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는 지난주에 개학을 했고 작은 아이는 다음 주에 개학을 하니
언니 학교에 가고 나면 작은 아이는 무지 심심한 가보다.
뒹글뒹글 하며 지루한 시간을 나름 보내다가 언니가 오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언니 주변을 맴돈다.
오늘은 웬일로 밖에서 책 읽기 숙제를 하는 언니 옆에서 얌전하다.
가만히 보니 혼자 소꿉놀이에 열중이다.
그런데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드디어 유혹을 못 이기고 큰 딸까지 합세하여 열심히
무언가를 만드는지 소곤소곤 이야기가 끊어지질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딸이 가만히 속삭인다.
"엄마, 내가 요리를 했어요. 아빠 드릴 건데요.
배와 무화과라서 먹을 수 있어요." 한다.
그러더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자신의 요리가 무지 맘에 들었나 보다.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들었어도 주물럭주물럭 한 저것을 아빠가 드시기에는
무리일 듯싶다.
어쨌든 본인이 100% 만족이라니 에미도 만족!
작은 아이 작품 찍고 보니 아무 요구 없는 큰 아이 작품이
궁금해져 물었더니 돈주머니란다.
안에 진흙을 잔뜩 넣고 나뭇잎으로 꼭꼭 싸서 묶어 놓았는데
그것이 돈이란다.
무슨 고기 요리인가 했더니 너무나 엉뚱한 답이 나왔다.
사진을 찍고 들여다보다 보니 딸들 소꿉놀이가 무지 럭셔리하다.
배에 무화과 열매. 멋진 도구들.
나 어릴 적 소꿉놀이가 떠오른다.
언니랑 깨지 기왓장, 돌, 깨진 항아리 조각등을 모아서 그릇도 삼고
종지도 삼고.
모래와 풀을 뜯어 음식을 만들었는데.....
어쩌다가 호박꽃을 따서 불을 밝히는 호롱불을 만들었다가 할아버지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
호박꽃의 꽃가루는 황금색으로 소꿉놀이에서는 너무나 귀한 재료였지만
들키면 어른들께 혼이 나고 소꿉놀이도 파장이었다.
탱자를 자르고 들풀을 꺾어서 예쁘게 상을 차려서는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곤 했었다.
여름에는 호박꽃, 채송화 등 다양한 꽃들과 들풀. 그리고 많은 과일의 씨앗들.
가을에는 감꽃이 제일이었다.
바람 많이 분말 은 일어나자마자 뒷마당 가서는 치마 가득 감꽃을
주어다가는 꼭꼭 숨겨놓고는 부자가 된 기분을 오랫동안 즐겼었다.
햇빛 잘 들고 높이가 적당한 장독대 위가 우리의 소꿉놀이 장소였다.
그리고 빛 받으려 열어 놓은 장독 뚜껑이 상이 되기도 하고
디딤돌이 상이 되기도 했다.
대체로 흙을 이겨서 사금팔이 위에 올려 내놓는 음식을 내가 하고
언니는 예쁘게 상차림을 맡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언니가 꾸민 상은 참으로 예뻤었다.
저녁 먹고 나오면 그 예뻤던 상의 꽃과 풀들이 시들어 버린 것이
속상하고 내일 더 잘해야지 하며 잠이 들곤 했었다.
어쩌다가 각각 놀 때는 언니 것이 더 예뻐서 시샘이나 울면 언니가
바꿔주고는 했었다.
언니랑 나만 친가에 맡겨져 몇 달을 살 때는 언니가 엄마였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지금도 난 언니가 엄마처럼 느껴진다.
그냥 울기만 하면 두 살 많은 언니는 속상함을 참고 내 억지를
다 받아 주었었다.
아마도 엄마랑 떨어져 있었기에 동생이 안쓰러웠나 보다.
작년에 여름 캠프에 두 아이가 일주일간 갔었는데 둘만 있으니
언니가 동생을 너무나 잘 챙겨서 헝가리 선생님들이 감동을 받았다는데
아마도 같은 이유이리라.
언니랑 놀면서는 심통도 잘 부리는 작은 아이가 언니가 학교에 가니
심심해서 몸이 비비 꼬이나 보다.
이젠 견디다 못해 자기도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언니가 오면 짧은 시간 언니의 시중을 잘 들어준다.
좀 오래가면 좋으련만.....
그제는 화가가 되고
어제는 꼬마 요리사가 되더니
오늘은 뭐가 되려는지....
'우리들의 이야기 > 하빈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들기하는 날- 헝가리학교 (0) | 2008.01.27 |
---|---|
드디어 개학이다. (0) | 2007.09.01 |
2007년 여름 하빈이의 그림 (0) | 2007.08.18 |
깍쟁이 하빈이 (0) | 2007.06.23 |
댄스 발표회 (0) | 2007.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