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부터 남편은 바빠졌다.
마당 정리하랴, 아래층 청소하랴, 머릿속은 어디를 모시고 갈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족 나무를 설명해 준다.
아빠의 아빠에게는 7남매가 계셨는데 그중 여동생이신
고모 할머님께서 미국에서 헝가리로 너희들을 보러 오신다고...
그 고모할머님의 큰 아들 부부, 즉 아빠의 사촌 형과 형수님이
오신다고 아이들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해 준다.
딸들도 미국에 가족이 있고 그분들이 헝가리에 자신들을 만나러
오신다는 사실에 많이 기대가 되고 흥분된 눈치다.
이 년에 한 번이나 삼 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서 가족이 방문하기에,
우리가 한국으로 가서 가족을 만나기는 더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과자를 적으라고 하니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났다.
금요일 12시에 도착하실 예정이라 하니 항상 손님은 밤에 도착한다고
생각한 작은 녀서.
오늘 밤은 안 자고 지키겠다나...?
왜? 고모 할머님은 낮 12시에 이미 오셨어요.
하니 이해가 안 가는 얼굴이다.
하은이가 적은 사탕과 젤리보다 정말 많은 양의 과자를 선물로
가지고 오셔서는 두 아이에게 안겨 주신다.
입이 벌어져 다물어 지질 않는 딸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데 고모님과 남편은 돌아가신 아버님과
증조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시다.
가족사를 들으면서 남편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딸들은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나 분명히 아빠의 할아버지와 할머님,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친척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귀한 말씀을 우리 아이들이 들었다.
명절이나 대 소사 때 어른들이 모이면 언제나 즐겨 되새기는 옛이야기.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이야기 꽃이 피었다.
피난 때 어렵게 내려오신 이야기. 증조부모님의 사업 이야기.
학도병 이야기. 아쉽게도 일찍 돌아가신 증조모님 이야기.
그리고. 돌아가신 어르신들 이야기,
또 시고모님의 신앙 이야기 등등등.
예전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아이의 생일에
그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존재해야 했던 많은 분들을
더듬어 설명하곤 했었다.
먼저 부모님이 계시고 그 부모님이 존재하기 위해서 조부모님이 계시고,
또 그 조부모님이 존재하기 위해서 증조부모님이 계시고....
이런 식으로 사진과 이름을 써 가면서 설명한 뒤에 너의 존재는
너무나 귀하고 특별하다는 설명을 해주었었다.
오늘이 바로 우리 딸들에게 그런 날이었다.
남편에게도 정말 오랜만에 고모님과 사촌 형님을 만나서 기쁜 날이고....
정말 날씨가 좋았다.
햇살도 따뜻하고 완전히 봄 날씨였다.
그래서 그런지 센텐드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다.
우리도 그 속에 껴서 구경하고 이렇게 하은이는 큰아버지와
줄을 서서 랑고쉬도 샀다.
따뜻한 날 정말 오랜만에 우린 이렇게 기분 좋은 외출을 했다.
몇 개만 부탁을 드렸는데 정말 많이 사 오셨다.
아이들 입이 벌어져 다물 줄을 모른다.
에구~~~~~어디다 숨겨 놓아야겠다.
작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시는 막내 시이모님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내 주셨었다.
키티로 된 가방, 시계, 필통, 등등등
그때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을 알고 기억하여 선물을 보내주신
이모님을 마치 만나 본 것처럼 가슴에 담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었다.
얼굴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럴 때면 난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려 노력한다.
엄마의 가족과 아빠의 가족을.....
그리고 그 가족 나무의 중심에 너희들이 있다고.....
올해 또 어떤 귀한 만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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