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태우고 어두워지기 시작한 저녁에 집에 오는데
집집마다 문 앞에 낙엽을 담은 쓰레기 봉지가 나와있다.
어....?
그러면 공짜로 낙엽 가져가는 날....?
머릿속이 복잡하다.
에이.. 힘든데 그냥 두지 뭐.
아냐,공짜인데 그래도 낙엽을 쓸어야지.
보통은 쓰레기 봉지 큰 것 하나가 500-800원을 주어야 가져간다.
그래서 그냥 놔두거나 아니면 날씨 좋은 날 태우는데
딱 한번 시청에서 모아놓은 낙엽을 수거해 간다.
옆집이 내놓은 걸 보면 다음 주 정도면 지나간다는 이야기인데....
고민하다가 아줌마의 근성이 공짜면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지 않은가.
빗자루 들고 고무장갑 끼고 나와서는 비에 젖은 낙엽을 쓸어 모아
쓰레기 봉지에 담았다.
우리 담을 다 쓸고 나니 옆집의 낙엽이 눈에 거슬린다.
아예 쓸어 줄까....?
허리가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조금만 더 하면 부러지겠다나?
벨을 누르고 아저씨에게 알려줄까? 공짜로 가져간다고...
연약한 나도 하는데 옆집은 작년과 같이 올해도 전혀 낙엽을 안 쓴다.
바람 불면 바로 우리 집 담으로 넘어올 저 낙엽들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앞치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하은이에게 고장 난 카메라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일단은 사진으로 내가 얼마나 열심히 낙엽을 쓸어 모았는지
남편에게 보여주고.....
반대편 이웃은(항상 미아가 담 넘어 다니는 집) 언제나 깨끗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 담장이 저리 지저분했을 때
옆집 아저씨도 눈에 거슬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빗자루 들고 더 열심히 쓸고.....
하늘 보고 어찌나 기쁘던지....
나뭇잎이 거의 없다.
나무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한다.
"잘 자라. 다 벗고 가벼워졌으니 푹 자고 내년에 만나자."
큰 쓰레기 봉지 6개를 묶어 놓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 얼마 벌었나....?
에게~~~그래 봤자 3.000원 정도네.
그래도 공짜라니 기분 좋아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외르보찬을 갔다가 집에 들어오니 나머지 낙엽과
그전에 떨어진 미처 안에 있어서 쓸지 못한 낙엽이
바람을 타고 나와 마당을 뒤덮고 있다.
그런데 빗자루를 찾으니 없다.
미아가 빗자루에다가 화풀이를 했나 보다.
뒤의 나무대만 남고 앞의 비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다.
자세히 보니 얼마나 끌고 다니며 물어뜯었는지 앞,뒤마당에
여기저기 방대하게 퍼져있다.
저걸 이 나무대로 죽도록 패줄까 보다.
눈치는 있어서 사정거리 밖에서 곁눈질로 눈치만 본다.
할 수 없이 고무장갑 끼고 손으로 낙엽을 쓸어 모아 집안
4곳에 불을 지피고 태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는 절대 낙엽을 안 쓸어 담는 옆집의 낙엽과
우리 집으로 바람 타고넘어온 낙엽을 쓸어 모아 태우는데
하얀 포드승용차가 천천히 내 앞에 와서는 선다.
길을 물어보려나?
창문을 내리더니 아저씨 말이 (너무 빨리 말해서 분위기와 느낌으로)
내가 법을 어기고 있단다.
웬 법?
싸한 불안감.
가만히 보니 오잉? 아저씨가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
그리고 왼쪽에 "경찰"이라고 쓰여있다.
갑자기 긴장이 된다.
아저씨가 천천히 말씀하신다.
"토요일, 일요일, 국경일은 낙엽을 태우면 안 된다.
그리고 이렇게 연기가 많이 나도 태우면 안 된다"라고....
바로 불을 끄란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내참.
일단 웃으며 알았다고. 몰랐었다고.
바로 불을 끄겠다 하고는 경찰아저씨가 가는데
차도 번호판도 경찰차가 아니다.
그럼 형산가? 방탄조끼 입은 것이 아무래도 형사 같다.
어쨌든 태우던 낙엽은 다 태워야겠기에 다시 돌아오나 기웃거리며
다 태우고는 들어오는데 좀 이해가 안 간다.
토요일, 일요일, 국경일은 낙엽을 태우면 안 되면
직장 다니는 사람은 어쩌라고?
이웃들도 모르나? 내일도 뒷마당 낙엽 모아서 길 가에서
한 번 더 태워볼까? 벌금이 얼마였나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든 오늘은 벌금은 안 냈지만 만약 내일 또 걸리면 벌금을 내겠지?
그래도 진짜인지 자꾸만 궁금해진다.
옆집 아저씨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이르드에서 7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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