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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어느새 결혼 26주년이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5. 9.

5월 6일이 결혼기념일이다.

1995년 5월 6일에 결혼을 했다.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5월 17일에 헝가리로 왔다.

그리고 26년을 살았다.

처음에는 5년? 그러면 한국으로 다시 갈 줄 알았다.

그러다 두 딸을 낳고 작은 녀석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한국에 가야지 입에 달고 살았다.

두 딸이 대학을 갔는데 울 아들 헝가리에서 공부시키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에 아직도 헝가리에 살고 있다.

26년전에는 버진로드가 색동이었나?

아니면 예배당만 그랬나? 

저럴 때가 있었네. 울 신랑도 참 젊었다.

 

결혼기념일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어디로 예약을 할까...

고민하다가 처음 헝가리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서

식사를 했던 레미즈 식당으로 예약을 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된 듯 하지만....

1995년 헝가리에 처음 왔을 때는 입에 안 맞는

헝가리 음식(그때는 진짜 진짜 짰었다. 음식들이) 

때문에 다들 고생할 때 이 레미즈 바비큐 등갈비가

그나마 입에 맞아서 다들 이곳을 즐겨 찾았고,

웬만한 모임은 이곳에서 했었다.

울 아들 춥다고 담요 뒤집어쓰고 있는데 어째 히잡 쓴 듯..?

돼지 등갈비 뼈 담으라고 그릇도 주고....

음식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오늘은 결혼기념일이면서 옛날  오래전 함께 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온 식당이니까.

분수도... 놀이터도... 다 낡았다.

백신 카드가 있으면 실내 식사가 가능한데...

울 하은이가 백신 카드를 집에 놓고 와서 담요 덮고 밖에서 식사를 했다.

안에 한 테이블, 밖에 두 테이블....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고작 우리 포함 4 테이블이었다.

예전에는 빈자리가 없던 식당이었는데.

요즘 새로 생긴 좋은 식당이 많다 보니 오래되고 낡은 식당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있나 보다.

오래전,

1995년, 96년에 피아노를 배웠었다. 

결혼하고 헝가리에 와서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있다 보니 무료해서.

그때 나를 가르치던 기젤라는 이곳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었다. 

밖에서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있었고,

추운 겨울에는 안에서 연주를 했는데 그때 내가 

영화음악 악보를 기젤라한테 줬었는데.

요즘은 피아노 연주도 없네.

코로나 때문이겠지.

주말에는 좀 손님이 있으려나? 그렇겠지....

앞으로는 레미즈에 올 일이 별로 없을 거 같다.

집에 오는 길에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는 내 눈에 어????

동물병원 응급실이란다.

빨리 사진 찍었다.

혹시나 울 태산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로 오면 되겠구나....

예전에는 페스트 시내 중심에 있는 수의대 응급실로 갔었는데.

바로 집 가까이에 동물 병원 응급실이 있으니 안심이 된다.

며칠 전에 태산이랑 산책을 하다가 참나물을 발견했었다.

헝가리 사람들은 참나물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엄청 많았는데 담장 너머 길가로 까지 나있어서

참나물 몇 뿌리 뽑아서 집으로 왔다.

사내 녀석이라고 자전거를 타도 어째 저러고 타는지. 

집 뒷마당 담벼락 아래에 참나물을 심었다.

그런데 호미가 없어서 젓가락으로 파고 있으니

큰 녀석이 나를 보고 웃는다. 어이없다고.

이번에 한국에 가면 호미 하나 사 와야겠다.

옮겨 심은 참나물이 깊이 뿌리내리고 잘 자라주면 좋겠다.

그러면 초여름까지 계속 참나물 뜯어서

된장에 무쳐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은데.

잘 좀 자라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