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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송별 식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4. 24.

약 1년 6개월 전 남편에게 부탁을 하였다.

내가 컴퓨터는 잘 못하지만 공책에 손으로 쓰니까 좀 시간도 걸리고

사진이 아쉬어 컴퓨터에 쓰고 싶다고....

이유는 큰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급히 응급으로 준비 없이 수술실로

들어갈 때(솔직히 10년 전 헝가리 수술실은 2차 세계대전 야전병원과 똑같았다.

의사와 환자 의상만 바꾸면 바로 촬영이 가능한 환경이었다.) 아무것도

한 달 된 딸에게 남긴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둘째를 낳고도 똑같이 한 달 만에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내 딸들을 위하여 엄마의 사랑을, 생각을, 바람을, 그리고 여자로서

엄마를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고 노트 한 권에 써나갔다.

그러다 나의 부탁을 듣고 남편이 블로그라는 방을 만들어 나에게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지금 이정도 아는 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갑자기 오늘 내가 왜 여기에 글을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떠올랐고 다시 글을 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노트에 써놓은것도 천천히 옮겨 놓아야겠다.

그리고 다 모아지면 나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런 것들을  좋아했으며 이렇게 살아왔다고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난 주일 저녁에 한국으로 귀국하시는, 함께 4년을 넘게 교회를 섬긴 

집사님을 초대하여 식사한 것을 적고 있다.

우리 집에는 보통 교회모임이 제일 많다.

성가대, 남전도, 청년회, 여전도회, 교육부등 모여서 식사하고 함께

의논하는 모임들.

그리고 그다음이 새로 오신 분들과의 교제와 떠나가시는 분들과의

아쉬운 식사 모임들이다.

 

주일 저녁은 우리 집과 가시는 황집사님 부부, 디오쉬드 사시는

황사장님 내외분, 그리고 목사님 부부, 가까이 지내는 봉집사님 가족과

문집사님 가족 이렇게 18명이 모여서

식사하고 대화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인지(노는 목적으로는) 밥도  안 먹고 싶다며

놀이에 열중이다.

약간은 쌀쌀한 듯했는데 그래도 햇살이 좋다.

찐빵, 골뱅이, 샐러드를 하나씩 준비해 주시고 함께 정리를 해주어서

순식간에 정리가 되고 미리 만들어 놓은 요구르트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찐빵을 먹으며 모닥불을 피우고 불을 쬐면서 놀았다.

아쉽게도 감자가 5개밖에 없어서 그것만 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찌지 말고 포일에 싸서 구울 것을.....

모닥불이 참 따뜻하다.

모두들 모여 앉아 어려서의 이야기, 헝가리 90년대 초에 왔을 때의 에피소드들을

쏟아 놓으며 웃음꽃이 피었다.

그때는 삐질삐질 식은땀이 흐르는 상황이었으나 15년이 흐른 지금은

배꼽 잡으며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시간의 힘인가 보다.

헝가리는 특히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로  유명했다.

러시아어와 독일어는  어느 정도 통하지만 영어는

그 흔한 치킨, 포크조차도 통하지 않았다.

모두들 영헝사전을 들고 몸으로 제스처를 통하거나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던 시절이었다.

헝가리에 두 번째 오신 황집사님과 3번째 오신(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있을 거라 우린 생각한다.) 이집사님은 

정말 감회가 특별하실 게다.

 

벌써 내가 95년에 왔으니 12년이 꽉 찼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우리 집의 모임을 다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모임 위주로 정리하여 올려야겠다.

 

그리고 행복했던 일들일수록 더 많이 많이........

그래서  어느 날 우리 아이들이 커서 보았을 때 흐뭇한 감동과 기쁨이 그리고

엄마, 아빠의 생활을 배우기를 바라는 에미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의 딸들도 항상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