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밤에 폭죽놀이를 하려고 미리 많이 사 두었었다.
그리고 폭죽놀이를 하고 싶은 하겸이는 츄니 생일 파티에서
돌아와서는 빨리하고 싶다 안달이 났다.
그래서 저녁 먹자마자 아빠랑 큰 누나랑 다 같이 마당으로 나가서
폭죽을 터트렸다.
혹시나 싶어 하겸이는 멀리 벽 쪽에서 구경하라 하고
마당 끝 쪽 하겸이 한테서 멀리 떨어져서 폭죽에 불을 붙였는데.
폭죽 소리가 너무 커서 동영상 찍다가 흔들리고...
그런데 울 아들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너무 놀래서 보니 폭죽이 터지다가 넘어지면서
우리 아들 배를 향해 날아와서 터진 것이다.
어찌나 놀랬던지....
바로 전화하고 페스트에 있는 베데스다 병원
화상외과 응급실로 갔다.
혹시나 내장 출혈이 있으면 큰일 나기에....
큰 누나가 같이 가서 접수하고 간호사에게 설명하고,
다시 화상 외과로 가고....
하겸이가 헝가리말을 능숙하게 못하기에 한 사람만 들어오라 하니
엄마는 밖에서 기다리고 큰 누나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가고.
이럴 때 큰 딸이 어찌나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되는지.
하겸이가 진료받는 동안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바로 옆 방에서 아기가 계속 운다.
비빔국수를 주는 데 안 먹고 뱉는다.
두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으니 얼마나 힘들까.....
가방을 뒤져보니 불이 들어오면서 소리가 나는 작은
미니 카가 있다.
애기 엄마를 불러서 줬다.
소리가 날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자동차를 보더니 울음이 그쳤다.
작은 아기가 얼마나 힘들까...
흉터가 안 남으면 좋으련만....
진통제 주고, 스프레이 주고,
물집이 잡히거나 무슨 이상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욱신욱신 아리고 아프고,
그래도 우리 아들 대견하게 잘 참는다.
병원 앞에 주차한 차로 가면서 보니 저리 레이저로 예쁘게 했는데...
우 씨....
겉에서 보면 아주 현대적이고 깨끗한 병원인 줄 알겠네...
오래된 너무 낡은 병원인데.
옆에서 내 혼잣말을 들은 하은이가
"엄마, 헝가리잖아. 뭘 기대해" 한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안도 깨끗하고 현대적이면 좋으련만.
그래도 우리 아들 응급처치받고 집으로 돌아가니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수면 잠옷 옷이 구멍 나고 탔다.
그러니 우리 아들 얼마나 아팠겠나....
갑자기 총 맞은 그런 충격이 아니었겠나 싶고.
다시는 폭죽놀이 하고 싶지 않다는 아들.
그럼, 다시는 하지 말자.
만약 폭죽놀이를 해도 우린 집 안에서 창문으로만 보자. 아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아들,
"엄마, 마지막 폭죽이라 너무 다행이다. 그렇지?
많이 남았으면 파바바박 하고 다 내 몸을 향해
쐈을 거야? 그치?"
한다.
그 말에 정말 아찔하고 감사하고.
얼굴이나 머리가 아니라서 감사하고,
"그리고 오늘은 두 번이나 안 좋은 일이 있었어"
하는 아들.
폭죽이 넘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것이 겨냥이라도 한 듯이 멀리 있는 우리 아들 배를 향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고.
저 폭죽들은 상자에 담아서 지하에 보관하고.
앞으로 폭죽은 없다.
오늘 약 바르면서 보니 멍이 진해졌다.
이 정도가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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