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부다페스트에서 살 때는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녔었는데......
결혼하고는 혼자서 배낭메고, 아이 낳고는 유모차 끌고서,
둘째 낳고는 하나는 띠로 묶고 하나는 유모차에 태우고....
그래도 좋았었다.
모두들 친절히 유모차를 들어서 올려주고 내려주고 해 주어서
아무 불편이 없었다.
가끔은 아이는 걸리고 유모차에 배추만 잔뜩 사 가지고올 때도 있었다.
이르드로 이사 가면서부터는 남편이 차를 주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다.
아침에 나를 학교에 내려주고 내 차를 남편이 사용하게 되어
학교 끝나고 빌라 모시(전동차)를 타고 남편 사무실까지 가게 되었다.
학교 앞에서 56번을 타고, 모스크바 광장까지 갔다.
빌라모시가 옛날 것이 아니다.
작년부터 빌라모시를 새것으로바꾸었는데 오늘 드디어 나도 타봤다.
무지 깨끗하고 좋다. 표가 작년 것이라서 걱정이 되었다.
혹시 올해부터 표가 올랐나 싶어서....
그래도 있는 표로 사용하기로 했다.
만약 걸리면 벌금을 낼지도 모르지만 아까워서....
4번이나 6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모스크바 광장에서 내렸다.
광장 안에서 걸어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하은이 유모차에 태우고 참 많이 여길 지나다녔었는데.....
배추 사러, 고등어 사러......
고등학생들이 무리 지어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가 한창이다.
어디 가려고 모인 걸까....?
지금 이상태는 13년 전이나 똑같다.
저 건물도 저 빌라 모시도....
이 사진으로만 보면 13년 전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정말 저랬었는데.....
여기도 똑같다.
저 아래로 내려가면 2번 지하철을 탈 수가 있다.
언제나 조심하라는 그곳이다.
우범지역. 스킨헤드 족들이 한국 유학생을 때린 곳이고,
가끔 패싸움이 일어 나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난 저 아래를 한 번도 안 가 봤다.
왜 그랬을까? 가 볼 것을...... 다음에 가 보자.
여전히 노숙자들이 많이 있고.....
작년부터 바꾸고 있는 새 빌라모시다.
색도 예쁘고 날렵하게 생겼다.
헝가리가 작년 부터 빌라모시도, 기차도, 트램도,
새것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난 오늘 저 새 빌라모시 6번을 타고 남편 사무실로 갔다.
미끄러지듯 온 빌라모시를 타고 표를 찍으러 가보니 새것이다.
게다가 살짝 표를 넣으니 바로 치~익 하며 찍힌다.
정말 신기하다.
맘 같아서는 있는 표 다 찍어 보고 싶다.
너무 부드럽게 잘 찍혀서. 예전에는 위에 표를 넣는 구멍에 표를 넣고는
힘껏 잡아당겨서는 구멍을 뚫어야 했다.
그런데 항상 고장이 나있어서는 난감했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그러다 검표원이 올라와서 표를 검사하면
바로 벌금을 내야 했다.
표가 있음에도 고장 난 기계로 인해 몇 번 억울하게 벌금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눈물이 찔끔찔끔 났었다. 억울해서.....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뒤가 뻥 뚫렸다~~~~
서울 지하철 같다.
뒤 칸부터 앞 칸 까지 천천히 걸어 가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짐이 있어서 참기로 했다.
우~~~~ 신기하다.
그러다 내가 우스워졌다.
완전히 시골에서 상경한 이르드 촌 아줌마다.
예전 빌라모시는 이렇게 칸칸이 밖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내부로 옮겨 다닐 수가 없었다.
예전 빌라모시는 운전하시는 기사 분이 안내 방송을 했었는데,
오늘 타보니 서울처럼 아가씨가 녹음한 방송을 내보낸다.
언제나 맘모트 앞이라 생각한 역이 씨너띠르 역이란다.
씨너띠르? 그런 역이 있었나 싶어 밖을 보니 바로 맘모트 백화점 앞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생소한 역이 많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부다페스트를 가로 지르기는
약 4-5년은 된 것 같다.
머르깃드 다리도 건너고.....
멀리 국회의사당과 겔러리뜨 언덕도 보인다.
다음 역이 옥토곤이라 해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문 위에 노선 안내표가 있다.
전에는 그저 일직선으로 역 이름만 쓰여있었는데 이젠 각 역마다
갈아탈 수 있는 버스 노선과 지하철 노선도 함께 적혀 있다.
와~~~ 헝가리 많이 친절해졌네.....
옥토곤에서 내리니 표 자판기가 눈에 띈다.
이건 예전 것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다른 역에서는 더 세련되고 멋진 자판기였는데.....
전에 파리에서 봤었던 청소기와 비슷한 것이 헝가리에도 있다.
우와~~~~ 멋지다.
하은이랑, 하빈이랑 함께 봤으면 좋았을 텐데.....
뭐라고 표현을 했을까? 로봇이라 했을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버거킹에서 남편을 만났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빨리 먹고 아이 학교로 가야 한다.
이젠 맥도널드가 헝가리 전역을 접수하고 버거킹은 몇 군데 없다.
아마도 여기가 제일 오래되고 크지 싶다.
처음 헝가리에 왔을 때부터 있었으니 내가 이용한 것만도 13년이 넘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3층까지 연결된 저 빨간 계단이 참 부담스럽다.
처음에 봤을 때는 무슨 마음으로 계단을 저렇게 빨간색으로 게다가
철계단으로 저리 했을까 싶었는데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화사하니 밝게 느껴진다.
앉으려니 바로 내 머리 위에 진짜 부담스러운 오토바이가 있다.
저거 실물 같은데...?
여기저기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아마도 버거킹을 찾으라는 메시지 같은데 내 눈에는 LG가 더 잘 보인다.
남편이 사 준 새우튀김과 닭튀김을 먹고 차는 내가 가지고
아이들 학교로 갔다.
날씨 좋은 날 아이들 손잡고 오늘처럼 빌라 모시를 타고 부다페스트를
가로질러 다녀 봐야겠다.
소풍 나온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우리가 여행 온 사람처럼 그리 다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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