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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헝가리여행

죽은자를 기억하는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1. 1.

햇살이 투명하고 하늘도 스카이 블루로 파랗다.

고등학교때 외웠던 싯구 처럼팬촉으로 콕 찌르면 파란 잉크가 주르륵 흐를것 같다.

어제까지 우중충하고 밤에는 비까지 왔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부시게 화창하다.

딸들도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 좋은지 "엄마 엄마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요" 한다.

 

오늘은 헝가리가 죽은자를 기억하여 무덤을 찾는 날이다.

그런데 날씨가 이리도 좋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무덤을 찾는데 날씨까지 우중충하고

비가 온다면더 청승 맞으니까.....

헝가리 사람들은 무덤을 참 자주 찾는다.

오늘 처럼 매년 11월 1일은 죽은자를 찾는 날이다.

다들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서 가족의 무덤을 순회해야한다.

또한 죽은 자의 생일이면 무덤을 찾는다.

태어난 날과 이름생일 이렇게 두번을 꽃을 들고 찾아 간다.

(헝가리 달력에는 각 날마다 이름이 적혀 있다. 태어난 날 말고 이름이 적여 있는날을

이름생일이라 해서 오히려 더 크게 생일 파티를 한다.)

죽은 날. 기일도 무덤에 찾아 간다.

그러나 기일에는 무덤보다는 죽은 장소를 더 많이 찾는다.

예를 들어 사고로 죽었다면 사고로 죽은 장소에 가족이 꽃다발을 들고 모인다.

얼마전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는데 M7과 M1고속도로의 합류지점에

차 10여대가 중앙 분리대에 비상등을 켜고 서있다.

위험하니 경찰차 두대가 앞, 뒤로 서서 지켜보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곳에서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그곳에 죽은 날을 기억하여가족들이 그 장소에서  죽은 가족을 그리며 모였다.

 

이틀전 장을 보러갔더니 오늘 무덤에 가지고 갈 꽃들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다.

꽃집도 이번주는 계속 무덤용 꽃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카톨릭 국가이니 무덤에는 십자가가 참으로 많고

꽃과 함께 십자가 장식을 많이 꽂아 놓는다.

 무덤용에는 보통 초가 포함이 된다.무덤에 가보면 초가 참 많이 켜있다.

 미리 다녀가셨나 보다.1

1월 1일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그 전날 미리 다녀가는 분들도 계신다.

아니면 가까이 있는 무덤은 그 전날이나 그 다음날 다녀가고

먼 곳의 무덤은 당일날 아침 일찍 서둘러서 다녀온다.

이날은 무덤 근처는 너무나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무덤이 주택가 안에 있다.

이 무덤은 하은이 학교 바로 아래에 있다.

하은이 학교에서 천천히 큰길로 조금만 내려 오면 시내 중심에 무덤이 있어서

언제나 쉽게 찾아 갈수가 있다.

어디나 도시의 중심에, 그것도 주택가 한 가운데에 무덤이 있다.

처음에는 참 신기했다.

우리는 산 그것도 외곽의 산에 있는데......

아이 데릴러 가다보면 자주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평일날도 자주

들꽃 몇 송이들고 찾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으시나....

조금만 기다리라고, 나도 곧 갈거라고 하시나....아니면 자식들의 소식을 전하시나.....

 

무덤이 주택가 안에 있는 것이 이젠 좋다.

우리의 삶안에 자연스럽게 죽음도 끌어 안고 낯설지 않게 맞이하며

삶을 정리하겠지 싶다.

그리고 너무 멀어 어느날 갑자기 찾고 싶을 때 막막하지 않고

길만 건너면 바로 무덤이니 이 또한 좋다. 

이날도 할아버지 한분이 무덤앞에서 꽃을 정리하신다.

사진찍기 미안하여 조용히 나왔다.

'내일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겠지....  

화려한 꽃들과 초들로 이무덤이 환해지겠지....'

 

오늘은 아이들과 집에서 뒹글거린다.

이런날 절대로 나가면 안된다.동서남북 무덤 찾아 다니는 많은

헝가리 사람들로 길이 막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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