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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작은 딸이랑 야밤에 데이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9. 26.

항상 집에만 있는 내가 딸들이 오면 나간다. 밖으로.

작은 딸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 해서

저녁 해질 때쯤 나갔다.

두나  강가로

26일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사용하지 않는

집안의 어떤 물건이든 밖에 내놓으면 구역 정부에서 

밤을 이용해서 다 처리해 주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일년에 한 번 있는.

집집마다 쌓아 놓은 쓰레기들을 무조건 밖에 내 놓기만 하면 되는 날이다.

그리고 집시들은 쓰레기들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모으러 다니는 날.

이 날도 버린 쇼파위에 아이들이 앉아 있다. 

자기들이 가져갈 거라고 찜해 놓고, 

아이를 앉혀 놓고 부모들은 다른 쓸만한 것들을 찾으러 다니고 한 번에 실어 간다.

바쨔니 띠르에 도착하니 운이 좋다. 주차 자리가 바로 눈앞에.

게다가 토요일이라 주차비도 무료.

누나랑 같이 사진 찍고 싶다는 아들.

그런데 누나 혼자 독사진 찍고 싶다 하는데 계속 장난이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 찍고.

울 아들 독사진도 찍고.

셋이 같이 찍어야지? 

울 아들의 말에 셋이 셀카도 찍고.

바쨔니 띠르에도 노숙자들이 많다.

그분들의 식수이기도 하고 씻기 위해서도 필요한 수도.

하겸이가 묻는다.

엄마 왜 저기서 먹고 자고 그래? 거지야?

울 아들 거지라는 말을 어떻게 알았지?

거지라고는 안 해. 집이 없어서 갈 집이 없어서 저곳에서 자는 거야.

추워지면 따뜻한 곳 찾아서 지하철 역이나 보호소로 가지.

왜 집이 없어?

집이 왜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부분 집이 없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우리 아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다.

왜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지내야 하는지.

Bride party를 하는 아가씨들.

헝가리에서 심심치 않게 보는 광경.

그런데 난 아직도 낯선 풍경이다.

결혼식 전에 친구들이랑 리무진 빌려서 시내를 누비면서 시끌벅적 요란하게

늦게까지 노는 아가씨들. 신부 파티.

뻘러찐따 먹기 전에 손 닦으라고 물휴지를 주었더니 테이블 닦는 아들.

여전히 줄이 길다. 울 딸이 오래 줄 서서 주문하고 갖다 주니 넘 좋다. 

하빈이는 햄이랑 버섯이 들어 간 뻘러찐따.

나는 블루베리랑 뚜로가 들어 간 뻘러찐따.

울 아들은 뉴텔라가 들어 간 뻘러찐다.

굳이 굳이 2층을 올라가 보겠다는 우리 아들.

그런데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다 해서 올라간 김에

화장실이나 갈까 해서 갔더니만

???? 잠겨있다.

영수증에 있는 핀코드를 넣어야 만 열리게 해 놨네.

그래서 그냥 내려왔다.

영수증 받아서 버리지 말아야겠구나. 

헐~~~~

또다시 누나 사진 찍는데 같이 찍겠다 하더니만 

누나 사진 찍는데 팔짝팔짝 뛰고 앞에서 왔다 갔다...

욘석 아예 방해를 하네.

작은 딸 덕분에 야경도 보고 날 좋은 날 걷기도 하고.

큰 녀석 시험 끝나고 시간 나면 같이 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