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어느새 호비락(눈 꽃)의 싹이 얼은 흙을 뚫고 나와 있었다.
여린 잎이 안쓰럽다. 벌써....? 하고 보니 벌써 2월이 다음 주다.
그럼 일찍도 아니다.
난 얼마나 성미 급한 녀석이길래 벌써 얼굴을 내밀었나 했는데
제때 지각하지 않고 나와 준 것이다.
그럼 2월 중순 헝가리 퍼르셩때면 하얀 아주 예쁜
순백의 하얀 호비락 꽃이 피겠지.
참 예쁘다. 신기하다.
어쩜 시간을 알고 저리 제때에 나오는지......
이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참 청초하고 곱다.
위의 싹이 약 20여 일 뒤면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운다.
우리 담장과 마당 가득......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는데 이르드에 사는 이웃사촌인 집사님께서
얼마 전 양송이버섯이 들어 있는 줄 알고 사셨는데,
집에 와서 열어 보니 양송이버섯을 키울 수 있는 씨앗이 들어 있는 상자였는데
벌써 버섯이 올라왔단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도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버섯을 집에서...?
가끔 된장찌개에 버섯을 찾아 냉장고를 뒤져도 없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럼 바로 상자에서 따서 먹으면 되니 얼마나 좋아...?
그래서 바로 한 상자를 샀다.
바로 이 상자다.
나도 몰랐다면 그저 이 상자 안에 버섯이 들어 있겠거니 했을 거다.
어쨌든 집사님 덕에 한 가지 나도 알았다.
이 상자에서 꽤 많은 버섯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8.000원 정도이다.
싼가? 싼 거겠지, 원래 물건을 살 때 난 가격표를 안 보고 산다.
그래서 가끔 남편에게 혼(?) 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자 안에는 거름이 들어 있다. 여기에 물을 좀 분무기로 뿌려 준다.
노란 봉지 속에 흙과 함께 버섯의 씨가 들어 있다.
그림 설명서도 있어서 쉽다.
노란 봉지 속의 흙을 거름 위에 쏟아붓고 다시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면 끝이다.
물을 분무기로 뿌려주고 이렇게 비닐봉지로 위를 덮어 두면
10-12일 후면 버섯이 나온단다.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난다.
그런데..... 상자를 보고 버섯이 재배되는 상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표정이
왜? 제대로 키우기나 하려나 싶은지
그냥 사 먹지.... 한다.
우 씨~~~~!!!!!
잠자는 나의 코털을 건드린다.
그동안 내가 화분을 자주 말려서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서도
오랜만에 내가 무공해 버섯을 딸들과 재배해 보겠다고
큰맘 먹고 사 왔는데 격려는 못 해줄 망정....
갑자기 무지 잘 키우고 싶어 진다.
정말 정말로 잘 키워서 무공해 싱싱한 버섯을 아침, 점심, 저녁
열심히 식탁에 올려야겠다.
기대하시라 신랑~~~~~!!!!
오늘 점심에 호비 락의 싹을 보고 내가 좀 흥분을 했나 보다.
봄바람이 콧구멍에 들어간 것이 사실인가 보다.
안 하던 짓을 다하고....
워낙 유치원 교사 시절 질려서 식물이든 동물이든 집에서
가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치원 교사로 있을 때 일 년 12달 화분과 고구마 싹, 감자 싹,
양파 키우기, 무 싹 내기....
올챙이 키우기, 개구리 키우기, 남생이 키우기, 새, 토끼, 물고기.....
너무나 질리게 키워서 결혼하고는 화분도 보기 싫었었다.
분명 허파에 봄바람이 들어갔다.
내가 양송이버섯을 키우겠다고 들고 왔으니 남편의 표정이
저럴 수밖에....
우리 마누라가 이상하다. 왜 저러나....
그런데 참 좋다.
자다가 딸이 상자 안을 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상자 안을 또 보고,
학교 갔다가 오자마자 상자에게 가서는 또 보고,
딸들이 저리 좋아하니 버섯 안 먹는 둘째 딸이 이번 기회에
버섯을 먹게 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갑자기 귀하게 느껴져 저녁 상 치우고 물을 한 번 더 뿌려 주었다.
잘 자라라..... 우리 딸들이 무지 기다리거든.....
하얀 버섯이 올라오고, 마당에 하얀 호비락(눈꽃)이 피면
정말 봄이 온 것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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