신나서 죽어서 이미 말라버린 작은 파리를 줬는데 잎을 꼭 아무리지를 않는다.
아~~~~
지금 막 잡은 신선한 파리는 바로 알아보고 못 도망가게 꼭 닫는데
어제쯤 죽어서 말라버린 파리는 별로 맘에 안 드신다 그건가?
아침부터 파리 찾고 죽이고, 죽은 파리 발견하고 좋아하는 내 모습이 참 어이가 없다.
아침부터 신이 난 울 아들의 행복한 모습에
그럼 그럼~~ 엄마가 오늘 파리 많이 잡아 놓을 께.
약속을 하고 아들은 학교에 갔다.
음.... 신선한 벌레가 좋다 그거지?
울 아들을 위해서 파리 잡는 거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벌 인들 못 잡을 까.
아침에 장을 보다가 태산이 물통을 발견하고 신나서 샀다.
앞으로 더워지면 울 태산이 산책할 때 힘들어하니 물병이 꼭 필요해서리.
그리고 조만간 털 갈이를 하니까 개통령 강 형욱 선생님이 좋다가 한 빗이랑 비슷한 게
있어서 샀다.
계산하다가 정신이 번쩍.
헐~~~ 저것이 뭐라고 비싸네.
그리고 뭔 이쁜 짓을 했다고 내가 이런 걸 사?
어제 바로 묘목 두 개나 두 동강이 내놓은 녀석을.
증말 내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리... 이것도 태산이 니 복이다.
엄마 기억력이 꽝인거.
우리 아들은 식충식물이 궁금하다.
앞으로 당분간은 식충식물을 탐구할 것 같고 계속 해서 식충식물에 대한 지식을
엄마에게 말해줄테니 엄마는 똑똑해져야 하는데 벌써 한숨이.
엄마~~ 이거 뭐라고 했지?
하고 물으면
아...엄마 또 까먹었다. 뭐였지? 이름이 너무 어려워~~~
이럴게 뻔해서리....
내가 아는 건 파리지옥 한글이름 그거 하나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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