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전화를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받았다.
"하은엄마, 고추모종 갖고 가요!"
매년 4월이면 이 전화를 받고는 한걸음에 달려가서는
염치 불고하고 감사히 받아다가 고추를 심는다.
고추 모종을 낼 줄을 몰라서 어느 정도 자라면 받아다가
작은 밭에 심는다.
호박도 주시고 깻잎도 주시고.....
올해는 고추만 받았다.
혹시 이사할지도 몰라서......
처음에는 너무 몰라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는 서툴게 심고
매일 물 주고 얼마나 자랐나 자주 쳐다보고,
바람 불면 혹시 죽지는 않는지 가슴 졸였었다.
그런데 이젠 고추는 너무 좋은데 잡초 뽑고 김매는 것은
하기가 싫지만 고추가 너무 귀하고 여름과 겨울에 꼭 필요하기에
남편의 힘을 빌려서 텃밭을 손질한다.
오늘 아침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텃밭을 뒤집어주고 물을 흠뻑 주고 나갔다.
아이들 데리러 가는 길에 오아시스
(가든과 야채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파는 곳)에 들러서 소똥을 샀다.
생각보다 냄새는 안 나는데 작은 것인데도 무지 무겁다.
낑낑대고 들어서 차 트렁크에 싣고 아이들 학교로 가는데 하늘이
끄물끄물한 것이 비가 한차례 쏟아지려나 싶어 내심 걱정이 된다.
빨리 가서 심어야지 싶다.
참 예쁘다. 잘 자라서 고추가 많이 많이 열리면 좋겠다.
아침 바쁜 와중에 남편이 잡초를 뽑고 밭을 갈아엎어놓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힘들까 봐 물을 많이 주어 부드럽게 해 놓았다.
거름과 섞기 위해서 곡괭이로 땅을 파는데 안 하던 일이라서
요것 쪼금 하고도 숨이 차고 손목이 아프다.
하면서 나도 내가 우스워 자꾸 웃음이 피식피식 나온다.
이번에는 더 잘 키워 보겠다고 소똥까지 사 왔다.
그전에는 지렁이가 무서워 제대로 심지를 못했었다.
심다가 내 옆에 있는 큰 지렁이를 보고는 소리 지르고 뛰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심기를 반복했는데 이젠 지렁이쯤이야...
작은 딸은 지렁이가 예쁘단다.
색도 연한 핑크고...
참 내.
가끔 도마뱀을 손으로 잡고 귀엽다고 보는 작은 아이가 난 더 신기하다.
줄넘기로 운동을 하던 큰 아이가 와서는 엄마 사진을 찍고 싶다더니
제법 잘 찍었다.
햇빛 잘 드는 앞쪽으로 줄을 지어 싶었다.
여름에는 고기 먹을 때 고추장에 찍어 먹고, 된장찌개에 넣어 먹고.
냉동고에 얼렸다가 겨울에 해물탕에 넣어도 맛있다.
가장 즐겨 먹는 것은 가을에 모두 따서 간장과 식초, 설탕에 담가 두었다가
겨우내 반찬으로 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많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구역식구랑도 나눠먹고 가까운 이웃과도 나눠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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