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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빈이 이야기

엄마 아빠는 우리 딸의 결정을 응원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8. 11.

작은 딸이 내일 온다. 

일 년 만에 보는 우리 딸.

 

봄에 딸이 말한다.

- 엄마, 나 회사 그만둘까 봐.

- 왜? 힘들어?

- 응, 그냥...

 

그리고 며칠 뒤,

매일 밤 10시가 넘어 퇴근이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맘이 맞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이직을 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가 심리적 부담을 주고...

이제 입사 1년이 겨우 넘은 신입인데 큰 결정을 혼자 해야 하고,

무엇보다 독일, 헝가리 화상회의도 혼자 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무엇보다...

우울증이 보였다.

절대 스트레스 안 받고 초 긍정인 우리 딸인데.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다 보니

일은 작은 딸 부서가 제일 잘했단다.

무엇이든 조기달성에 ... 그러면 다른 일까지 작은 딸이

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일을 잘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구나...

 

무엇보다...

행복하지가 않다고,

- 매달 월급이 들어오고, 성과급도 크고... 다른 회사보다 복지도 좋잖아.

- 근데 내 삶의 만족도가 없어. 내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걸 상상해 보면

 그냥 우울해져.

- 그럼 그만둬. 엄마, 아빠는 우리 딸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응원해. 딸.

 

그리고... 퇴사한 우리 딸.

1년 7개월을 일하고 마지막 큰 프로젝트 끝내고, 

인수인계 다 마치고....

 

그런데 나는 우리 딸 마지막 출근 날 잠을 못 잤다.

우리 딸.... 정말 최선을 다하고 정말 열심히 한 회사에서 

마지막 출근 날. 하얗게 밤을 세웠다.

얼마나 힘들까... 싶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딸, 잘 마무리하고 훌훌 털고 그렇게 나와.

 다음 하빈이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멋진 인생이."

 카톡을 보내고,

새벽 미명이 밝아 올 때까지 잠을 못 잤다.

큰 결심을 하고 나오는 작은 딸 생각에. 

맘이 저려서....

우리 딸 마지막 출근 날 울지는 않으려나... 했는데.

울지는 않았다고.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동기들이랑 축하하면서

몇 년은 잘 다니려니 했었는데.

봄이 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한 번에 몰아닥치고,

자기의 미래를 놓고 계속 기도하더니

5월에 결정을 했다.

마무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일이 아니라 관계와 마음이.

그래서 폭식을 하게 되어 살이 좀 쪘다는 딸.

자라면서 지금까지 살이 찐 적이 없는 작은 딸인데....

폭식이라는 말은 작은 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

자기 관리가 너무나 철저한 딸인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잠시 헝가리에 와서 쉬면서 살을 빼겠다고.

 

회사를 떠나는 우리 딸을 위해

친구들이랑 동기들이 앞으로의 시간을

응원하고 축하해 주고, 그리고 서운해하며

준비해 준 선물들이란다. 

 

함께 시작한 동기들이 멀리서도 오고,

출장 중에도 늦게라도 와주고,

모두 모여서 함께한 시간을 감사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서로 응원했다고.

 

감사하다.

우리 딸옆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대학 동기들도 다들 직장 생활하느라 바쁜데도

모두 모였다고.

 

1년 7개월 동안 일을 많이 배우고, 더 성숙해졌고,

사회를 알았고,

무엇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자기 일을 잘했기에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우리 딸.

1년 7개월 동안 한 일들을 숫자로 정리를 한 글을 보고

우리 딸이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구나 놀랐다.

어찌 보면 신입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몇 년 경력직 이상의

일들을 혼자서 감당하면서 스트레스도 컸지만 그만큼 

일을 배우고 성숙해진 딸.

이젠 새로운 도전을 한다. 

 

매일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사는 딸.

매일 성경말씀으로 길을 밝히며 사는 딸.

하늘나라의 빛나는 딸이 되라고 지어 준 이름 "하빈"

그 이름답게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늘나라 빛을 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작은 딸.

엄마, 아빠는 우리 딸의 결정을 항상 응원해. 딸.

다시 어려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딸.

너의 가는 길에 우리 주님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항상 

함께 하실 것이기에 엄마, 아빠는 걱정하지 않아.

오히려 어떤 미래가 우리 딸 앞에 펼쳐질지,

하나님과 얼마나 멋진 시간을 함께 할지 기대가 된단다.

사랑해.

25살.

인생의 첫 쿼터에 어려운 결심을 하고 도전하는 우리 딸. 

멋지다.

하나님의 딸, 엄마 아빠의 귀한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