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나 하는 어제 작은 아이 학교의 방학식이 있었다.
4년 전 큰 아이 때는 그저 성적표 받으러 오라는 줄 알고
아이들 수영장에 넣어두고 혼자서 덜렁덜렁 갔더니
왠걸..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꽃을 들고 운동장에 다 서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정신없이 아이들 수영장에서 꺼내어 젖은 머리하고
학교로 다시 가니 방학식은 다 끝나고 교실에서 선생님과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큰 아이에게 미안하고 선생님께 죄송하고,
정말 좌충우돌 학부모되기였다.
그럼 4년이 지난 지금은 잘하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어제도 4시라고 굳게 믿고 3시 40분에 학교에 갔는데 왠지 썰렁하다.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
너무나 익숙한 이 불안감은 내가 실수했을 때 항상 미리 예감하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5시란다.
더위에 1시간 30분을 기다리니 그제야 운동장에서 방학식을 한다.
헝가리는 1학기 수업을 다 마치고 일주일을 집에서 쉬다가
일주일 뒤에 학교에 다시 가서 방학식을 하고 상과 성적표를 받아가지고
와서는 9월 1일이 개학식이다.
그것도 방학식과 개학식, 입학식, 졸업식 모두 오후 5시이다.
직장 다니는 엄마를 위한 배려라고 한다.
너무 일찍 와서 그동안 밀린 성경을 읽고 있다 보니 조용한
것이 벌써 방학식이 시작되었구나 싶어서 슬그머니 나가 보니
더위에 아이들이 흰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 바지를 입고 반별로 서있다.
항상 마음 아려하는 6학년 여학생이 눈에 띈다.
너무나 작아 항상 엄마나 아빠가 등하교 때 가방을 들어서
교실까지 옮겨 주신다.
자판기를 이용할 때는 친구들이 안아서 올려준다.
4년을 지켜보는데 참 밝다.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대하지 특별 대우는 없는 듯하다.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든 사람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며
대화하는 모습이 예쁜 학생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뒤에 서있는 같은 반 친구들과 섞여 있으니 평상시 보다 더 짠해 온다.
지금처럼 좋은 친구들 속에서 환하게 밝게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딸아이를 찾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초이 하빈 에스떼르 하고 부른다.
왜 부르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좋은 일이려니 하고 다시 들어왔다.
한 30분쯤 있으니 아이들이 모두 들어와서 교실로 간다.
나도 따라 들어가서는 뒤에 서서 멍하니 왜 교실 불을 켜지 않을까 하며 서있었다.
그런데 학과 성적이 모두 A인 학생을 부르는데 제일 먼저 하빈 이를 부른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면서 카메라 꺼내고 보니 벌써 상과 상품으로
책을 받고 들어왔다.
에구에구.... 이런 정신하고는.....
사실 3월에 3주간 서울을 방문하면서 학교를 3주간 결석을 했고 그 시기에
중간시험을 보았기에 작은 아이는 헝가리에 도착해서는 혼자서 중간시험을
준비 없이 따로 보았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특히 헝가리어는 봐줄 수가 없어서 미리 아이에게 작년에는 올 A로 상을 받았지만
올 해는 상을 못 받아도 괜찮다고 다짐을 받았었다.
큰 아이와는 다르게 작은 아이는 공부와 성적에 스스로 욕심을 내는 편이라서
우리 부부는 그 점이 항상 염려가 되곤 한다.
어쩌다 쪽지 시험에서 B를 받아 오면 성적표를 보이면서 화를 내고
울고 스스로 힘들어한다.
헝가리 학교는 매주 쪽지 시험을 과목마다 본다.
그리고 중간시험과 기말 시험을 본다.
시험이 너무 많아 아예 에미는 포기하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중간시험과 기말 시험을 보면 오후 5시에 부모를 불러
아이 시험지를 학부모가 확인한 후 사인을 해야 성적표에 기재가 된다.
다른 학부모는 질문도 많은데 말 못 하는 에미는 그저 선생님의
채점을 100% 신뢰하고 사인한 후 제일 먼저 집에 온다.
사인받을 때 얼굴 표정을 보면 무표정이면 A,
짜증 내며 눈물 글썽이면서 내놓으면 B다.
어쩌다 내속에서 저런 괴물이 나왔나 싶어 신기하다.
숙제 안 해가고도 맘 편한 에미를 안 닮고 숙제 안 하면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아는 아이다.
B면 잘한 거지 울긴 왜 울어!
하고 오히려 내가 화를 내게 된다.
깍쟁이는 깍쟁이다.
자기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상을 받으니 얼굴이 의기양양하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칭찬해 주라하고,
그러나 너무 과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공부가 다는 아니니까.
10중 1가지가 공부일 뿐인데 어쩌다 10중 8이 공부가 된다면
성품에 모가 날까 염려가 되어 우리 부부는 항상 B학점으로 만족을 한다.
그랬더니 말 잘 듣는 우리 큰 딸은 성적표가 어제 우편으로
도착을 했는데 올 B이다.
작은 아이랑 겹치니 큰 아이 귀죽을 까 봐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영어 학교 옮긴 지 1년 6개월 만의 성적이니 정말 잘한 거라고 칭찬을 하고
아빠가 둘 다에게 2000 포린트(한화 9000원 정도)를 용돈으로 주었다.
에미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성격이 좀 더 둥글둥글하고 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어른들께 애교도 잘 부리는 아이면 좋으련만......
물어보면 대답도 잘하고,
아무 데서나 잘 자고,
편식 없이 잘 먹고,
맘에 안 드는 옷도 좀 아까우니 입어주고,
남이 어질른 것도 스스로 알아서 치워주고,
등등등
작은 아이는 너무나 깔끔하다.
옷장도 자로 잰 듯 정리가 되어 있고,
다음날 학교 갈 준비도 항상 미리미리 되어 있다.
필통은 선생님이 놀랄 만큼 깎은 연필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침대는 일어나면서 바로 정리를 하니 호텔 침대 같다.
이러니
가끔 언니랑 다툼이 일어난다.
언제나 폭탄 맞은 우리 큰딸 옷장,
뱀 허물 벗듯 벗어놓은 옷이 그대로 방바닥에 있다.
침대는 도둑 왔다 간 듯하다.
언제나 말하지 않으며 도시락, 책 등을 놓고 학교 가서는 전화가 온다.
언젠가는 신발도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학교 간 딸이다.
가방도 놓고 차를 타니 가다가 다시 차 돌려 집에 가면서 남편에게 전화하고
남편이 가방 들고 중간까지 와서 만나 가방 전달받고 쌩하니 학교로 달린다.
엄만 너무너무 열받아서 뚜껑 열린 채로.....
너무나 다른 딸들.
성품도 너무나 달라 서로 도와주면 완벽한데 가끔 티격태격한다.
지금까지는 엄마의 권위와 큰 아이의 너그러움으로 쉽게 해결되지만
에미의 바람은 각자의 다름은 서로 보완하며 인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과 올해 연속 상을 받으니 기쁘면서도 행여나 공부 잘하는 것이
최고인 것으로 알면 안 되지 싶어 걱정도 된다.
그리고
에미 닮아서 좋고 싫음이 너무나 분명한 딸이라 사춘기 되기 전 미리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겠다.
큰 아이와는 달라서 싫음의 표현이 직설적이고 분명하다.
좋음의 표현도 마찬가지로 분명한 이유와 함께 당당하다.
그런데 이런 면이 나를 닮았기에 더 걱정이 된다.
둥글둥글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제야 40 넘어 에미는 알았기에.....
아무튼.
딸들아 고생했다.
공부하느라.....
여름 방학 동안 매일매일 책 한 권씩만 읽고 무조건 놀기만 하거라.
열심히 해주어서 너무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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