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주 일요일 새벽 3시를 기점으로 서머타임이 해제되었다.
주일 아침 한시간을 버는 것처럼 여유가 있었다.
월요일부터 헝가리학교는 일주일의 방학에 들어갔다.
봄에 썸머타임이 시작되는 일주일도 방학이다.
아마 한시간의 시차지만 아이들의 컨디션을 고려한 것일 게다.
아침부터 너무나 여유가 있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 안 가니 큰 아이 등교시간이 한 시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도시락 싸고 아침 8시에 학교로 출발을 했다.
보통은 아침 7시에 출발을 한다.
하루종일 작은 아이랑 뒹글뒹글 놀다가 오후 3시가 되어
큰 아이 학교로 향했다.
오후 3시인데 벌써 해가지는 것처럼 하늘이 낮다.
한 시간의 차이가 정말 크다. 뒷자리의 작은 아이가 큰소리를 친다.
"엄마! 앞의 아저씨 말 타고 가요."
정말 바로 내 앞에서 서부의 무법자 영화에나 나올듯한 폼으로
한가로이 담배 물고말을 타고 가는 아저씨가 있다.
종종 젊은이들이 말을 타고 산책을 하거나 짐을 실은 마차를
보는 일이 많지만 이렇게 중년의 아저씨가 서부의 총잡이 분위기로
말을 타는 것은 처음이라 사진을 찍었다.
얼마 전 사진기를 떨어 트린 뒤로 사진이 영 안 좋다.
분위기가 정말 총잡이 같다.
담배 문 모습과 표정도, 분위기도......
디오시드의 새로 생긴 우체국이다.
예전 우체국은 너무나 협소하고 낡아서 줄을 서기가 힘들었었다.
새로 생긴 이 우체국은 넓고 새 건물이라 냄새도 좋다.
그리고 더 친절해졌다.
근무하는 분위기가 좋아지니 여유가 생긴 것일까나......?
우체국 옆에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색으로 칠한 정말 예쁜
놀이터가 있어서 오후가 되면 많은 젊은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서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우체국 옆에 있는 포도주틀이다. 개인용 같지는 않고
아마도 디오시드의 공용 포도주 틀을 여기로 옮겨왔나 보다.
예쁘다고 표현하면 이상하겠지만 내 눈에는 참 예쁘다.
오늘은 차 세우고 사진을 찍고 만져봤다.
나이가 꽤 되었겠다. 이젠 은퇴하고 이렇게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헝가리는 곳곳에 이렇게 옛 물건들이 전시(?) 되어 있으나
줄을 쳐서 못 만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
언젠가 시골 마을에 아직도 불이 났을 때 진화용 우물 두레박이
있는 것을 보았다.
엄청난 길이에 높이도 있어서 쉽지 않을 텐데 아직도 마을 한가운데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서 무슨 마을 수호신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큰 아이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테스코를 들렀다.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
그 특별한 볼일은 바로 이 세탁소에서다.
한 달 전 여름 하얀 바지를 드라이클리닝을 맡겼었다.
겨울 동안 넣어두어야 하기에.... 찾으러 갔더니
원래의 모양은 없어지고 길이가 약 10cm 정도 줄어들고
광택도 없어지고 후즈후즐하다.
오~잉? 왜이리 되었노.....?
아주머니 말씀이 바지 안의 세탁설명서를 보았는데
물세탁이라서 물세탁을 하셨단다.
이런........반드시 드라이클리닝 하시오라고 쓰여있고
드라이라고 동그란 원안에 쓰여있고만.....
손으로 드라이 표시를 보여주니
"난 중국말은 읽을 줄 모른다"라고 하신다.
전에도 이곳에서 두 번이나 드라이를 했다고 말씀을 드리고
물세탁의 경우는 미리 말을 하고 가격이 다르기에
서로가 알 수가 있다.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런 심오한 말은 통역이 필요하다.)
서류를 작성한 후 돌아왔다.
그다음 날 다시 가니 아주머니가 안감을 줄어든
겉감만큼 잘라 줄 테니 그냥 입으면 어떠냐고 물으신다.
길이만이 아니라 폭도 줄어들어서 못 입는다고,
그리고 길이가 7부 바지였기에 줄어든 길이는
거의 무릎 수준이라서,또한 옷감이 달라져서
(너무 후즐후즐, 꼬질꼬질하게...) 입을 수가 없다고.
아주머니가 사장과 이야기하고 다시 남편에게 연락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이다.
오늘 다시 통역할 큰딸을 대동하고 갔다.
마침 아주머니께서 일하시는 날이다.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서류에 사인을 하란다.
그리고는 50%만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신다.
그저 감사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50%를 받고 사인하고
돌아서는데 아주머니 눈물이 글썽이며 미안하다고 하신다.
갑자기 마음이 찡한다.
받지 말걸 그랬나.....?
이왕 못 입게 된 거 그냥 괜찮다고 할걸 그랬나.....?
지금까지 헝가리 사람 중에 실수를 하고 자기 잘못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몇 안 되는분이다.
대부분은 분명히 잘못을 했음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고맙다고 친절한 분이라고 인사드리고 돌아서는데
자꾸 뒤통수가 당긴다.
50% 돌려받은 돈이 자꾸 주머니에서 나를 찌른다.
어디 돈필요한 곳에 보내야겠다.
이 돈은 내 돈이 아닌가 보다.
정말 내 돈은 아니다.
서울에서 엄마가 여름에 입으라고 사서는 비행기로 보내준
옷이기에 내돈은 10원도 안 들었으니 말이다.
에구구~~~~ 그래도 그 흰 바지는 뽀대가 나고 참 이뻤는데....
여름에 정장처럼 흰 남방이나 블라우스에 잘 입었건만
똑같은 바지하나 구입하고 싶다.
돌아오는데 4시가 넘었으나 아직 5시도 안 되었는데
서머타임 해제되니 어둡다.
저녁 준비하다 보니 5시 30분인데 밖이 한밤중처럼 캄캄하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드디어 시작인 것이다.
조금 지나면 오후 3시부터 어둑어둑해지고 4시면 어두워진다.
이렇게 4월까지 가면 사람몸이 눅눅해지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하며 심해지면 우울증세가 나타난다.
앞으로 6개월을 잘 지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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