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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고메즈 선생님이 떠나셨다는 메일을 받았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5. 1. 3.

학교에서 어제 메일이 왔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고메즈 선생님이 사망하셨고,

이 슬픈 소식은 가족과 학교와 학생들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며

혹시나 아이가 이 소식으로 힘들어한다면 학교에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며, 학교의 심리학자가 월요일 부터 아이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심리학자가 수업에도 참석할 예정인가 보다.

 

고메즈 선생님의 아들 다비드가 지금 하겸이랑 같은 반이라서

학부모 모임때도 같이 있었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무표정(항상 무표정이시다.)으로 간단한 영어로 말을 해주셨다.

작년 6월에는 고메즈 선생님 아들 다비드가 생일 파티에 하겸이를

초대했었는데 하필 목요일 오후 5시부터라서 마지막 첼로 수업을

취소할 수 없어 아쉽게 다비드 생일 파티에 가지 못했었다.

작년 7월 씨마오 생일 파티에서 고메즈 선생님이 아들 다비드를

데리고 와서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했었다.

"코리아, 너의 나라는 몬순이 있지?"

몬순.....? 아~~~ 장마.

"맞아, 우리나라는 7월이 몬순이야" 했었는데.

 

매일 등하교 때 고메즈 선생님과 다비드를 봤었는데...

올 해는 하겸이랑 다비드가 같은 반인데...

겨울 방학 전에 선생님이 병원에 계셔서 결근을 했었다는데

그때부터 아프셨었나 보다.

 

잠자기 전에 하겸이랑 이야기를 했다.

고메즈 선생님이 천국에 가셨고, 다비드는 너무너무 슬플 것이고,

학교에 가서 다비드를  만났을 때 혹시나 다비드가 많이 슬퍼하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라고.

만약 누군가가 다비드에게 고메즈 선생님 이야기를 하거나 슬프게 

하면 하겸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라고 했다.

 

제주항공 추락사고 뉴스를 보다가 맘이 너무 아리고 답답했다.

유족 대표로 앞에 나서니 그 딸이 아빠에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 이유가 댓글로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하며 조롱하기 때문이라고..

 

사람들 참 잔인하다.

보험금을 얼마나 많이 준다고, 보상금을 얼마나 많이 받는다고,

그 돈이 사람의 목숨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시어머니  남동생이신 그러니까 나에게는 시 외삼촌이신 

이 경희 목사님이 너무나 젊은 나이 37세에 부흥집회를

가시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아시아나 추락사고로 돌아가셨다.

1993년 7월 26일에 목포 공항에 착륙을 두 번 시도하다가

강풍과 안개가 너무 짙어 착륙을 못하고 다시 착륙을 시도할 때 너무 

낮게 날아 산에 추락한 사고다.

다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다가 66명이 사망했고 시어머님 남동생이신

이경희 목사님이 집회를 가시다가 사망하신 것이다.

내가 95년에 결혼을 했으니까 결혼 2년 전에 일어난 사고였다.

시어머니는 이 경희 목사님 설교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또 보셨고,

헝가리에 오실 때도 가지고 오셨었다.

어머님은 지금도 말씀하신다.

남동생 이야기를. 

가족들이 모이면 생각나고 그립고 애통한 일이다.

아내와 두 자녀들의 아픔과 상실감이 돈으로 메울 수 있겠는가.

어린 두 자녀가 이제 30대가 훌쩍 넘은 그 긴 시간을 아빠가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나쁜 댓글들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떠난 가족의 부재로 살아가야 할 시간을 생각하면

먹먹해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데.

살아갈 때 매 순간마다 생각나고 그 빈자리가 시리고 아플 텐데.

 

우리 아들이랑 같은 나이인 다비드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아빠가 옆에 없을 텐데....

자꾸만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