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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피츠 누가 교회 바자회에 다녀 왔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10. 3.

햇살 좋고 하늘이 높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날,

피츠에 다녀왔다.

피츠 누가 교회 의대생 성도들이 바자회를 한다고 해서.

권 권사님을 모시고 소풍 삼아서.

도대체 몇 년 만인지.....

피츠 누가 교회는 피츠에 있는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서 

생긴 교회이다. 

지금은 사촌 동생인 김 목사님이 의대생들과 함께 섬기고 있는데 

어른 하나 없이 온전히 의대생들만 있는 교회.

헝가리에 있는 4개 의대 중에서 졸업이 제일 어려운 의대라서 점점 신입생이 줄어들고 

있어서 의대생 성도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공부하느라 시간 없는 학생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바자회를 한다고 해서 내려갔다.

그 바자회 수익금은 항상 어려운 헝가리 가정에게 전달이 되고 있다.

소풍삼아.

점심을 누가 교회 바자회에서 사 먹고 시내 구경하고 올라오자고

11시부터 2시까지라고.

우리가 거의 12시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예배당 앞에 마련한 자리가 꽉 찼다.

음식도 많이 팔려서 수육은 마지막이라고.

피츠에 있는 한국 의대생들은 거의 다 모인 듯하다.

외국 친구들도.

의대생 성도들이 마련한 한인 축제처럼.

예배당(헝가리 개혁교단에서는 교육관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안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초상권이 있기에 뒷모습만.

수육(학생들이 어찌나 잘 삶았던지, 양념장도 맛있고),

잡채(당면이 좀 불었지만 그래도 돼지고기 넣은 것,

안 넣은 것 두 가지를 준비하는 섬세함.

아마도 돼지고기 안 먹는 외국 친구들을 위한 듯싶었다.) ,

주먹밥(소고기, 김치 두 가지), 김밥,

어묵 꼬지(따뜻한 국물에 싱싱한 파향이) ,

소떡소떡(울 아들은 소스 없이 두 개나 먹었다.) ,

옥수수 전(요건 달달해서 다들 좋아했다.)

많이 주문해서 김밥이랑 주먹밥은 포장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피츠까지가 거의 3시간(주유소 들리면) 거리라서

주유소에서 우리 아들 스티커 책을 하나 샀다.

생각보다 재밌게 노네.

원래는 2시까지였는데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음식이 모두 다 팔려 버렸다.

학생들 오랜만에 다들 모여서 한국음식도 먹고

하하 호호 웃음소리 끊이지 않으니 이 보다 좋으랴 싶다.

목사님이랑 학생들은 뒷정리를 하셔야 해서 

우린 권사님 모시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헝가리 어디나 그렇지만 피츠는 헝가리 최초의 도시다.

크로아티아랑 국경을 같이하고 유고 내전시에는 평화유지군이

이곳에 주둔했었다.

오랜 역사의 도시 피츠 올드 시티의 세체니 광장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헝가리 예배당이었는데 터키군이 점령하고는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다시 현재는 헝가리 예배당으로 미사를 드린다.

그래서 그냥 보면 터키 유적지 같은, 부다페스트의 터키식 온천 같은 느낌.

세체니 광장.

유럽의 도시면 광장에 꼭 있는 삼위일체 상.

피츠가 축제 기간이란다.

그래서 호텔마다 꽉 차서 방이 없다고.

오늘 밤에는 이 광장에서 레이저 쇼를 한단다.

목사님 말씀이 이 분은 일 년 열두 달 저곳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신다고.

우리가 커피 마시고 쉬는 동안 단 한 사람도 가격을 묻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좀 안타까웠다. 

그런데 나도 바구니는 집에 있는 것도 사용 안 하기에....

몇 개라도 팔리면 좋으련만 싶은 마음.

그런데 축제에 놀러 나온 사람들이 바구니를 사기에는 좀....

전에 왔을 때도 이게 참 궁금했었다.

약국은 아니고..... 아주 오래된 건데 설명서가 없다.

커피를 내리는 건가?

바이올린 연주를 듣다 보니 글루미 선데이 연주도 하시고.

햇살 좋고 여유롭게 커피 마실 때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 감사해서 나중에 적은 액수를 드렸다.

음...

그래도 지방이라고 아이스크림 가격이 부다페스트보다 저렴하네.

아이스크림 하나에 엄청 기분 좋아진 울 아들.

난 아메리카노.

그리고 목사님이 사주신 달달한 케이크.

청소하시는 분 멋지시다. ^ ^

광장에 앉아서 지켜보니 역시나 헝가리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고,

여기저기 연인들이 거침없이 애정표현을 하고,

무엇보다 개들이, 개들이...

온갖 종류의 개들을 다 봤다.

울 아들은 형아랑 누나가 놀아주니 저 넓은 광장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

땀나게 뛰고 , 누나는 놀아주다 지쳐서 잠시 쉬어야겠다고 하는데 울 아들은

아직도 에너지가 넘쳐나고. 

결국 형아가 또 같이 뛰어주고.

강아지 다음으로 많이 본 게 유모차랑 아가들. 

역시나 축제구나. 여기가.

관광객들, 가족들, 연인들, 그런데 조용하다.

헝가리의 독특한 분위기다.

사람들이 움직이는데 조용한 것.

오후 3시가 되어 우린 부다페스트로 출발하기 위해 일어서고,

목사님 가족은 여기서 하루 자고 내일 예배드리고 올라오신다고.

다음에 오면 우리도 저 기차 타고 돌아보자, 아들.

스케이트 보드 들고 가는 젊은이들. 멋지네.

아니.... 아버지와 아들들인가? 

오늘 댄스 공연도 있는지 아가씨들 여기저기에서 보이던데.

오랜 역사가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존재하는 도시 피츠다.

앨범을 좀 찾아봐야겠다.

20여 년 전 사진이나 이번에 찍은 사진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곳.

아마 그 사진에는 UN 평화유지군이 거리에 있는 거 그거 하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