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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딸들과 함께 간 콘서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1. 8.

꾸물꾸물하더니 드디어 오후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매주 수요일은 하은이 학교가 1시간 일찍 끝난다.

마침 수요일인 어제 오후 3시 30분에 리스트음대 큰 홀에서 비엔나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 3명의 콘서트가 있었다.

헝가리 마브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했다.

평일 오후3시30분이니 대부분은 시간을 내기 어렵다.

하은이가 1시간 일찍 끝나니 빨리 하빈이를 태우고는 부다페스트로

출발을 했다.했다.

비가 와서 차가 막히면 늦기 십상이다.

다행히 별로 안 막히고 리스트음대 골목에 마침 딱 한자리가

비어 있어서 주차하고 들어가니 3시 25분이다.

아이들하고 화장실 갔다가 들어가려니 옷을 맡기고 들어 오란다.

춥다고 투덜대는 작은 아이 코트까지 벗겨서 맡기니 옷 3벌에

390 포린트(2,000원 정도)를 내고 들어가서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는 표에 좌석이 정해져 있는데 평일 오후라 자리가 많이 비었서

그냥 원하는 자리에 앉으란다.

둘러보니 한국 사람은 거의 눈에 안 띄고 나이 지긋하신

헝가리 사람들이다.

앞 좌석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헝가리 가족도 보이고....

우리 한국 유학생의 음악회라서 그런지 오늘 자리를 하신 나이 많으신

헝가리 분들이 왜 이리 고맙게 느껴지는지.....

자리를 잡자마자 불이 꺼지며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그전에 찍어 두었던 리스트 음대 사진이다.

볼 때마다 건물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의아해한다.

이 건물 하나가 음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나 보다.

 겉 옷을 이곳에 맡기고야 들어갈 수 있다. 

겨울옷의 부피가 주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인가...

함께 협연한 마브 오케스트라는 헝가리에서 가장 큰 오케스트라다.

1945년 헝가리 국철에서 만든 오케스트라라고 설명이 되어있다.

인상적인 것은 협연하는 마브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몇 분 빼고는

50이 훨씬 넘은 분들이라는 것이다.

제일 뒷줄의 분들은 70 가까이 되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안정감이 있고 보는 내가 푸근하니 참 좋다.

비엔나에서 공부한다는 한국 유학생 3명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하빈이는 처음 한 이 언니의 첼로 곡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집에 와서 나름 소견을 말한다.

 

 

 먼저 두 명의 첼로 연주가 끝나고 15분의 휴식시간이다.

하은이는 작은 샌드위치를, 하빈이는 초콜릿을,

엄마는 헝가리식 진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

 마지막은 바이올린 연주였다.

89년, 87년생이니 앞으로 더 경험을 쌓고 배우면

훌륭한 연주자가 되겠지.

하은이는 30여분을 하는 곡을 다 외운 것이 신기한가 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헝가리 분들의 음악회 관람 자세는 배울만 하다.

미리 아이들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

그저 손잡고 가서 앉아만 있으면 그 분위기에 저절로 배운다.

난 음악도, 오페라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가 더 좋다.

 두 아이 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모습이 에미 눈에는

연주자보다 더 예쁘다.

신랑과 함께 오는 것보다 딸들 손잡고 오니 더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일찍 시작했기에 연주회가 다 끝나니 오후 5시 20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시간이 오히려 좋다.

이렇게 딸들 손잡고 오페라도 보고 싶고 음악회도 가고 싶다.

비 오는 어두운 밤 집에 돌아오는데 마음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