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학생들과 김밥 만들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11. 18.

9월 말이나 10월 초에 했어야 했다.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얼굴이랑 이름도 익히고.

그런데...

올 해는 너무 바빴다. 핑계지만...

그래도 이번 학기 끝나기 전에 대화를 좀 해야지 싶어서 

C반은 토요일 오후 2~4시에 시간 되는 학생들은 사무실로 

오라고 했더니 6명이 온다고 했다가 4명이 왔다.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지방에 있는 집으로 들 가느라

금요일 수업에 캐리어 끌고들 수업에 오는 학생들이다.

그러니 토요일 오전도 아니고 오후 2~4시라고 하니 시간 내기 

쉽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도저히 시간이 안 나니 어쩌겠다.

오전에 노숙자 샌드위치 만들어 드리고,

바로 1시쯤 교회로 돌아와서 김밥 만들 준비를 했다.

교회 들어오면서 부터 학생들

"선생님 배 고파요" 한다.

오늘 와서 김밥 만든다고 점심도 안 먹고 왔단다.

까르르르 웃으며 신이나서 김밥을 만든다.

같이 김 밥 한 줄 만들어서 써는 것까지 보여 주었다.

그리고 더 만들라고 하고 나는 옆에서 로제 떡볶이를 했다. 

로제 떡볶이라서 맵지가 않아서 그런지 

다들 맛있다며 잘 먹고.

국물에 김밥까지 적셔서 먹는다.

"선생님 떡볶이 어떻게 만드셨어요?"

일머가 묻는다. 

"소스 샀어요. 떡볶이 만드는 소스를 한국에서 사 왔어요." 했다.

썰어 놓으니 제법 잘 말았다.

떡볶이랑 먹고, 남은 김밥은 통에 담아 갔다.

가지고 간 김밥은 차갑게 굳으면 계란 물에 적셔서 구워도 되고,

비빔밥처럼 고추장 넣고 비벼먹어도 된다고 알려 주었다.

 

학생들은 내년 여름에 한국에 가고 싶어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모으고 

있지만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헝가리 대학은 등록금이 있지만 거의 다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록금 없이 대학을 다닌다.

하지만 등록금이 없다고 해서 대학다니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집이 부다페스트면 괜찮지만 지방인 경우 집을 얻거나 기숙사에서 

살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쉽지 않다.

그래서 왕복 4시간 거리를 매일 오가는 학생들도 꽤 많다.

부다페스트에 집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내년 여름에 대학도 정해지고 언어 연수 등록도 하고

가서 쓸 경비도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모았지만 부족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우리 ngo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낮에는 학교에 가야 해서 아르바이트가 오후에서 밤까지 하는 일들이란다.

고객센터에서, 호텔 리셉션에서, 식당에서.....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리고 

한국 아저씨들 조심하라고 말했더니

이미 소문이 났는 지 알고 있다고 한다.

이제 21살, 22살 너무나 예쁜 학생들이다.

 

저녁에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한국 작은 회사들에 연결할 수 있으면

해 보겠단다.

지금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긴 하지만 영어들은 잘하니까.

 

자기들이 만든 김밥이 너무너무 맛있다며 많이들 먹고,

로제 떡볶이가 안 맵고 맛있다며 국물까지 먹고.

포장한 김밥 들고 너무 재밌고 좋았다며

"선생님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가는 학생들.

예쁘다.

다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다음 주 토요일은 울 아들 첼로 대회가 있고.

그다음 주 11월 30일에 D반 학생들하고 또 김밥을 만들어야 한다.

D반 학생들하고도 대화를 좀 해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