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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꽃과 야채 파는 노인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6. 21.

요즘은 뜸하지만 매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이면 난 우체국으로 간다.

주보를 부치기 위해서 같은 우체국을 이용하다 보니 우체국 옆에서

야채 모종과 꽃, 야채 등을 집에서 키워 따다가 파는 노인들을 본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 생활이거나 무료하니 용돈이나 벌려고 나오셨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여를 매일 같은 자리에 계신 것을 보니 그저 용돈 벌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뒤에 유심히 보니 항상 같은 종류라고 생각했었는데 계절 따라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채도 과일도 꽃도.........

모두 어디서 받아 오는 것이 아니라 본인 집에서 키운 과일과 야채, 꽃등이며

한 할머니는 우리의 절인 장아찌 같은 음식도 병에 담아와서 판다.

한 번쯤 사고 싶어 유심히 보지만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았던 종류라서

섣불리 손이 가지 않는다.

오이 피클이나 양파, 파프리카 절인 것은 가을에 사두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돌아왔다.

 

아마도 이분들은 헝가리가 개방되고 자유 상업주의가 적용되면서

적응하지 못한 분들이지 싶다.

언젠가 할아버지 한분이 흥분하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예전에는 연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닭고기, 돼지고기도 먹었는데 이젠

물가가  너무 올라서 토마토와 감자밖에 먹을 수가 없다고.....

겨울에도 예전에는 마음껏 난방을 하고 불을 켰지만 러시아와 갈라지고

난 뒤에는 겨울에도 너무 추워 옷을 입고 모자를 써야 한다고.....

그리고 이젠 러시아어는 쓸모가 없고 앙골(영어)을  알아야 하는 때라고.....

 

우리네 6.25와 보리고개 넘기시던 어르신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아픔, 혼란을

 지금 60-80대 헝가리 노인들이 겪고 힘들어한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빨리 적응하고  약아지며 물질 우선이 되어간다.

13년 전 헝가리와 지금의 헝가리는 많이 빡빡해지고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사람의 정도.......

 

요즘 체리가 한창이라서 찻길에도 자기 집 체리와 다른 과일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하루 종일 길거리에 서서 팔아도 얼마 못 벌 텐데... 하면서도  경찰 단속 없이

한가롭게 아침부터 나와서 저녁까지 라디오 틀어 놓고 파는 분들을 보면

또 역시 헝가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종종 남편과 함께 저녁 마실 갈 때는 차를 세워두고 과일을 산다.

모양도 못난 이고 먼지 폭 뒤집어쓰고 있지만 왠지 마트에서 산 것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오늘은 36도로 무지 더웠는데도 여전히 같은 장소에 나와계신 분들을 보다가

한번 주절주절 적어본다.

 초봄에 작은 야채 모종을 들고 나오셨는데 안 팔린 모종들이 너무 많이 자랐다.

이러다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은 아닌지 나만 안달이고

할아버지는 항상 잡지책을 보신다.

정성껏 가꾼 마당의 꽃을 꺾어 들고 나오신 할머니.

이 분은 항상 꽃을 가지고 나오셔서 판다.

헝가리 국민은 정말 꽃을 좋아한다.

안 팔리면 시들 텐데 싶으면서도 그래도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많이 사줄 거야 하며 돌아온다.

 단고추, 매운 고추 참 싱싱해 보인다.

저렇게 싱싱할 때 다 팔리면 좋겠다.

당근은 가늘고 뿌리가 길다.

꼭 토끼가 먹는 당근처럼.....

저런 당근이 맛있는데.....

이름 모르는 푸성귀도 갖다 놓고 판다.

우리네 시골 할머니를 보는 듯하다.

나물 뜯어 데쳐서 한 주먹씩 봉지에 넣어 파시는.....

나중에 서울 가면 아이들 손잡고 시골 5일장에 가서 나물도 사고

뻥튀기도 사고, 시장터에서 쪼그리고 앉아 말아주는 국수도 사 먹어야겠다.

 

못 말릴 병이다.

무엇을 하던 고국을 향하니 어이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