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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기차 건널목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 19.

아침 일찍 세탁소를 갔다가 집으로 오는데 기차 건널목에서 신호에 잡혔다.

이 건널목 지나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어 사진기를 꺼냈다.

공사 중이던 기찻길  지하차도가 곧 개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앞 차도는 그리 교통량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공사로 길을 막자

다들 이 건널목을 건너느라 우리 집 앞 교통량이 너무 많아져 불편했었다.

 여기는 이르드 아랫 역 건널목이다.

참 이상하게 평행선으로 아랫 역, 윗역이 지척에 있다.

그래서 오늘 처럼 아랫 역에서 걸려서 기다렸다가 건너고 다시 바로 윗역에서

또 신호에 잡히면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건널목 사이에 갇히고 만다.

최고 기록은 여름에 30분이었다.

아랫 역에서 잡히고 통과했더니 바로 윗역에서 다시 잡혀서는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보내고,

다시 부다페스트에서 내려오는 기차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화물차가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지나가고

다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보내주고

가도 된다하여 시간을 보니 30분이나 서있었다.

이럴 때는 헝가리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어쩌면 저리 다들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이 더위에 얌전히들

기다리는지...

나는 그 사이 전화를 3통이나 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집에

"미안해요. 기차 건널목에서 잡혔어요."

다시

" 어떡해요. 윗역에서 다시 잡혔는데 15분이 지나도 빨간 불이네요."

계속 미안해서 ....

아랫 역 기찻길. 여기가 제일 예쁘다.

여름에는 한번 신발 벗고 레일 위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예쁘다. 

눈이 와도 환상이다.

여름밤에 문을 열고 있으면 밤에 기차 가는 소리가 참으로 정겹게 들린다.  

기찻길과 우리 집은 가깝지가 않아서 멀리서 들리는

그것도 조용한 밤에만 들리는 기차소리가 싫지가 않다.

내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가?  귀 기울이면 들리는 기차소리....

 여긴 아랫 역과 지척에 있는 윗역 건널목.

여기에는 건널목을 지키는 초소가 있다.

너무 썰렁한.... 그래도 밤에는 불이 켜진 초소를 보면 안심이 된다.

 윗역 기찻길은 좀 넓다.

그러고 보면 이 길을 8년을 다녔지만 한 번도 아이들이 기찻길 위에서

노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들이 안전교육을 잘 시키는지.....

가끔 인력회사에서 나와서 쓰레기 봉지 들고 청소하는 모습만 간간히 봤다.

기찻길이 아이들 놀이 터였었는데.

나 어렸을 적에는....

기찻길에는 무서운 이야기도 참 많았었고....

오다가다 보니 거의 공사가 끝나는 것 같아었는데 오늘 가 보니

마무리 공사만 남았다.

기찻길 밑으로 차도를 만드는 공사가 2005년 2월 21일에 시작되었다 쓰여있다.

만 3년을 꽉 채우는 헝가리다.

물론 지하차도만 뚫은 것은 아니다.

위의 기차역도 새로 만드는 공사를 하느라 더 늦어진 것이겠지만

만 3년이면 좀 심하지 싶다.

남편은 항상 돌아갈 때면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터널 뚫는데 무슨 몇 년씩

걸리냐며 어이없어한다.

이 길로 가면 바로 갈 길을 다들 불평 없이 3년을 차로는 20여분을,

버스로는 30-40여분을 돌아다녔다.

아마도 헝가리라 가능하지 싶다.

아무튼 너무나 반갑다.

곧 개통을 할 테니 말이다.

이젠 기차 건널목에서 신호에 잡혀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30여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다.

기차역도 아직 공사 중인가 보다.

아랫 역에 손님을 모시러 가보니 참 깨끗하고 새로 지어 예뻤었는데

윗역도 그러겠지 싶다.

너무 오래된 도시 이르드가 변하고 있다.

맥도널드가 들어오고,

테스코가 들어오고, 6번 국도가 고속도로로 만들어진다며

거의 공사가 끝나가니 말이다.

이렇게 좋아지면 집값 좀 오르려나....?

집 값은 고사하고 하수도 공사만 해주어도 좋으련만.

어쨌든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늙은 이르드가 젊어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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