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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낙엽을 태우면서 궁시렁궁시렁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0. 13.

저녁에 집에 와서 보니 집 앞과 집안이 낙엽으로 엉망이다.

갑자기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는 나인데, 오늘은 낙엽을 쓸기로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스스로 오늘은 열심히 쓸어 모아 태워야지....

사실은 남편에게 좀 잘보여야 한다.

외르보찬 갔다 오는 길에 차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시외버스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차 밑을 보니 무슨 뚜껑 같은 것이

떨어져서 덜렁덜렁 메달려 있다.

그것이 바닥에 닿으면서 소리가 났었던 것이다.

마침 옆에는 접촉사고로  차를 세워두고 사고 처리를 당사자들이

경찰 없이 하고 있었다.

생뚱맞은 얼굴로 가서는 "내 차에 문제가 있는데 도와달라.

무슨 문제 인지 난잘 모르겠다. 혹시 큰 문제는 아니겠지?" 하니하니

처음에는 뭐 이런 여자가 있나....? 하는 눈초리로 보다가 

별거 아니라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더니,

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차 안에서

노란 천과 큰 칼(사극에 나오는 목치는 망나니칼)을 가지고 와서는

차 밑의 덜렁거리는 뚜껑을 쳐서는 간단히 문제를 해결해 주고는

다시 사고 처리 마무리 하러 가신다.

너무 고마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오는데

선교사님도, 함께 차를 타고 오는 두 분도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우린 참 많이 웃었다.

그리고 큰 칼의 존재가 너무나 궁금했다.

물어볼걸 그랬나.....? 엑스트란가? 아님 쇼의 소품? 새 칼이던데.....

 

그런데 남편에게 이일을 이야기하려니 좀 잘 보여야 한다.

어쨌든 차수리는 남편이 해야 하니 좀 미안하다.

물론 내 잘못은 전혀 없다고 남편에게 꼭 강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마당을 쓸어야겠다.

퇴근하고 들어 오면 내가 열심히 깨끗하게 쓸었다고

이 또한 강조 또 강조해야지.....

항상 우리 집 앞만 낙엽으로 지저분했었다.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너무나 깨끗하다.

우리 집도 깨끗해지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보라고. 우리 집 앞도 깨끗하지?" 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미아 데리고 산책하던 큰 아이도 오랜만에 밖에 나온

엄마가 신기하고 좋은가보다. 

밝은 목소리로 "엄마 안녕?" 한다.

내참, 10여분 만에 엄마 안녕이라니......

"응" 대답하고 나니 좀 이상타.

 열심히 낙엽 태우는데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오셔서는 웃으신다.

언제쯤 쓸으려나 했었나 보다.

그런데 화가 난다.

우리 담장 사이에 호두나무가 4그루 있는데 우린 그 나무에서

떨어지는 호두 한 개도 안 먹는데 항상 우리가 쓸고 또 쓸고

해야 하니 화가 난다.

밤마다 호두나무 하나씩 톱으로 잘라 버릴까나?

나무 자르는 것도 이르드 시청에 신고해야 하나?

그러다 씩씩거리며 혼잣말을 한다.

우린 이 호두 안 먹거든요!  이르드시청에서 와서 좀 쓸면 안 됩니까?

봄에는 호두 꽃 떨어져 쓸고, 여름에는 잔디 깎고(이건 남편일), '

가을에는 낙엽 쓸고, 겨울에는 눈 쓸고 소금뿌리고.....

에구 정말 구역정부에서 해주면 안 되냐고요~~~~~

 집 안에 들어와서 낙엽을 쓰는데

미아는 저랑 노는 줄 알고 축구공을 물고 온다.

이쯤에서는 짜증이 난다. 

허리도 아파오고 손목도 아파오고.....

야! 미아, 저리 가! 모은 낙엽 날리잖아! 도움이 안 돼요. 정말.....

 

 며칠 동안 날이 좋아서 그런지 마른 낙엽이 불을 붙이자마자

금방 타버린다.

쓸어 모으기가 힘들지 타버리는 데는 순식간이다.

낙엽 타는 냄새는 참 좋다.

남편이 쓸고 난 옆에서 냄새만 맡으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은 참고 열심히 해야지.... 앞마당 쓸고 나니 허리도 못 펴겠다.

뒷마당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거긴 나중에 나중에..... 일단은 앞마당만.

내참. 

미아가 제일 먼저 걸어가더니 아예 자리 펴고 눕는다.

저것도 깨끗한 것은 알아가지고.

저걸 빗자루 던져... 말아.....

 허리 펴고 하늘보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매일 땅만 보고 살아서 오늘 낙엽 태우고 며칠 뒤 한 번만 더 태우면

되려니 했는데....

호두나무 보니 여름나무 같다.

밖 담장에 호두나무 4그루. 집안에 4그루 다 해서 8그루니...

저 나뭇잎 모두 떨어져 태우려면 대체 얼마나 걸리려나 싶어

까마득하다.

이젠 낙엽 태우는 일이 낭만이 아니라 원수처럼 느껴진다.

뒷마당은 보기만 해도 허리가 아파오고 머리가 아프다.

호두나무만이 아니라 살구, 자두, 배, 사과나무까지

겨울 준비를 하느라 옷 벗느라 한창이다.

그냥 눈 딱 감고 돌아 섰다.

몰라 몰라 에구 난 모른다.......

작년 까지는 이렇게 마당 쓸고 나면 손목이 아파서 파스를

붙였었는데 이젠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구역예배 가기 전에 허리가 아파 남편에게

파스를 붙여달라 했다.

그런데 어제 좀 늦게 들어온 남편은 깨끗한 마당을 못 봤단다.

이런 이러면 계획이 어긋나는데....

어쨌든 허리 아파가면서 마당도 청소했는데 슬슬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엄살도 무지 피우면서............

이젠 나의 다양한 사고로 많이 단련된 남편은

그저 어이없어하는 표정만 짓더니 알았단다.

그래도 나는 사고처리하는 남편 지루하지 않게 같은 사고는

한 번도 안 친다.

언제나 새로운 주제로 사고 치지...

이번에 차 밑뚜껑이 열리다니....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남편에게 미안하면서도 나오는 웃음을 어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