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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다녀와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8. 5.

베네치아는 이번으로 5번째이다.

처음에는 큰아이 돌 넘기고 나 혼자서 유모차 끌고 갔었다.

그때는 사실 너무나 가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남편과 작은아이 돌지나고 함께 갔다.

그때는 두 아이모두 어려서 고생스러웠다.

그 뒤에 친정언니 가족이 와서 함께 가고, 

시어머니 모시고 나만 아이들과 함께 갔었다.

이번에는 남편만 가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그 먼 길을 운전하고 갈 일을

생각하니 불안하고 딸들이 아빠랑 함께 간 기억이 없기에 이번에는

차를 빌려서 함께 가자고 졸랐다.

마지막까지 숙박문제도 그렇고 차 빌리는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걸렸는데

어쨌든 함께 갈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가면서 남편이랑 이번이 베네치아는 마지막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다. 안 그러겠지만.....

 

언제나 베네치아에 갈 때마다 너무나 더워서 힘들었었는데 이번에는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아이들과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헝가리 분들이 밤에 여행을 많이 출발을 한다.

밤이면 안 막히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좋고 하루를 숙박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들을 한다.

이번에는 우리도 밤 12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보통 부다페스트에서 베네치아까지는 내가 운전하고 갈 경우 항상 8시간 정도가 걸렸었다.

이번에는 9인승 차를 빌려서 갔는데 1시간이 더 걸렸다.

밤에는 남편이 운전을 하고 새벽 4시가 넘어서는 내가 운전을 하고 가서

도착을 하니 아침 9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하루를 번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배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로 들어가는데 8명이 왕복 티켓을  끊으니 96유로를 달란다.

버스비가 너무 비싸서 왠지 속은 기분이 든다.

이럴 거면 택시를 탈 것을....

 항상 베네치아에 오면 올 때는 너무 멀고 힘들어 지쳤다가도 배를 타고 안으로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진다.

너무나 많은 사람 때문에 사진 찍기 힘들고 여기저기 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색다른 도시의 분위기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카사노바가 수감되었다나....

저 예쁜 다리를 건너서 지하감옥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가면들.

볼 때마다 감탄을 하지만 막상 집에 가져다가 걸어두기는 좀 그래서 아주 예전에

파란색 깃털 달린 가면 하나 사서 구석에 걸어두고는 안 본다.

이번에도 아이들과 감탄만 하고는 집에 걸어두기는 좀 무섭겠다로 결론을 내렸다.

 아빠가 아이들을 모아 두고는 산 마르코 광장에 대하여, 베네치아에 대하여 설명을

하시는데 아이들은 귀로 듣는 것 같은데 눈은 비둘기로 간다.

어머님 모시고 왔을 때는 이 광장에 무릎까지 물이 찼었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약 40여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물이 모두 빠져나가서 어찌나 신기하던지....

 

 

 

 긴 시간 차 안에서 힘들게 왔던 피로가 비둘기랑 놀면서 다 풀어졌나 보다.

제일 재미있었던 시간.

처음에는 무서워하더니 나중에는 머리와 팔, 어깨까지 비둘기가 앉았다.

나중에 보니 큰 아이는 팔에 긁힌 상처가 몇 군데가 있다.

모이를 가지고 비둘기들이 싸우다가 생긴 상처란다.

 

 

 이태리 사람들은 정말 불친절하다.

5번을 와서 친절하게 웃으며 설명을 한다든지 물건을 파는 분을 만나보질 못했다.

화장실이 한번 사용에 1유로를 받는다.

그런데 조카가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찾는데 안내판을 있는데 화장실은 보이질 않는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물어보면 손으로만 가리키던지 아니면 모른다라고 한다.

어찌어찌 비슷한 방향을 찾아서 가다가 길이 막혀 상점여주인이게 물어보니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난 안내사무소 직원이 아니야. 그리고 네 눈으로 주변을 보면 되잖아.

난 너에게 어떤 정보도 줄 수가 없어, 난 말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한다.

너무나 불쾌하고 화도 나고 무어라 말해주고 싶은데 화장실이 급한 조카와 영어를 알아는

듣지만 말하는 데는 시간이 쪼금 걸리는 문제로 씩씩거리고 그 아줌마의 말대로

내 눈을 들어 여기저기 살피며 걷다 보니 화장실 화살표가 보였다.

아마도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물어오니 짜증이 났을 게다.

그래도 그렇지.

턴 라이트, 턴 레프트 이 말만 해도 바로 화장실을 찾았을 것을.

어찌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을 하는지 원.

다시 1유로를 내고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고 가벼운 몸과 마음(쪼금 아직도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착한 우리가 이해하기로 하고)으로 미리 준비해 간 김밥을

계단에 앉아서 먹었다.

 

처음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혼자 베네치아에 왔을 때 큰 아이가 18개월이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기저귀에 큰일을 보셨는데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고,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처리할 수가 없어서 광장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아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았다.

그리고 계산서를 보고는 기절을 하는 줄 알았다.

그때가 98년이라서 IMF때였기에 달라를 이태리 화폐 리라로 바꾸어서 지불을 했는데

그때 38000원을 냈었다.

이유는 커피값에 자리값, 그리고 라이브 뮤직 값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들 계단에 앉아서 빵 먹으며 음악을 듣는데 나는 딸아이 기저귀 간다고

앉았다가 돈이 모자라서 다시 비상금 털어서 커피값 내고 그냥 쫄쫄 굶고

밤에 숙소로 돌아왔었다.

그래도 내가 베네치아에 서있고 숨을 쉬고 그 자리에 현실로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골목골목 유모차 끌고 18개월 된 딸아이에게 혼자 열심히 이야기하며

다녔었다.

사진도 유모차에 앉은 딸아이 세워두고 독사진만 찍어주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다음에도 이렇게 4번씩이나 올 줄 알았다면 안 갔을 텐데....

 

5번 중에 이번이 아이들에게 확실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젠 2, 4학년이니까.

3년 전에 어머님 모시고 왔던 일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딸들아,

잘 보고 기억해 두렴.

나폴레옹이 극찬한 아름다운 곳이란다.

그저 비둘기 많은 곳으로만 기억하지 말고.

 

그래도 다음에 물어보면

아~~~~

그 비둘기 많은 광장요.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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