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아니면 남편이 어젯밤에 집 둘레 등을 켜놓고 잤나?
밖이 너무나 환하다. 커튼을 열고 보니 등이 아니라 밤새 온 눈에
달빛이 반사되어 저리환한 것이 었다.
너무나 예뻐서 한참을 넋을 잃고 보다가 걱정에 정신이 들었다.
아직 타이어를 겨울용으로 안 바꾸었던 것이다.
이를 어쩌나......
아이들 서둘러 깨우고 혹시 큰아이 학교 눈오는 날이니
휴교라는 전화가오나 기다리니 전화가 없다.
서둘러 도시락을 싸다가 작은 아이에게 뒷집의 릴리 엄마 차를 타고
갈거냐고 물으니 작은 아이 단호히 싫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서둘러도 눈이 와서 어쩌면 지각할 수도 있다고
미리미리 단속하고 나섰는데 아침7시 정각이다.
잘하면 어쩌면 운이 좋으면 안 늦을 수도 있지.....
평상시 시속 60-70km이던 차들이 30-40km로 서행을 하고
나도 미끄러 질까봐 천천히 아주 조심조심.
그러다 앞차가 서면 너무나 놀라서 핸들을 꼭 잡고 가려나? 정차인가?
작은 아이는 나니아 같다면 창밖 구경에 여념이 없다.
이른 아침인데도 제설차가 바쁘게 다닌다.
학생들이 종종 걸음으로 학교로 걸어간다.
7시 15분경인데 벌써 등교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차들이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벌써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단속을 한다.
만약 지각을 해도 울지 말것. 눈 오는 날은 대부분이 이렇게 힘들게 가니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정말로 절대로 제발 울지 말것.
여기저기 눈치우기 바쁜 제설차를 보니 웬지 안심이 된다.
돌아오는 길을 좀더 낫겠지....
그리고 큰 아이 학교부근에 가니 벌써 7시 40분이다.
10분이면 올 거리를 40분에 왔다.
안되겠다 싶어 큰 아이는 내려서 걸어가라 했다.
작은 아이 내려주고 되돌아 오면 분명히 지각이니까....
큰 아이 내려서는 마음은 바쁜데 길을 미끄럽고...거울로 보니
허둥지둥 긴장된 표정으로 찻길을 건넌다.
워낙 밀리니 큰 아이 무사히 찻길 건너 학교 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작은 아이 학교에 도착하니 8시5분이다.
세상에 한 시간이나 걸렸다.
보통은 20-30분이면 되는 거리이다.
그런데 뒤에서 우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만 학교에 안 가고 싶다나.... 지각했다고 하루 쉬겠다는 작은 아이.
어이가 없다.
그러고 보니 3년 동안 지각이 딱 한번 밖에 없었다.
엄마랑 함께 들어가서 선생님께 이야기 하자고 손을 잡고
어거지로 데리고 들어 갔는데 너무 울어 눈,코가 빨갛다.
기다렸다가 선생님께 집에서 7시에 출발했지만 차가 너무 밀려 지각했다고
설명을 드리니 선생님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어쩔수 없으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키신다.
돌아서는데 아이에게 좀 미안하다.
그래도 어쩌랴.... 눈 떠보니 눈이 와있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더 일찍 일어나 출발을 했겠지만서도....
집에 들어서니 그 동안 못보았던 장미가 눈에 띈다.
하얀 눈속에 있으니 빨간 장미가 더 빨갛다.
뒷 마당에 사진을 찍으러 가니 호두를 까먹던 7-8마리의 까마귀들이
놀라서 날아 간다.
겨울이면 뒷 마당에 호두를 까먹기 위해서 까마귀들이 매일 방문을 한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
딸들은 우리 집이 까마귀 때문에 백설공주의 마귀할멈집 같다고 한다.
가끔은 20여 마리가 떼를 지어 마당에 앉아서 호두를 까먹으면
섬뜩하기도 하다.
오늘은 하얀 눈위의 까마귀들이 귀엽고 반갑기 조차하다.
겨울 손님이 드디어 왔구나 싶어서....
오후에 학교에서 만나 큰딸은 오늘은 누가 지각을 했고,
선생님이 차가 밀려서, 언덕을 못 올라가고 뒤로 미끄러져서
누가누가 지각을 했고.... 재잘재잘 말이 많다.
작은 아이는 막상 학교에 가보니 생각보다 지각이 많았고
뒷집의 릴리도 지각을 했다고 하니
(릴리 엄마가 작은 아이 학교 선생님이시다.)안심이 되었는지
오후에는 얼굴이 밝아 졌다.
아침에 운것이 엄마에게 미안했는지 어색하게 웃는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자명종 시계를 5시로 맞추어 놓는다.
만약 눈이 와도 절대로 지각을 하면 안된다나.....
아마도 시계만 5시에 일어나지 싶다.
정말 올 해는 눈이 많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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