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한글학교 개학식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늘었나, 줄었나.
교과서는 부족하지 않을라나,
오늘은 별일 없이 잘 지나갈라나....
그런데 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느리다.
몇번을 채근을 해도 듣는지 마는지.
콘프레이크도 안 먹고 그제사 가방을 챙긴다.
빨리 준비하면 가다가 빵이라도 사먹여야 겠다 하는데
옷다 입고 "차 타러 갑시다" 했더니
웬걸.
딸들이 아직 잠옷차림이다.
너무 황당하고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작은 딸은 어제 엄마랑 약속을 하고도 원피스는 안입고 싶다며
투정이다.
결국 아침부터 소리소리 지르고 딸들은 3번을 차에서 내려
다시 옷갈아 입고, 놓고온 머리방울 가질러 다시 가고.
작은 딸은 옷때문에 엄마랑 싸우고 울고,
나도 씩씩거리며 화가나고,
아침부터 시끄럽다며 남편은 짜증을 내고.......
그렇게 겨우겨우 8시 15분에 한인학교에 도착을 했다.
선생님들과 교과서 나르고 강당 정리하고,
그런데 이런이런...
애국가 악보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학부모중 한분이 반주를 해주기로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악보가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한번 쳐보더니 악보없이 반주를 해주셔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산너머 산이라고
9시 개학식을 시작하려는데 마이크가 보이질 않는다.
총무선생님께서 알아보시더니 분명히 예약을 했는데 아래로
전달이 안되었단다.
결국 마이크 찾다가 개학식이 20여분 지체되었고 마이크 없이
개학식을 시작했다.
마이크 없이 하니 오히려 아이들이 조용하다.
개정되어 2007년 7월 27일로 시행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
생소하고 낯설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12년의 교육을 받으면서 외웠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새롭게 바뀌니
무의식중에 옛것이 나올까봐 오늘은 보고 읽었다.
교장선생님이 부득이 불참을 하시고 교감선생님의 훈화말씀을
조용히 듣는 우리 아이들.
3분의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매년 선생님이 몇분씩 바뀌는데 올 해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선생님이 바뀌게 되어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여기의 형편이
이러하니 어찌할 수가 없다.
10분의 선생님이 한학기 동안 열심히 가르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입학식이 끝나고 각 반에서 학부모님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2교시 부터 수업을 했다.
쉬는 시간에 큰 아이가 내 반으로 와서는 운다.
목이 너무 아프고 열이 난다며....
그러고 보니 새벽부터 춥다하고 아침에는 목이 아프다 했었는데
토요일 반나절은 잘 버틸줄 알았었다.
안되겠다 싶어 가까이에 있는 아는 분에게 전화하여 부탁을 드렸다.
하은이는 그 집으로 가서 약을 먹고 2시간여 누워있다가 다시 만나기로 하고...
쉬는 시간에 교무회의를 하는데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뛰어 들어온다.
불길한 예감.
아니나 다를까.
사고를 쳤다.
교실에 붙어 있던 헝가리 국장을 떨어트려서 산산조각을 냈다.
에구에구~~~~
하필 헝가리 국장이냔 말이다.
결국 헝가리어 잘하는 총무선생님이 나서서 변상하기로 하고
사과를 드렸다.
각 반 아이들 파악하고 교과서 부족분량을 확인하니 서울에서 비행기로
받았는데도 부족하다.
어쩌다 이런일이 생겼는지.
아무래도 상자가 바뀌지 않았나 싶다.
월요일에 대사관에 전화하여 확인을 해봐야 겠다.
아니면 당장 서울에 연락하여 추가 구입을 해서 비행기로 받아야 한다.
다음주 토요일 전에.....
선생님들과 교무실 정리하고 퇴근하며 관리아저씨께 인사를 하는데
아저씨가 날 부른다.
이유인즉
오늘 우리 아이들이 복도를 뛰는 것으로 부족하여 마당을 넘어
교문 밖가지 나갔던 모양이다.
아저씨는 아이들이 위험하니 교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것.
선생님중 한 분이 꼭 나와서 지킬 것.
왜 집에서 안전교육을 안 시키냐. 그런 것은 집에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등등등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선생님들께 말씀드려 아이들이 나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한명씩 나가서 지키는 것은 좀 어렵습니다.
아이들보고 나가지 말라 하겠습니다.
이다.
언제나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우리 아이들이 관리 아저씨는
항상 불안한 모양이다.
개학이라서 그렇다고. 첫날이라 아이들이 흥분해서 그렇다고.
다음에는 안그럴거라고.
정말 다음주 부터는 차분해 지면 좋겠다.
2시간 아는 집사님댁에서 약먹고 쉬다 온 큰 아이는 열이 내리고
얼굴도 편안해 보인다.
이럴때는 집이 먼것도 속상하고 중간에 아이데리고 집에 갈 수
없는 것도 속상하고.
내년 2월까지 열심히하고 잠시 쉬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아프다면 집에도
중간에 데리고 가고 가끔은 아침 느긋이 먹고 지각도 한번 해봐야 겠다.
아침에 늦을 까봐 아이들에게 화낸것도 미안하고.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꾸물거리면 안되는 것이야. 딸들아~~~)
그나저나 다음주 토요일에는 한국 아가들이 좀 얌전해 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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