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26일) 1년에 한 번 큰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다.
우리 집이 속해있는 구역의.
부다페스트의 구역마다 그날이 다르다.
그리고 어느 구역은 1년에 두번인 날도 있고,
우리 구역은 일 년에 한 번인가 보다.
어쨌든 이 날은 참 좋다.
일반 쓰레기에 버리지 못하고, 플라스틱, 캔, 종이 같은
재활용 쓰레기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마음껏 다 버릴 수 있는 날이라서.
집집마다 집 앞이나 공터에 쓰레기를 버리면...
미리 알고 어디서들 왔는지 집시들이 하루 종일 돌고 돈다. 온 동네를.
그리고 저렇게 트럭이나 차에 싣고 간다. 필요하거나 팔만한 것들을 모으느라.
이런 건 안 가지고 간다.
한 밤중을 이용해서 저 쓰레기들을 다 치우는데
그 자리가 또 지저분해서 청소해야 한다.
태산아~~~ 오줌 싸면 안 돼요~~~~
걸어 다니면서 쓸만한 것을 챙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이렇게 차가 많이 다닌 적은 없었다.
태산이 데리고 산책하는데 차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 바로 들어와야 했다.
이 두 분 너무 귀여웠다.
태산이가 냄새 맡고 오줌 싸는 동안 들으니
할머니는 저 여행 가방들을 다 가지고 가고 싶어 하고,
할아버지는 한 개만 가져가자 하고,
할머니는 다 쓸만하다고,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니 할아버지 난감해하시고.
결론은 못 봤다.
아마도 다 가져가지 않았을까 싶다.
변기도 버렸구나...
우리 집 앞도 차들이 어찌나 돌아다니는지 긴장한
태산이 계속 으르렁거리고,
하겸이 친구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을 보자마자
돈 달라고 다가와서 계속 말을 걸으니 대략 난감하고.
무엇보다 벨 눌러서 나갔더니 주차장 안에 있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필요하냐고.... 필요 없는 거면 달라고.....
어이없어서....
내가 밖에 안 내놓았으니까 필요한 거지.
왜 벨까지 눌러가면서 물어보는지.
항상 대문 안 잠그고 살았는데 불안해서 대문을 잠갔다.
하겸이 친구들이 놀러 와서 정신없을 때 마당에 있는
하겸이 자전거, 킥보드, 스케이트 보드..... 행여나 손 탈까 싶어서.
우리 집이 있는 거리는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 6시가 넘자
그제야 쓰레기들을 밖으로 내놓는다.
소파, 전자레인지, 의자, 테이블...... 하염없이 나오네.
미리 내놓으면 집시들이 가져갈 물건 찾느라고 뒤적이면서
여기저기 헤쳐놔서 청소가 더 심란해져서 그런다는 것을
이제 나도 알았다.
아침에 하겸이 학교에 데려다주러 나갔더니만....
밤새 큰 쓰레기는 다 가져갔는데 여기저기 너무 지저분하다.
할머니들 빗자루 들고 나와서들 청소하시고.
우리는.... 이런..... 깨진 쓰레기통을 내놨는데 안 가져갔다.
아마도 쓰레기통은 모르고 쓰레기를 내놨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쓰레기들만 가져가고 버리려고 내놓은
깨진 쓰레기통은 그냥 놔두었네...
일 년 기다렸다가 내년에 버려야 하나?
나도 우리 집 앞 자잘한 쓰레기들 다시 청소하고.
내 년에는 미리미리 버릴 쓰레기 다 정리해서 버려야겠다.
올 해는 남편이 중요한 모임으로 주말 내내 바빠서
제대로 정리를 못했다.
오늘 아침 태산이 산책하는데 청소 업체에서 나와서
다들 길거리 청소를 시작하신다.
어제 쓰레기 다 가져간 뒷자리를 정리하는 것이다.
헝가리 좋은 나라네.....
그런데 우리 집 쪽은 할머니들이
다 청소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청소했는데.....
우리 집 쪽이랑 건너편은 이미 청소를 했는데
그래도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시면서 가신다.
나 혼자 쓰레기 가져간 뒤 지저분한 곳을 언제 청소하나...
누가 하나... 괜히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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