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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기분이 꾸물꾸물해서 Pataki cukraszda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 17.

지루하다.

아~~~~ 지루하다.

오늘은 이상하게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

연속극 한 편 보고 전공서적 뒤적이다가 오랜만에

창문 활짝 열어젖히고 청소기를 돌렸다.

설거지도 끝내고 인터넷 켜고 뉴스도 보고....

그런데 자꾸만 안에서 무언가가 꾸물꾸물 올라온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었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어제는 고추장에 비벼 먹었고

그제는 또 계란 얹어 고추장에 비벼 먹었고.... 오늘은 간장에 비빌까...

에이.... 오늘은  먹는 것도 귀찮고  싫다.

오늘따라 날씨가 오랜만에 화창하다.

단것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점심으로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가방 들고 차 시동 걸고 아예 나갈 준비를 해서 나섰다.

이르드에는 유명한 케이크집이 하나 있다.

딱 하나.... 물론 빵집이 무지 많은데 아주 유명한 집은 이 집 하나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입에는 단 것을, 허파에는 바람을 좀 넣으면 괜찮으려나....

 

Pataki cukraszda는 부다페스트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케이크집이다.

1973년에 문을 열었고 오후 시간에는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아침이면 웨딩케이크를 실은 벤이 배달을 가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줄이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어서 가끔 아이들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더위에 줄 서기 싫어서 그냥 돌아온 적도 있을 정도다.

불평 없이 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 하나는 잘하는

헝가리 민족이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 당연히 된다며 웃는다.

내가 좋아하는 티라미슈 케이크와 푼츠케익을 주문하고

커피 한잔을 부탁했다.

오후 1시인데 나처럼 점심 대신인지 아니면 벌써 점심을 하고

디저트를 먹으러 왔는지 손님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눈다.

집도, 직장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니 난 혼자 도서관에 가거나

책방에 가서 시간 보내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사직터널 위의 사회과학 도서관과 여의도의 국회 도서관을

자주 가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난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혼자 걷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온천 가고, 혼자 장 보면서 구경하고....

그러면서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하니 좋다.

혼자 앉아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케이크 한번 먹고....

근데 단것을 먹는데도 별로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오늘은 이 방법이 아닌가 보다.

계산을 하고 나오다 케익 사진을 찍었다.

모양은 정말 예쁜데 그리고 유명한 것을 보면 맛도 인정받은 것인데

(나도 이 집 빵을 좋아한다. 다른 케익집에 비해 촉촉하고 케익 각각의

맛이 분명해서 좋아 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정말 맛있다.)

오늘은 시골 찐빵이 더 그립다.

밤이 들어가 있는 따뜻한 밤식빵도 그립다.

에구구~~~~~ 우중충한 날씨만 계속되다가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하며

풀리니까(오늘은 영상 7도) 오히려 더 힘이 든다.

머릿속이 잡생각으로 복잡 복잡.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빵들이 모두 떡이 었으면 좋겠다는.....

 이건 작은 딸이 좋아하는 과자들....

 이건 초콜릿들.....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정말 많은 종류의 케이크가 있다는 것이다.

어쩜 그리 종류가 많은지.....

너무 많아 사진은 반만 올렸다.

그런데 그 많은 케익 속에 고구마 케이크와 녹차 케이크가 없다.

내가  알려 줄까...?  한번 만들어 보라고.

 

떡도 무지 이쁜데,

떡이면 얼마나 좋을꼬~~~~

아그들 데리러 가는데 금방 시루에서 나온 따끈한 떡 생각이 간절하다.

얼음 동동 떠있는 동치미 국물 마셔가며 목메지 않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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