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르드 옛집을 다녀왔다.
아니 들어 간 것은 아니고 약속이 있어 가다가
궁금해서... 보고 싶어서 그냥 갑자기 길을 돌려서 갔다.
열쇠를 안 가지고 가서 밖에서만....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오니...
반가운 인터스파.
우리 아들이 저 인터스파 주차장 옆 놀이터에서 자주 놀았었는데.
낡은 오래된 성당도 보이고.
주말이면 아주 작은 장이 서기도 했는데.
ㅎㅎㅎㅎ
여전히 마당에 쌓아 놓고 파는 물건들.
우리가 부다페스트로 이사할 때쯤 생긴 식당.
한번 가볼까... 했는데 아주 간단한 헝가리식 점심을 파는 곳.
장사가 잘 되나 보다.
퇴근하면서 자주 들린 야채가게.
가슴이 두근두근....
여전히 조용한 길.
우리 딸들이랑 참 많이 걸었던 길.
일 년에 한두 번 이용하던 미용실.
미용실 아줌마도 나랑 같이 나이 먹어 가면서 이젠
무릎이 아파 자주 안 나오셨었는데....
우리가 이르드에 이사오던 2000년에 작은 미용실이었는데...
새 건물 2층으로 이사하고...
우리 집이다.
열쇠를 가지고 나올 것을....
집에서 출발할 때는 생각을 못했다가 시간여유가 있어서
들린 것이라서.....
반가운 우리 집.
남편이랑 아이들이 페인트 칠했었는데.....
3년을 비워 놔서....
이젠 팔아야겠다.
저 쓰레기는 옆 집 집시 아줌마가 우리 쪽에 버렸나 보다..... ㅠㅠ
저 집에 2000년 4월 5일에 이사를 해서
5월 16일 우리 하빈이 돌잔치를 마당에서 했었다.
교인들, 선교사님들 모두모두 초대해서....
그리고 2020년 12월 22일에 부다페스트로 이사를 했으니까....
저 집에서 20년을 살았구나....
우리 딸들의 추억이 가득한 집.
이젠 안녕~~~~
살면서 찍어 두었던 이르드 우리 집 사진들....
정말 오랜만에 간 스테이크 하우스.
우리 아들 참 많이 컸구나....
이젠 첼로가 울 아들 발 뒤꿈치를 찍지는 않겠네.
오랜만에 들렀던 이르드 우리 집
1994년 12월 26일? 27일? 에 비엔나에서 처음 뵈었던 신 선교사님 가족.
그리고 2024년 1월 15일 새벽에 신 선교사님께서 소천을 하셨다.
헝가리에서 사역을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뵈었고, 선교사님 예배당에 선교비 후원하러 방문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함께 한 시간들.
작년 대사관저에서 뵈었을 때에는 건강이 회복된 줄 알았었는데....
이제 우리 주님 품에 안겨서 안식을 누리시고 계시겠지...
긴 시간 헝가리에서 주님의 사랑을, 복음의 씨앗을 심으셨는데...
우리 주님의 위로를 받고 주님을 마주 대하고 환하게 웃으며 계시겠지.
하지만 보내드린 가족의 아픔과 먼저 보내드린 슬픔은 크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 시한부적인 것을...
하루가 너무나 소중한 것을.
나에게 하루를 주신 뜻이 있는데.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있는지 우린 모르기에 허락된 오늘을
잘 살아야지.
정말 잘 살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쓸데없는 거짓된 것에 아파하고 감정 소비하면서 그렇게 보낼 수는 없다.
거짓을 말하고 비겁하게 회피하면서 또 다른 거짓으로
덮고, 이런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받고 의심하고 말이 말을 낳는
진흙탕 같은 그런 더러운 시간으로 나의 하루를 더럽히고 싶지 않다.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있는지 모르기에 말이다.
나의 삶의 모래시계는 분명한 것은 아래에 모래가 더 많다는 것이고
위에 남은 모래의 양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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