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쯤,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 받을까.... 하다가 그래도 싶어서 받았더니만
우리 아들 학교 간호사라면서....
그런데 오로지 프랑스어로만 말을 한다.
나는 영어로, 안되는 헝가리어로 무슨 일이냐고....
그런데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오로지
"하겸...." "하겸...."
그러더니 기다리라 하더니 끊어지고.
걱정이 되어 내가 그 번호로 전화를 하니 다시 학교 양호실의
간호사가 받아서는 또 프랑스어로만 말을 하더니
남자 선생님이 말씀을 하신다.
"하겸이가 넘어져서 이가 부러졌는데 울지도 않고
잘 놀고 있으며 미소 짓고 있다.
만약 걱정이 되면 지금 와서 아들을 볼 수 있고
원하면 일찍 데리고 가도 된다"
이런 내용이고.
나는 틈새 틈새에 어느 이가 부러졌는지.
왜 부러졌는지. 지금 하겸이 이가 다 영구치인데... 괜찮은 건지...
물어봤지만 대답은 원하면 치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라고 하고.
놀래서 바로 학교 가고,
사무실 직원이 나를 보자 바로 전하를 하고,
간호사가 하겸이를 데리고 와서는 사인을 받고는
치과에 가보라고 한다.
우리 아들 분명 안 울고 아프다고도 안 하고 잘 놀고 있다고 했었는데
엄마를 보더니 눈물이 글썽글썽.
차로 오면서
"하겸이 놀랬지? 우리 새끼 얼마나 놀랬어. 괜찮아?"
했더니
그제야 품에 안겨서 운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물어보니
쉬는 시간에 밖에서 노는데
테오도르가 실수로, 정말 실수로 살짝 밀었는데
앞으로 넘어져서 이가 부러진 거란다.
그러면서도 계속 테오도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모르고 실수로 그런 거라고 계속 강조하는 우리 아들.
그런데 에미는 너무 속상해서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앞으로 넘어져 이가 부러지니"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오는 걸 꾹꾹 눌러 참고,
"하겸아, 앞으로 넘어질 때는 손으로 얼굴을 꼭 막거나 팔로 먼저 바닥에
떨어지면서 얼굴을 보호해야 해. 이가 부러지면 앞으로 평생 가짜로 만든
이를 하고 살아야 하거든. 진짜 진짜 조심해야 해"
했더니만
"나도 처음이라 몰랐지"
하는 아들.
그렇지,..... 처음이니까.....
그래도 너무너무 속상하다. 그것도 앞니를.
사진 찍어서 치과 의사 선생님께 보내고,
다음 주 수요일로 예약하고.
영구치인데.... 한숨만 나오고...
우리 새끼 놀랬지.
엄마 보더니 울고,
좀 안정이 되니 학교에 가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다 하더니
낮잠을 잔다.
참 많이 컸다. 우리 아들.
계단은 항상 내가 첼로를 매고 오르락내리락했었는데
이젠 혼자 첼로를 저리 매고 올라간다.
보통 주차 자리가 없어서 혼자 첼로 매고 들어가고
나중에 내가 밖에서 기다리는데,
오늘은 집에서 출발해서 여유있게 주차하고 가는데 굳이
자기가 매고 계단을 올라가는 우리 아들.
언제 저리 컸는지.
엄마 걱정을 하는 우리 아들.
저녁에 퇴근한 아빠랑 정빈이 한테 빌려온 태극기로
퀴즈 게임을 하는 아들.
"엄마, 나는 학교가 좋아.
그래도 엄마가 더 좋아.
근데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아서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들.
"내일은 학교에 갈 거야. 괜찮으니까 학교에 가는데
진짜 진짜 조심해야 해. 한 번 더 부딪치면 이가 흔들리고
빠질 수도 있거든. 진짜 조심해야 해 알았지?"
걱정 말란다.....
근데 걱정이 된다. 에미는.
저녁 먹을 때 쇠 숟가락이 닿으면 아프다고(시린거겠지)해서
나무 숟가락으로 밥을 조금씩 먹었는데,
내일 학교에서 괜찮으려는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긴 하지만서도.
증말.... 앞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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