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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설날 같지 않은 설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2. 11.

설날인데...

매년 추석이나 설날은 평일인 이곳에서 뭔가 허전한.. 외로움인지..

명절이지만 명절이 아닌 그런데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남편이 손님을 초대했다.

설날이니 떡국이라도 같이 먹자고...

타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니...

 

오랜만에 기름냄새 풍기면서 녹두전을 부치고,

잡채는 버섯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LA갈비는 양념은 맛있는데 고기가 질기다. 어찌나 속상한지....

떡국 육수.. 다시마랑 디포리 많이 넣고 국물 내 놓고,

울 아들 학교로 서둘러 가서 바로 축구 클럽으로 갔다.

 

 

아들 기다리는 에미는 

해가 길어져서...

날이 풀려서....

봄님이 가까이 오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집에 와서 전날 남편이 손질해 놓은 삼겹살 꺼내고,

식탁 정리하고,

손님이시지만 편한 분들이랑 담소 나누고,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

 

그리고,

설날인데...

중환자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집에 온 큰 딸이랑 산책을 나갔다.

어제 남은 LA 갈비랑 삼겹살 구워서 점심 먹고,

정말 너무너무 오랜만에... 거의 8개월 만인가 보다.

그런데 태산이 없이 처음 나가는 산책이 낯설다.

나오길 참 잘했다.

패러글라이딩 하고 내려와서 두 연인이 누워서 쉬고 있다.

 

아들 삐죽삐죽..

"왜 개 키우면 안 돼?"

개들을 보더니 개 키우고 싶은 울 아들.

나중에 9학년이 되면 그때 키우자고 했다.

그동안 어떤 개를 키우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9학년이 되면 개를 키우지만 아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개 학교에 같이 가서 훈련을 받고 책임지고 산책을 시키는 거로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개를 키우면 한국에도 안 가고, 여행도 안 가고 집에만 있겠다는 아들.

 

뒤쪽 길로 내려오다 보니 몬테소리 유치원이다.

"아들, 엄마가 몬테소리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이었지" 

했더니,

"몬테소리가 뭔데?" 묻는 울 큰 딸. 

어이없음....

하기사 교육학을 공부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럼 엄마가 여기 선생님이었어?" 묻는 아들.

말을 말자.....

"엄마가 여기 유치원 선생님이었냐고?"

"아니라고. 한국에 있을 때, 엄마가 한국에서 원장이었다고요~~"

내 말을 말아야지. 설명이 더 힘들다. ㅎㅎㅎㅎ

 

이웃집 레고도 오랜만이다.

태산이 떠나고 밖을 나오지 않았으니...

"레고야. 친구 태산이가 갔어. 친구가 갔다고. "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말해주고 싶었다.

 

날이 좋아졌으니 이렇게 한 번씩 산책을 나오면 좋겠다.

설날이지만 여기서야 그냥 평일인 것을...

다음 주부터 다시 수업이라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