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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한국방문

헝가리 시골쥐 가족의 서울 나들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3. 2.

아이들이 전철을 타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타보기로 하고 남대문시장에서 상계동 롯데백화점까지 전철을 타기로 했다.

그전에 친정엄마랑 한 정거장 전철을 미리 타본 나는 좀 자신감도 있었다.

매표구에 가서는 "상계동 롯데백화점에 가요"하고 표 3장을 샀다.

그리고 개선장군처럼 표를 들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당당히 표를 넣고 들어갔다.

전철을 기다리면서도 헝가리 전철과 비교하면서 아이들과 재잘재잘 조잘대는데

드디어 전철이 들어오고 우리 앞에 섰다.

아이들과 나는 손을 꼭 잡고 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우리 칸에서 큰 짐이 내리느라고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어 사람들이 타려고 할 때는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먼저 들어가고 내가 작은 아이 손을 잡고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놀래고 당황을 했는지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아니, 아니, 안되는데 안 돼요"

하다가 문이 닫히는 순간 손을 넣고 나도 모르게 악을 쓰기 시작했다.

안에 있는 큰 아이의 눈과 마주치자 떨어지면 이 아이가 얼마나 놀라까 하는 생각에

가는 전철이라도 붙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마침 옆에 있던 아줌마의 도움으로 문을 다시 열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큰 아이 옷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어

안고나서야 눈물이 나고 다리가 떨린다.

그러면서도 또 웃음이 나온다.

아주 단순한 별거 아닌 상황이 우리 모녀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인 것이 우습다.

용의 입속에서 딸을 구해낸 것 같다.

그리고 두 딸의 손을 잡고 그제야 비상사태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만약 아까 같은 일이 생기면 꼭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그대로 서있을 것.

그러면 엄마가 다음 전철을 타고 가서 만날 수 있음.

(그러자 큰 아이도 많이 놀랐는지 묻는다.

"엄마, 만약 사람이 많아 서다음 정거장에서 못 내리면 어떻게 해요?" 한다)

만약 엄마와 떨어지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

엄마 찾겠다고 돌아다니면 절대로 안됨.

그리고 주머니에 꼭 전화번호를 적어서 넣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서야 들었다.

 

헝가리는 인구가 적어서 언제나 천천히, 여유 있게 기다리면 되었다.

그리고 모든 교통수단은 항상 안전을 우선으로 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도 힘들지 않았다.

버스도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거나 안전하게 서 있어야 출발을 하였다.

전철도 택시도 모든 것들이 여유 있게 움직여서 우린 졸지에 당한 이산가족될뻔한

상황에 필요이상으로 놀라고 당황을 하였다.

 

그리고 아주머니에게 상계동 롯데백화점을 물어보니 상계역에서 내리란다.

우린 상계역에서 내려 셋이서 나란히 서서 나오다가 셋다 "삐"소리가 나면서 안에 갇히고 말았다.

또 놀라고 당황하여 두 딸과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아저씨가

오시더니 표보다 한정거장을 더왔단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상황인즉

회현역에서 상계동 롯데백화점이라고 하니 노원역까지 역무원아저씨가 표를 주셨는데

난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몰라 물어보니 아주머니께서도 잘 모르시고 상계역이라고

알려주어 한정거장을 더 온 것이었다.

다시 한정거장을 가라 하여 그 표를 받아 들고 역으로 한 정거장을 가서 노원역에 내려

다시 나가려고 셋이 나란히 서서 표를 넣으니 또다시 "삐" 소리가 난다.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큰 소리로 "아저씨, 아저씨"부르는데 아저씨가 오시지를 않는다.

작은 아이는 그동안 신용카드로 물건값 계산하는 것을 보고는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가자고 조른다.

이건 카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비상벨을 누르란다.

과감히 비상벨을 누르고 비상문을 통하여 나오면서 지하철 타기가 어찌나 힘든지

아이들하고 오늘까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음부터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는 오늘 있었던 무용담을 이야기하니 언니가 웃으며 하는 말

"참 이상하다. 다들 아이들 하나씩 내보내고 엄마가 나오든지,

아니면 엄마가 먼저 나가 기다리며 아이들이 하나씩 나오는데 너희는

어떻게 셋이 나란히 서서 리본컷팅하든 나란히 나오니?" 한다.

그러고 보니 웃긴다.

정말 그랬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뛰어가서는 나란히 서서 동시에 표를 넣고

동시에"삐"소리가 나고 그걸 또 이상하다고 여러 번 반복하니 다른 사람들이 뒤에 서서

다들 구경하고......

집에 와 생각하니 시골쥐 서울구경 간 모양새다.

아이들하고 어찌나 웃었던지.....

어찌 그리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한지...

 

두고두고 아이들은 서울 지하철을 떠올리면 엄마의 악을 쓰며 문을 열어젖히는 모습과

표 때문에 비상벨 울리며 당당히 비상문으로 나온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비상사태에 대비한 교육을 받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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