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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나 잡아봐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0. 28.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은 비가 왔다.

대문 앞에 서서 리모컨을 누르는데 문이 안 열린다.

비가 와서 그러나......?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남편이 수동으로 열겠다며 나가서는 비를 맞고

한참을 실갱이를 하는데 잘 안 된다.

결국 거구를 날렵하게 날려서는 담을 넘어갔다.

범인은 미아!

이 녀석이 입으로 코드를 뽑아 놓았던 것이다.

저 혼자 놔두고 3일 동안 없어지자 심술이 났었나 보다.

그다음 날!

오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태우고 집 앞에 섰는데

또 문이 안 열린다.

그 전날의 경험이 있기에 수동으로 어렵게(?)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코드가 뽑혀 있다.

으~~~~~~   미아~~~~~~!!!!!

머리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큰 아이가 놀라서 뛰어 온다.

"엄마 미아가 옆집 마당에 있어요"

오잉~~~?

어째 우리 마당에 있어야 할 미아가 옆집 마당에 있다나......?

옆집 아저씨 말씀이 우리가 여행 간 사이 지루함을 참지 못한 미아가

어떻게 갔는지는 모르나 두 차례에 걸쳐서 옆집으로 넘어왔단다.

그래서 두 번을 우리 집 마당으로 힘들게(여기서 무지 강조)

무거워서 아주 힘들게 우리집 마당으로 넘겨 놨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안 넘어오면 좋겠단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안에서 샌 쪽박이 밖에서는 안 샜겠나......

그 집 물건 파손한 것은 없나 남편이 오면 물어보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겠다.

이젠 별짓을 다해요.

그다음 날은 아침에 벌을 세웠다.

그런데 표정이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내가 무슨 잘못을.....?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아.

12시쯤 풀어 주고는 집안일을 하다가 오후 3시가 되어

아이들 데리러 문 잠그고 나가는데 내 눈에 딱 걸렸다.

바로 옆집 마당에서 마음껏 지 마당인양 뛰어다니는 미아.

정말 기가 막혀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눈이 마주치자 빤히 나를 쳐다본다.

표정이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어쩔까? 쌩깔까? 그러다 맞으면 어쩌지? 반갑게 아는 척을 할까?

옆집 아저씨께 어찌 말을 하나 고민하며 대문을 여는데 번개처럼

대문으로뛰어 들어오는 미아.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니....? 아니....?

저것이 언제 옆집에서 나와서 대문으로 의기양양하게

저리 빨리 뛰어 들어오나?

저것이 개세계의 데이비드 카퍼필드여 뭐여.....?

 

안에 미아 넣어두고 옆집으로 가니 다행히 옆집은 비어 있다.

그런데 옆집의 옆집 할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신다.

싸한 불안감.

분명 미아의 이야기인가 보다.

맞다.

어제도 그제도 미아는 옆집을 통하여 밖으로 나갔단다.

그리고는 찻길을  오더비써 오더비써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여러 번 반복)

위험하게 여러 번 했단다.

안 봐도 비디오다.

차들이 급정거하며 섰을 것이고 미아는 약 올리듯이 왔다 갔다

재미있어하며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이 너존너존 프러블리머(심각한 문제이니) 이니

방법을 찾으란다.

미안하다고 남편에게 꼭 구멍을 찾아서 막고 다시는

미아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니

할아버지 뻬르쎄(당연하지)하시며 들어가신다.

옆의 할머니도 무언가 말씀을 많이 하시고 싶은 눈치인데

그냥 들어가신다.

 우리 옆집의 대문은 이렇게 간격이 벌어져 있다.

미아가 이 틈으로 빠져나갔다며 할아버지께서 친절히 알려 주신다.

그렇다고 옆집 담까지 막을 수도 없고.....

우리 집에서 옆 집으로 넘어가는 구멍을 찾아야 하는데

옆집 아저씨 말씀이 본인도 열심히 찾았지만 구멍은 없었단다.

그럼.....? 하은이 말처럼 담을 뛰어넘었나?

아무리 잘 뛰는 미아라지만 설마 어른 허리를 넘는 담을 뛰어넘을까?

3일 연속 비가 내려서 어제도 미아가 좋다고

하은이에게 덤벼서는 옷이 진흙투성이였었다.

그래서 오늘은 운동복을 미리 준비해서 학교로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은이에게 미리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리고...... 집 가까이 가니 낯이 익은 개가 길거리를 활개치고 다닌다.

집 안에 있는 다른 집 개들을 약 올리며 정신없이 뛰어

온 동네 개가 다 짖는다.

바로 이거였다.

옆집옆집 할아버지께서 단속하라 하신 것이.

생각 없는 미아 차가 대문 앞에 서자 개구리처럼 더 뛴다.

너무나 반갑다고....

너 오늘 잘 걸렸다. 어디 한번 복날 개 패듯 맞아 봐라!

작심하고 내리는데 눈치 빠른 하은이가 선수를 친다.

미아를 잡아서는 자동문 코드 앞에 데리고 가서는 야단을 친다.

"그러면 안 되지! 알았어? 다음에는 더 혼날 거야!"

에구~~~~ 그래가지고 말 참 잘 듣겠다.

아무래도 묶어 놓든지 아니면 작은 우리를 만들어 가두든지 해야겠다. 

이러다가 어디서 아비도 모르는 새끼를

10여 마리 출산이라도 하면 어쩌나...

유리네 태풍이 처럼 쓰레기 버리는 날 온 동네 쓰레기통

다 엎어 놓으면 어쩌나...

(그날 새벽에 부부가 빨간 고무장갑 끼고 모자 깊게 눌러쓰고

온 동네 쓰레기 다 주어 담았단다.

그러면서 저걸 벌러톤 호수에 갖다 버려 말어. 결국 못 버렸다.

이유는 다시 집 찾아와서 신문에 날까 봐서 란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빨리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아무래도 나도 빨간 고무장갑 끼고

거리로 나서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웬일로 베란다 의자 위에서 곤히 주무시는 미아.

피곤도 하시겠지.... 온 동네를 정신없이 뛰어다니셨으니....

째려보다 째려보다 내 눈만 아프다.

 구멍도 없이 어찌 탈출을 했나...

카메라라도 설치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