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다. 9시부터 굽기 시작한 쿠키를 다 굽고 나니 말이다.
내일이 밸런타인이라고 이 밤중에 이러고 있다.
한 번도 밸런타인이라고 초콜릿을 사본적이 없는 나다.
누군가에게 준 적도 받은 적도(아마 그럴걸.... 아닌가?) 없는 나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 깊은 밤에 쿠키를 굽는다.
내일 딸들 학교에 들려 보내려고 말이다.
헝가리에 살다 보니 여기는 한국에서 난리 치며 보내는 그런
발렌타인이 아니었다.
그저 사랑한다는 표현을 정성껏 하는 기쁜 날이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동료에게....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연인들만 즐기는 특별한 날이겠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학교에는 열흘 전부터 광고가 붙었다.
밸런타인데이에 자녀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려면
신청을 하라고 말이다.
아주 작은 비용을 지불하면 밸런타인데이에그 반에 가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노래를 불러 주는 프로그램이다.
난 그저 무심히 지나쳤다가 오늘 서둘러 학교로 갔는데
웬걸 신청자가 너무 많아 벌써 끝났단다.
에구~~~~~ 미안해라.
작년에는 우리 딸만 사랑의 메시지를 못 받았다고 했는데
올 해도 그러려나 보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쿠키를 구워서 학교에 가지고 가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했다.
이건 큰 아이, 작은 아이 선생님들과 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 선생님께선생님께 드릴 쵸코렛들이다.
되도록 부담되지 않게 작은 것들로,
비용도 저렴한 것으로 준비를 했다.
정성껏 하은이가 카드를 쓰고 에미는 옆에서 쿠키 반죽에 정신이 없다.
이건 큰 아이 학교에 들려 보낼 쿠키.
열심히 숫자를 세던데... 모자라지 않겠지?
이건 작은 아이가 가지고 갈 쿠키.
친구들과 하나씩 나누어 먹으면서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중에 커서 그저 쵸코렛 사서, 그것도 말도 안 되게 비싼 것을 사서는
남자 친구 주네 하며 낭비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변에 그동안 표현 못했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멋진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밤에 쿠키를 구웠다.
내일 아침에 딸들이 일어나면 하나씩 들려서 학교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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