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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겸이의 성장일기

처음으로 학교에서 캠핑 간 우리 아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2. 4. 28.

헝가리 공립 초등학교는  3박 4일 동안 학년 전체가 

캠핑을 간다. 산으로.

하겸이 학교도 프랑스 학교지만 아이들 모두 캠프를 간다고

연락이 왔다.

부득이 (아이의 건강이나 종교적인 이유 등) 못 갈 경우가

아니면 말이다.

하겸이 반에서는 브라질 여자아이 한 명만 안 간다고.

써내야 하는 서류 다 써서 보내고, 

2박 3일 까딸린 푸스타(katalin puszta)로 가는 비용 32,000 포린트를

보내고.

드디어 우리 아들 어제 캠핑을 갔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갈아 입을 속옷이랑 양말, 옷을 따로 넣고, 

아들에게 설명을 한다.

목요일 아침에 입고, 벗은 옷은 빨래 봉지에 담아야 해.

그리고 금요일에는 이 옷을 꺼내서 입고 전 날 입은 옷은

다시 빨래 봉지에 담고. 알았지?

빨래라고 썼더니 "갈아입은 옷"이라고 써 달란다.

그래서 위에 다시 "갈아 입은 옷"이라고 쓰고,

장화랑 신발을 넣을 봉지는 따로 준비하고.

꼭 세수하면 크림을 바르고, 샤워할 때는 어벤저스 크림으로

몸을 닦고  머리도 감는 거야. 알려주고.

공책은 뜯어도 되는 거니까 그림도 그리고 뜯어서 비행기도 접고.

이 틱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꼭 눈을 감고 뿌려야 하고,

친구들 눈에 안 들어가게 주변을 꼭 살피고 뿌려야 해.

아침에 무조건 온 몸에 뿌리고,

모자를 쓸 때는 목 뒤를 꼭 감싸야해.

틱이 하겸이 몸 안으로 안 들어가게 해야 하니까. 알았지?

모자 무조건 쓰고 다녀야 해. 모자 안 쓰면 절대로 안돼. 알았지?

밤에 선생님들이랑 아이들이 야간 산생도 한다고

플래시를 꼭 준비하고 했다.

손에 들 작은 플래쉬 하나랑 머리에 머리띠로 묶을

플래쉬를 준비했다.

두 개 다 불의 밝기가 단계로 나오는 거라서 몇 번을 연습시키고.

캠핑 가는 수요일에는 연두색 물병을 마시고,

다음 날 목요일은 작은 새 물병을 마시고,

금요일은 2시에 학교로 오니까 물병을 하겸이가 씻어서

식당에서 물을 좀 담아서 오면 되고.

간식은 수요일 차 안에서 먹고,

나머지는 오후에 심심할 때 먹고.

한 20여분 설명하고 또 하고.

샤워시켰더니 오늘은 엄마 방에서 자고 싶다는 아들.

정리하고 내 방에 가니 벌써 곯아떨어지셨다.

캠핑 가는 날 비가 온다고 해서 장화를 신기고,

운동화는 가방에 넣고,

방수용 잠바를 새로 사서 입혔다.

거위털 조끼를 따로 가방 안에 넣어주고

밤에는 꼭 잠바 안에 거위털 조끼를 입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자기 가방 끌고 가는 아들.

프랑스 학교에 처음 왔을 때부터 독특한 것이 아침이면 

학교 전체 교장선생님(노란 조끼 남자아이 뒤에 계신 여자분),

하이스쿨 교장, 초등학교 교장, 주임 선생님...

모두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하루도 안 빼고 매일매일.

750명 학생과 학부모를 다 알고 계시다.

코로나 때는 마스크 잊고 온 학생들에게 입구에서 인사하고

마스크를 주고.

오늘도 교장선생님이 인사를 하신다.

특히나 2학년 아이들이 캠핑 가는 날이라서 전체 교장선생님은

계속 혼자 남아서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신다.

난 매일 아침 교장선생님이 하루도 안 빼고 나와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인사하는 이 모습이 참 좋다.

하겸이 반이랑 츄니 반이 오늘 출발한다.

2박 3일을 보낼 아이들의 짐 가방들.

2학년 다른 두 반은 월요일에 출발했고

수요일 오후 2시에 도착을 한다.

아이들 떠나는 걸 보기 위해 기다리면서 분실물들을 살펴보았다.

울 아들 운동화 2개, 스낵 박스 4개, 스웨터 1개, 필통 하나.... 

여기에 없다.  

아이들이 드디어 나오고 아이들 짐을 싣고.

울 아들 드디어 캠핑 가네. 

큰 필릭스랑 짝이 되었구나.

큰 필릭스는 점잖아서 좀 안심이 된다.

아들~~~

잘 갔다 와.

재밌게 놀고.

학교 교장선생님도 2학년 아이들이 탄 차가

떠날 때까지 지켜보신다.

4대의 벤을 타고 2학년  두 반 아이들 50여 명이

선생님과 도우미 엄마(프랑스어랑 헝가리어가 능숙한 엄마 )

한 명씩과 함께 떠났다.

 

그리고 저녁에 메일로 사진이 몇 장 왔다.

잘 도착했다고.

우리 아들 찾았다~~~~

여기서도 찾았네. 제일 높은 곳에 앉았구나. 

저녁 식사인가 본데.... 

먼저 먹는 건지 천천히 늦게 먹는 건지. 

프로그램에 양봉하는 곳에 가서 벌을 본다고 했었는데.

궁금하네. 우리 아들.

어찌 지네는 지.

 

저녁에 남편이 집에 왔는데 이상했다.

"아빠~~~~" 하고 뛰어가는 아들이 없다.

저녁 시간이 너무 여유롭고 한가롭다.

하겸아~~~ 내일 첼로인데 3번씩 해야지~~

하겸아~~ 이제 이 닦고 자자.

할 일이 없다.

"엄마, 오늘 이만 닦으면 안 돼?"

"엄마,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돼?"

"엄마, 나 이거 하나만 더 보면 안 돼?"

울 아들 매일 반복되는 말소리가 없이 너무 조용하다.

 

안마 의자에 앉아서 "야차" 영화 반을 보다가 껐다.

 

두 딸들이 헝가리 학교에 다닐 때도 갔었는데,

그때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째 우리 아들은 자꾸만 걱정이 된다.

단단히 일렀었다.

참지 말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선생님이랑 산에 올라갔다가 똥 마려 우면 큰일 나니까

꼭 미리미리 화장실에 가라고.

어째 그게 제일 걱정이 된다.

항상 노느라고 참다가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아들이라 

어째 똥 싸는 게 제일 걱정이 되니. 참....

꼴랑 2박 3일 보내 놓고는 하루 종일 어찌 지내나... 괜찮나... 

분명 우리 새끼는 노느라 엄마 생각 별로 안 할 텐데.

 

작은 딸이 보낸 엽서. - https://blog.daum.net/hungary/12972101

 

작은 딸이 보낸 엽서.

오후에 집에 들어 와서 우체통을 여니 작은 녀석이 보낸 엽서가 있다. 어라....? 작은 녀석은 지금 여기에 있는데? 하은이 말이 "엄마, 따보르(캠프)가서 보낸 엽서가 지금 온 거에요" 한다. 그러고

blog.daum.net

2008년 5월 21일에 쓴

작은 딸이 학교에서 간 캠프 이야기다.

벌써 14년 전 일이다.

그리고 우리 아들이 벌써 커서 가다니. 참 세월이 유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