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드디어 출장에서 돌아오셨다.
아빠가 출장 가신 그날부터 딸들은 아빠 오실 날만 기다렸다.
"엄마, 아빠 언제 오세요?"
"몇 밤 남았어요?"
아빠가 출장 가신 그날부터 딸들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빠가 보고 싶고, 아빠손에 들려질 선물이 기대가 되고,
아빠 없는 시간의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아빠가 출장을 가면 딸들은 엄마 보호자로 자처하고는 잔소리가 심해진다.
"엄마, 가스불 껐어요?"
"엄마, 집에 바로가요. 어두우면 엄마 길 잃어버릴 수 있잖아요."
"엄마, 생활비 얼마나 남았어요? 없으면 제 용돈 쓰세요."
- 큰딸, 작은딸 이번에는 유난히 생활비에 관심이 높다.
무엇을 사든지, 장을 보면 꼭 생활비가 얼마나 남았나 묻곤 한다.
짜식들....
행여 에미가 지들 굶길까.....
아빠 출장 중에는 딸들이 더 말을 잘 듣는다.
텔레비전도 안 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바이올린 연습도 잘한다.
이틈을 안 놓치고 딸들 세뇌교육에 들어간다.
얼마나 아빠가 너희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아빠가 힘들게 일을 하시는지,
아빠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그러니 너희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 아빠 없이는 백화점도 콘서트도 재미있는
텔레비젼도 별로 재미없다는 걸 아는 딸들은
아빠의 존재가 너무나 귀하다는 것을 잘 안다.
가끔 이렇게 장기 출장을 가면 딸들과 난 꼭 붙어 다니고
안방에서 셋이서 함께 잠을 잔다.
그리고 아빠가 오셨다. 딸들 선물을 가방 가득 안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탁 위의 선물을 보고는 입이 벌어진다.
하은이의 바지, 하빈이 옷, 샤프펜슬, 가방, 구두....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꿀떡들.
아침을 떡으로 먹고 학교에 가는 딸들.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사정사정해야 한 장 찍는 작은 딸이
기분이 너무 좋아 오늘은 사진 찍으며 웃어 준다.
그리도 원하던 끌고 메는 가방을 선물 받고 인터넷으로 직접 고른
부츠도 신고 언니 모자까지 빌려 쓰고 기분이 날아간다.
서울 이모가 보내주신 스티커를 설명서 대로 하은이 손톱에 붙여주었다.
하은 손톱에 꽃이 피었다.
하빈이는 학교에서 허락을 하지 않아 겨울방학에 하기로 했다.
엄마 손톱에도 분홍 꽃이 피었다.
아침에 밥 할 때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옆에서 숙제하는 하빈이 발이 이상타.
눈여겨보니 양말을 신고 있다.
에잉~~~~ '하빈아, 양말 왜 신었어?' 물으니,
하빈이 빙긋이 웃는다.
무지 맘에 들었나 보다.
밤에도 양말을 신고 숙제하는 것이....
하은, 하빈이 양말이 너무 낡아서 다 구멍이 났다.
그래서 남편과 통화 중에 오늘은 양말을 사러 갈거라 하니
본인이 사 오겠다며기다리라더니 이렇게 예쁜 양말을 많이 사 오셨다.
얼마나 예쁘고 맘에 들면 밤에도 양말을 신고 벗지를 않는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양말부터 손에 들고는 화장실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놓지를 않는다.
오늘 아침에는 아빠가 "하빈이 뭐 하니? " 하고 물으니 배시시 웃으면서
바지를 들고 양말을 보여준다.
표현적은 녀석이 너무나 귀엽다.
작은 엄마가 예쁜 겨울 방울을 보내주셨다.
아침부터 하은이는 흰색, 검은색, 핑크색을 들고는 어떤 것이
옷에 잘 어울릴 것 같냐며 결정을 못 하고는 고민한다.
결국 하얀색으로 결정을 하고는 묶는다.
뒤통수에 하얀 토끼꼬리가 달렸다.
딸이 좋아하는 가수라며 동방신기 달력과 스티커를 챙겨 온 아빠.
특히 작은 엄마는 아들 키우며 한 번도 안 사본 동방신기 스티커를
하은이를 위해서 사서 보내주셨다.
고마운 동서다.
무엇이 갖고 싶니? 물으니 샤프가 제일 갖고 싶다고....
예쁜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갖고 싶다는 딸을 위해
아빠와 이모가 샤프를 종류별로 30여 가지나 샀단다.
두 딸은 샤프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세상에 웬 샤프가 저리도 종류가 많은지....
인터넷으로 엄마랑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었더니
아빠가 받아서 들고 오신 겨울부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고는 온 집을 돌아다닌다.
엄마도 선물을 받았다.
멋쟁이 동서가 귀걸이와 브로치를 보내주었다.
이 귀걸이를 하고 어디를 갈까나.....
이 브로치는 어느 옷에 어울릴까.....
동서는 보는 감각이 있고 멋쟁이다.
꼭 귀와 옷에 걸고 외출을 해야지.
바쁜데도 아이들 것 챙겨 보내고 내 것도 챙겨주니 고맙다.
신랑이 상자하나를 쑥 내밀더니
"미리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한다.
미리면 어떻고 나중이면 어떠랴 선물이라는데.....
부탁한 화장품도 꺼내어 주고 어머님이 챙겨주신
겨울 파카도 받고 서방님이 주신 운동복
(그렇지 않아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어찌 아셨는지...)도 받고.
정말 매일 달리기를 해야겠다 결심도 해보고....
무엇보다 아이들 떡볶이 떡이 너무나 반갑다.
주말에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해주어야겠다.
아빠가 오시니 아이들 목소리가 높아진다.
말소리가 빨라지고 생기가 넘친다.
한 번씩 이렇게 출장을 가는 것도 좋지 싶다.
아빠 오시면 꼭 하기로 한 중국집 외식도 해야겠다.
아빠는 밀린 일로 바쁘겠지만 우린 아빠 오시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가족은 이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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